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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멋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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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다니면 그 안에서 물건을 파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저는 그 분들을 만나면 시선을 고정시키고 열심을 다해 그 연설을
듣습니다.

아무도 바라봐 주는 이 없는 전동차 안에서
그 누구도 사 줄것 같지 않은 참으로 암담한 현실의 벽을 걷어차며
그들은 팔을 벌려 자신의 물건을 자랑스레 높이 들어 보이며
담대하게 외치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그 물건을 들고 전동차에 오르기까지
참으로 수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세웠을 것입니다.
걱정근심이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마는
이전에는 먹고 사는 일에 별 걱정없이
작은 가게나 또는 거대한 기업체를 이끌며
아랫사람을 호령하며 지내던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절은 자꾸만 힘들게 흘러가고
일은 엎치고 덮쳐 가진 것 모두 허망히 다 사라지고.........
그리하여 이를 악물고 거기 그 자리에 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아무 내색도 얼굴에 나타내지 아니하고
무심한 청중을 향해 목이 터져라 물건만을 설명합니다.

한 노인이 있습니다.
육십을 넘어 칠십도 넘어 뵈는 노인입니다.
온 몸에 근육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뼈에 그냥 피부만 남아있어 보입니다.

그 분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좋은 옷으로 용모단정히 꾸미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 말라서 헐레벌레 돌아가는 위아래 옷을 낡은 벨트로 바짝 조이고
날렵하게 움직이며 좌중을 압도합니다.

표정은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나는 이 물건에 자신이 꽉 있어! 한 번 사 봐!"
이마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사정사정해서 물건 하나 파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것이 멋지고 요긴한 것이니만큼
사 가지 아니하고는 못베기게 만듭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어느 날
이른 아침시간인데도 물건을 파는 분이 탔습니다.
그는 맹인이었습니다.

그 분은 그 날이 처음인지
다른 분들처럼 연설(?)을 잘 외우지 못하고 더듬거렸습니다.
옷이나 기타 물건을 걸어두는 고리를 파시는데
전동차 안 벽에다 그것을 한 번 붙여서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는 시범을 보이기 위해
벽을 더덤는 그 손길이 참으로 눈물겨워 보였습니다.

저는 보지 못하는 것이 장애 중에서 가장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든 삶을 사시는 분이 그 힘든 직업을 택한 것입니다.

저는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이나
명상에 잠겨서 그 분을 못보는 이들에게
소리쳐 그가 맹인이라는 사실을 주시시켜 주고싶었습니다.

꼭 필요치 않다고 하더라도
그 물건 하나 사 가지고 가시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용기없는 이 못난이는
그이의 옆으로 다가가서
그의 어눌한 연설이 다 끝나기를 기다려서
물건 하나를 사서 그 손에 돈을 꼭 쥐어주고
그의 손목을 다시 다잡아 부여잡고
이렇게 간신히 말했을 뿐입니다.

"정말 멋지네요. 꼭 성공하실거예요. 건강하세요"

2002. 5. 13   유빈엄마 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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