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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굿바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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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근(연세대 교수)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식상한 표현, 다사다난(多事多難). 그러나 이번 연말에도 부득이하게 이 상투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007년 한 해 동안 많은 사건과 어려움이 있었다. 지독했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느라 온 국민이 가슴앓이를 했고,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인하여 한국 기독교는 큰 홍역을 치렀다. 그토록 간절하게 염원했던 “어게인 1907”은 벌써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태안반도를 검게 물들인 기름 유출 사고는 우리 모두를 무척 안타깝게 만들었다. 생태계가 완전 복구되기까지 20년은 족히 걸릴 것이란 당국의 발표는 우리 모두를 한숨짓게 한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어보지만 왠지 찜찜한 구석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다가오는 2008년에 무슨 기대를 걸기보다 다사다난했던 2007년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과거를 반추하면서 미래를 계획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금수(禽獸)보다 못한 존재가 될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내 아들이 간혹 실수를 하면 “Yon can make a mistake, but don't repeat it!”이라고 주의를 준다.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반복하지 말라”는 뜻이다. 2007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새해에는 아래 세 가지를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갈 것이다.

첫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되겠다. 우리는 행동하는 것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대통령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말 많은 사람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생각이 많은 사람은 말하는 것을 실천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가오는 2008년에는 입으로 말하지 말고 손과 발로,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둘째, ‘예’와 ‘아니오’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기서 예하고 저기서 아니오하는 사람을 신뢰하기란 어렵다. 여기서 이 회사는 내가 만들었소 하고 저기서 나는 모르는 일이오 한다면 누가 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솔직히 살다보면 예와 아니오를 혼용해야 할 상황에 자주 처하게 되는데,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될 수 있는 대로 말을 아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관심을 사회적 약자에게 돌려야겠다. 앞에서 말을 삼가고 예와 아니오를 분별하는 지혜와 용기를 언급했지만 사실 세상은 말 잘하는 사람, 상황에 따라 예와 아니오를 적절히 바꿀 수 있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관심은 언제나 밝은 곳, 높은 곳, 권력 있는 곳, 부유한 곳이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말 많은 사람과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휘둘리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끊임 없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 곁에 서야 한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2008년을 향한 우리의 다짐은 더욱 더 공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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