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시계가 멎었어요<br>

첨부 1


    
우리집근처에 몇 해전 새로 지은 교회가 하나 있다. 그 건물은
위엄도 있으면서 아름다워 그 앞을 지날 때면 이모저모 다시 살펴보게 된다.
교회 종탑 사면에 시계도 있다. 나는 아침 운동하러 나갈 때나
집 주위를 산책할 때 언제나 그 시계를 보고 다녔다. 게으른 탓
인지 시계를 가지고 다니기 싫어하는 나는 시계를 그곳에 달아
놓은 교회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지난겨울부터 그 시계가 제대로 가지 않았다. 네 방향 시
계가 모두 시간이 다르고 맞는 게 하나도없다. 그때부터 나는 시
계가 다시 가기를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다.
교회의 시계가 멎은 것을 보면서 처음엔 '내일은 고쳐 놓겠지'
하다가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화가 났다. '도대체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시계를 달지 말아야지' 하면서 관리자를 원망하기도 했
다.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지 못하는 시계는 없는 것보다 못하였
다.
  그러다가 '물건도 그렇지만 사람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나는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 하고 있을까? 가정에서, 사회
에서?
  만약 어떤 사람이 자기 아내에게 남편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역할은 어느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제 할 일
못하는 남편으로 말미암아 그 아내는 이중으로 고통을 당하게
된다. 아내를 사랑하지 못하는 남편의 존재는 아내의 고통의 원
인이 된다.
  요즘 청소년들의 가출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가출 청소년의 대
부분은 편안한 자기집을 두고 거리를 방황한다. 그들에게 가출하
는 이유를 물어보면, "집을 나오면 춥고 배고프고 고생이 말이
아니에요. 그래도 집보다는 나아요." 라고 대답한다. 집이 지옥
같단다. 부모가 부모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정 바로 그곳
이 지옥이라는 말이다.
  의사가 병원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곳
이 의료폭력(?)의 현장이 되고, 정치가가 자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가 바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장본인이 된다.
  예수와 제자들이 길 가다가 나면서 소경 된 자를 만났다. 제자
들이 예수께 물었다."그가 왜 소경이 되었습니까? 그의 병에 대
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라고 제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병
의 원인이나 그 책임의 소재를 밝히는 일이었다. 환자의 고통이
나 치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예수는 그 소경의 눈
을 고쳐 주시며 그 치유 사건의 의미를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다
(요한복음 9:1-3). 그 소경의 존재의미는 주위 사람들의 영적 눈
을 뜨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메시지이며 복음이었다.
  교회 꼭대기의 멈춰진 시계는 오늘 우리들에게 선포된 복음이
다. 정지한 두 바늘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두 팔을 연상시
킨다. 아침 운동 나갈 때는 언제나 나의 눈길은 교회 꼭대기로
향하게 된다. 그럴 때면 "너는 너의 위치에서 네 할 일을 잘하고
있느냐?" 라고 물으시는 예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소경이 눈을 뜨게된 것과 같이, 속히 그 시계도 다시 가게 되
었으면 좋겠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