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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덕성의 훈련장’ 교회공동체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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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학자들] 스탠리 하우어와스 듀크대교수

- 문시영 교수(남서울대)

신앙인이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름의 콘텐츠는 과연 무엇인가? '타임'지가 2001년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이름 붙인 스탠리 하우어와스는 독특한 제안을 한다. '예수 이야기'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덕성의 함양을 통해 평화의 사람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다르게' 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의 윤리는 교회에 대한 사랑으로 흠뻑 젖어 있다. 교회를 통해 예수 이야기대로 살아갈 모티브를 얻으며 교회 안에서 신앙인의 성품과 덕성이 훈련되고 성숙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굳이 '내러티브'라는 용어로 표현한 예수 이야기는 여기에 충실하게 살아가면 사회가 교회를 본받게 될 것이며, 윤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스며 있다. 하우어와스는 교회가 사회 문제들에 어설프게 개입하기보다 예수 이야기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인지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인터뷰할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그는 사회문제에 대해 대중이 좋아할 만한 훈수를 둘 법도 하지만 시류에 영합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진가를 인정받는다. 그는 교회와 세상을 동일시하는 기독교 내부의 성향이 기독교를 세속적 권력과 결탁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미국의 기독교가 사회 문제에 가담해 애국주의나 국수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반대한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도덕적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고도 말한다. 그 바탕에는 폭력에 대한 거부, 특히 정당한 전쟁론 또는 의로운 전쟁론에 대한 반대가 깔려 있다.

하우어와스가 이처럼 평화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기독교 평화주의자이며 메노나이트 신학자인 존 하워드 요더의 영향이 클 듯 싶다. 본래 하우어와스는 예일대학에서 리처드 니버의 제자인 제임스 거스탑슨의 지도를 받아왔으나 노트르담대학 교수 시절 요더의 책을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전쟁에 대한 반대와 평화의 가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요더가 예수 이야기대로 살아가려는 노력과 평화의 가치를 강조했다면 하우어와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 공동체의 가치와 신앙인의 성품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듀크대학 동료 교수인 매킨타이어와의 만남은 공동체와 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포스트모던 문화를 비판하고 덕의 윤리를 회복하자고 제안한 매킨타이어와의 교감은 하우어와스에게 큰 통찰을 주었다.

하우어와스가 보는 윤리학자의 임무는 개별적 윤리문제에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으로 하여금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있는 인격을 형성시켜주는 데 있다. 윤리를 행위(doing)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being)의 문제 혹은 인격의 문제로 이해한 셈이다. 그는 윤리의 본질이 성품에 관한 것이며 좋은 성품은 선한 사람들의 전승과 훈육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도덕이란 추상적 원칙들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간은 공동체에 속한 존재요, 공동체가 지닌 이야기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따라 잘못을 교정하고 윤리적으로 성숙되는 존재라고 보았던 것.

그런 관점에서 신앙인의 윤리는 자연법 윤리와 다르며 신앙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복음 속에서 정체성과 역할을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는 평화를 위한 기독교적 덕성의 훈련장이요, 탁월한 성품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교회 공동체에 속한 자로서 세상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안락사나 낙태 같은 주제들을 시장 자본주의적 접근과 다른 방식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그 하나의 예가 되겠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소종파주의적 관점이라는 비판 혹은 세상으로부터의 퇴거주의라는 비평이 따라다닌다. 기독교의 독특한 '다름'에 대한 주장이 지나쳐 윤리적 게토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 기독교 윤리학의 흐름에서 스택하우스로 대변되는 공공신학과 라이벌이기도 하다. 공공신학이 말하는 것처럼 신앙을 사적인 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변증하며 윤리적 통찰을 제시하는 노력 역시 부정할 수 없는 과제라 하겠다. 1940년에 태어나 청소년 시절 방황을 겪은 후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여 신학의 길에 들어선 하우어와스는 40년 넘게 서른 권에 달하는 책을 쓰는 등 왕성한 집필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감리교단에 속한 신학자로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1년에는 유서 깊은 기포드 강연에 초청될 정도로 학문적 천재성을 인정받는 하우어와스는 1984년 이래로 듀크대학 신학부의 간판스타 교수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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