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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섭섭하겠지만....<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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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석달이 다 되어 갑니다.
다은이가 언양의 외가집에 가서 지내게 된 것이 말입니다.
아내의 외가집이지요.
아내의 외할머니가 사시고, 큰 외삼촌과 외숙모가 사시는 곳이고,
조그만 마을이 '우씨' 집성촌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곳입니다.
그 전까지는 다해네집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보아주었었는데, 외숙모께서
봐주실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다은이가 낯을 가리지 않기에 하루만에 금방 적응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맡기고 5일이 지난 토요일에 언양으로 다은이를 보러 갔습니다.
저녁 나절을 오랜만에 만난 네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그런데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벌써 다은이는 누구집 아이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
였습니다.
엄마, 아빠보다 외삼촌, 외숙모를 더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잘 돌보시면 그럴까 하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
로는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 너무 건강하고 밝게, 그리고 온 동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고 있더군
요.
외삼촌은 삼성전관에 근무하시면서 농사도 겸하여 지으십니다.
그리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가게가 문을 닫자 청년회 회장으로서 그 자리를
인수받아서 유지하고 있으십니다.
워낙 마을 인구가 적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원래 가지고 계신 집이 있지만 요즘에는 가게에 딸린 방에서 지내시고 있는데
그곳이 바로 다은이가 하루를 보내는 곳입니다.
몇 시간 안되는 저녁 나절동안에 온 동네 아저씨, 아줌마, 아이들이 다은이를
보러 돌아가면서 들르는 것이었습니다.

<순디 잘 있나?>(동네 아줌마1)
<오늘은 엄마, 아빠도 와 있네. 다은이는 좋겠다.>(동네 아줌마2)
<우리 딸내미 어디 있노. 아빠 왔다.>(어떤 동네 아저씨)
<저거는야, 웃긴대이. 목욕탕에 가서도 어찌나 혼자 잘 노는지.>
(외삼촌 먼친척 아줌마)
<저거는 돌도 안된기 우찌 저리 처연하노. 아가 아인기라.>(경로당 할머니)
등등등등....

다은이가 하루종일 있어도 거의 울지않고 낯도 안가리고 덥석덥석 잘 안기니
까 온 동네의 귀염둥이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또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밤늦게까지 놀다가 마침내 집으로 와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날이 주일이기 때문이지요.
시동을 걸고 아내와 다경이가 인사하고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아내와 다경이가 나와서 차에 탔습니다.
차창을 열고 손을 다은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출발했습니다.
조금 가다가 아내가 입을 엽니다.

<외삼촌이....>
<왜, 외삼촌이 뭐라고 그러셔?>

아내는 쿡쿡 웃으며 말을 잇습니다.

<외삼촌이 내보고 이러는 거예요. '은경아,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래서 가슴이 철렁하는 거예요. 혹시 다은이를 도저히 못 보겠다고 하는건가 하
고....>
<근데.>

또 아내는 쿡쿡거리고 웃더니 대답합니다.

<근데....이러는 거예요. '너거 당분간은 이주일에 한번씩만 온나.' 그러는 거예
요.>
<그래?>
<예. 외숙모가 그러는데요. 요즘 외삼촌이 억수로 많이 변했대요. 생전에 집에
일이 없으면 전화라곤 안하던 양반이 다은이 오고 부터는 괜히 집으로 전화를
건대요. 그리고는 하는 말이 '다은이 잘 있나? 다은이 지금 뭐 하노? 다은이 보
행기 많이 태우지 마래이. 다리 못나진다.' 그런다네요.>
<외삼촌이?>

외삼촌은 정말이지 말씀이 없으신 무뚝뚝한 분이시거든요.
우리는 흐뭇한 웃음을 웃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지낸다는 것이 너
무 고맙고, 기쁘고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밤에 잘 때마다 다은이의 빈자리가 허전하고 가끔 보고싶어서 눈물이 나
겠지만 말입니다.

- 2002. 4. 1. 다경, 다은이네(제74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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