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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출렁출렁 그물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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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짧은 동화 4

출렁출렁 그물 이야기..

먼발치 떠오르는 해가 이렇게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첨이에요. 다른 날 같으면 너무도 아름다워 금방이라도 탄성이 나올 것만 같은 바다의 은빛 출렁임도 오늘은 너무도 힘겹게만 느껴져요.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작은 조각배들..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웅성임.
오늘은 모든 것이 귀찮고 짜증이나요. 그냥 깜깜한 밤이었으면......그래서 바보같이 텅 비어버린 내 모습이 안 보였으면......저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지만, 어김없이 떠오른 해는 얼기설기 엮어진 제 초라한 모습을, 텅 빈 허탈한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만 있네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힘이 없냐구요?

힘이 없는 것이 당연하죠..
저는 출렁출렁 소리가 나는 그물이에요.
시원하고 푸르른 바닷물 속에 첨벙 들어갈 때면 저는 너무 기분이 좋답니다. 이리 저리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그 물고기들을 제 몸 안에 가득 안을때면 정말 입이 바다만큼 커지도록 신이 나거든요.
하지만....
후........
오늘은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봤어요. 그래서 힘이 없어요. 어제 어둑어둑 해가 지면서부터 계속 바다 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이상하게도 물고기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서..흑흑흑..
지금 제 마음은 너무도 힘들어요.
바보같은 그물.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저 같은 그물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을거에요.
저를 바다에 넣었다가 다시 배 위로 끌어올리던 저의 주인님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 피곤하고 지친 모습은 더욱 제 마음을 아프게해요.
밤새도록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더니 몹시 피곤하지만..마음이 더 서글퍼요.
도대체 물고기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이잇.
금방이라도 누가 저를 건드리면 막 흔들면서 짜증을 내고 싶어요.

아니!!!
그런데 웬 사람들이 저리도 많이 있는거죠? 아니!!! 바닷가를 아주 꽉 채웠어요.
아휴..챙피해.. 도망칠 수도 없고..

"잠시 배를 좀 빌립시다. 육지에서 조금 띄워주시오."

누구얏! 지금 고기를 하나도 못 잡아서 심통이 나 죽겠는데 배를 좀 빌려달라고?
정말 예의도 없는 사람이군.
그런데..제 주인님이 글쎄..아무 말 없이 배를 빌려주네요..
이잇. 할 수 없군.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밖에요.

제 주인님도 배 뒤쪽에 앉아 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계시네요.
피곤하고 저처럼 짜증이 날 수도 있는데..원래 제 주인님 성격이 좀 괴팍하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오늘은 힘이 없어서 그런지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계시네요..참..

그런데 정말 이상해요. 우리 배에 올라와서 이야기를 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정말 평안해요. 그 평안함이 제 마음을 잔잔케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말씀하시는 저 이야기들이 저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아요.

전 저만 그러는가 싶어 주인님을 보니, 주인님도 저와 마찬가지인가 봐요.
힘들고 지쳐서 가여워 보이던 주인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보여요.
저 선생님은 보통 사람이 아니신게 분명해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시오."

"선생님. 밤새도록 고기를 잡았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어!어! 주인님이 다시 힘이 났나봐요..그런데 깊은 곳에는 물고기들이 잘 안가는데..하는 수 없죠. 저도 주인님이 가라는 곳에 가야 하니까요.

우와..아니..물고기들이 다 이곳에 있어요.
이렇게 많이 이곳에 있어요.
파란 바다 물결 따라 떼를 지어 춤추고 있어요.
모두 모두 제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우와..이렇게 많은 물고기는 첨이에요.
너무 행복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제 몸이 찢길 것처럼 부풀었지만 겁나지 않아요.
이제 제 모습은 가득찼어요.
자랑스러운 그물이 되었어요.

배 안에 가득한 고기를 친구와 함께 나누는 주인님의 모습을 보니 덩달아 저도 신이나요.
주인님은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선생님께 가셨어요.
"예수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를 떠나세요."
"베드로.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주인님이 그렇게 예수님을 따라가신지 많은 시간이 흘렀답니다.
저는 알 수 있어요.
힘들고 지치고 짜증나서 괴로운 제 마음을 위로하시고 평안으로 채우시던 예수님.
물고기가 없어서 초라한 제 모습을 많은 물고기로 채우시고 자랑스럽게 만들어주신 그 예수님께서 분명 제 주인님도 훌륭한 그분의 제자로 만드시고 많은 사람을 예수님께 나아오게 하셨을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저도 파란 바다 물결 따라 출렁출렁 춤추며 물고기를 잡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거랍니다.

(시몬이 대답하여 가로되 선생이여 우리들이 밤이 맟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누가복음 5장 5절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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