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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신전신(以身傳身)의 수고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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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지난주 월요일 한국 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기름 유출사고로 황폐화된 태안 해변을 다녀왔다. 실상은 뉴스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처참했다. 로마서 8장의 말씀처럼 인간의 잘못 때문에 만물이 탄식하는 것을 실감하였다. 마치 한 사람 아담의 범죄로 인해 온 인류가 죄의 고통을 짊어졌듯이, 몇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하여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던 자연이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채 신음하고 있었다.

해변가의 자갈마다 붙어 있는 기름찌꺼기를 하나씩 힘들게 닦아낼 때마다 “죄는 우리의 뇌(腦)에 들러붙어 있는 콜타르 같아서 웬만한 노력으로는 떼어내기 어렵다”는 경구가 절로 생각났다. 우리의 영혼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죄나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자갈을 깨끗이 하는 데는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원시적으로 하나씩 닦아내는 것 외에는 다른 왕도가 있을 수 없다.

무엇이든 가치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값을 치르는 삶이 따라야 하는 법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지만, 태안반도에 뒤덮인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고통의 이신전신(以身傳身)이 진정 필요한 때이다. 인간관계는 동락(同樂)보다는 동고(同苦)할 때에 더욱 밀착되게 마련이다. 이 날 한국 교회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아침부터 보수도 진보도, 나이 드신 목사님이나 젊은 목회자도, 교회의 크기나 교단의 차이를 막론하고 모여서 수고의 땀을 흘리는 가운데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나는 신학교에서 목회란 제사장적 사역과 선지자적 사역의 끊임없는 균형의 조화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가르쳤다. 그런데 금번의 환경 재앙을 겪으면서 여기에 이웃을 섬기는 선한 사마리아의 역할이 더해질 때에야 사역의 진정한 솥정(鼎)의 세발 균형을 이룰 수 있음을 거듭 절감하였다. 그래야만 통일 시대에도 지역간, 계층간 갈등의 돌멩이들을 거뜬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세상으로 나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는 대사명을 실천할 뿐 아니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대계명의 균형있는 실천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하나님께서는 사랑의 띠로 하나되지 못한 한국 교회를 기름띠로 묶어주셨다. 이번에 다른 목회자들과 함께 봉사 조직을 만들어 태안을 다녀오면서 주님께서는 한국 교회가 하나가 되도록 거룩한 강제력을 발동하셨다는 느낌을 가진 것은 본인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태안에서 기름을 제거하는 봉사는 하루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적어도 3개월 내지 6개월은 계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한국 교회를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가서 섬김의 수고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날 우리는 추위 속에서 함께 손을 들고 주님 앞에서 서약하고 외쳤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태안을 회복합시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민족을 살립시다.” 이 외침이 허공의 소리가 아니라, 교회를 살리고 민족을 살리는 생명의 외침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기독인들이 적어도 하루는 시간을 내어 태안에서 섬김의 수고가 필요하다. 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분들은 한국교회봉사단(02-708-0119)으로 연락하면 된다. 아무쪼록 우리의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예수님의 이름이 높아지고, 한국 교회가 명실상부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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