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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무서운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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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5시쯤 되어 다경이를 데리고 아내와의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집으로 왔습
니다.
이때쯤이면 다경이는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운동장이나 마당에서 뛰어놀 시간
입니다.
차를 대문 앞에 세우고 내리니 학교 정문 앞에 쭉 늘어서있는 문방구 중의 하나
인 <성진 문구사> 앞에서 다경이가 서 있었습니다.
걸어가면서 보니 다경이는 문방구의 가판대 위에 늘어놓은 조그만 과자들을 하
나씩 집었다 놓았다 하면서 주인 아주머니와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
다.
아주머니의 얼굴도 억지로 손님인 다경이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맞장구 쳐주
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다경이가 저를 보았고, 얼른 아주머니한테 저를 소개했습니다.

<아줌마, 우리 아빠예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주머니와 저는 어색한 인사를 했고, 저는 그냥 다경이만 데리고 오기가 뭣해
서 다경이에게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하나 사 먹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다경이가 조금 전까지 가판대 위에서 이것 저것 집었던 것 중에서
하나를 집을 줄 알았던 것이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사먹으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경이는 얼른 바로 옆(딱 붙어있
음) 문방구인 <아론문구사>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거기 주인 아주머니에게 아빠를 소개합니다.

<아줌마, 우리 아빠예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머, 아빠가 총각같네.>

그리고 조금 안쪽에 있는 냉동고에서 콜라맛 나는 쮸쮸바를 꺼내서 비닐을 벗
기고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전의 성진 문구사 아주머니한테 너무 미안했기 때문에 얼른 계산을
하고 가려고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얼만가요?>
<100원요.>
<....>

저는 안주머니의 지갑으로 향했던 손을 슬며시 빼고는 바지 주머니를 뒤져 100
원짜리 동전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드렸습니다.
너무 싸니까 또 손이 무안하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아론문구사>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쪽으로 오면
서 <성진문구사> 아주머니에게도 인사를 한 후, 집 앞의 차에 타기 위해 걸어
갔습니다.
그리고 차에 타면서 다경이에게 말했습니다.

<다경아, 왜 성진문구사에서 안 사먹었어? 아줌마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도 하
고 했었잖아.>

그러자 다경이가 대답합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나는 아론단골이거든요.>
<....>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무서운 단골입니다.

- 2002. 4. 17. 다경, 다은이네(제75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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