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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묵상]꿀벌의 죽음앞에서...<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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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토요일 오전,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꿀벌이 날아들었습니다. 새끼손가락만한 녀석의 비행이 못마땅해 나가라고 사무실 곳곳에 있는 창문을 열어놓고 쫓아내기를 10여분... 그러나 꿀벌은 오히려 저를 비웃듯이 형광등에 붙어 꿈쩍도 안했습니다. 지치고 할 일도 많아 그냥 내버려둔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가 목덜미가 간지러워 손을 가져가는 순간 가슴이 뜨끔함을 느껴 옷안을 들여다 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제 몸안에서 꿀벌이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자기 방어수단으로 저는 손가락만한 벌을 잡아 움켜쥐어 버렸습니다. 손안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멈출때까지... 나를 먼저 공격한 그녀석의 숨통이 끊어질때까지 저는 제 주먹을 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손을 털었을땐 그 녀석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화창했던 토요일 오전이 벌침에 쏘여 부어오른 가슴으로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한시간이 지나 가슴의 통증이 사라졌을때 여전히 그자리에 뒹굴고 있는 작은 생명체의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꿀벌의 입장에서는 내가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았고, 최후의 방어수단으로 벌침을 놓은 것이었습니다. 벌은 침을 쏘고 나면 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하찮은 벌이 저를 쏘았다는 그 사실만으로 분노해 하며 너무나 쉽게 강자의 논리로 그 녀석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렸습니다. 단지 나를 아프게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꿀벌이나 저나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모두가 피조물입니다. 하나님앞에서 나라는 존재가 이 꿀벌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꿀벌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 아니 현재도 저는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분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에 도전장을 던지는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당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박고 즐거워 하던 자였습니다. 내가 만일 하나님이라면... 내가 죽인 꿀벌처럼 분노하여 용서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리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찌른 그 상처를 안고 수십년 동안 제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너무나 작은 사건이지만, 꿀벌의 죽음앞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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