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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만과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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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환 (동화작가)

세상엔 진실한 사람도 많지만 몰상식의 사람도 많다. 자본의 논리로 삶의 면면을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 가운데는 믿지 않는 사람들을 눈 아래 두는 사람도 많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교만과 독설과 방탕으로 나는 예수님 손바닥에 서른 개도 넘는 대못을 박았다. 불복종의 복종을 자유함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악마의 덫에 걸려 똥개 같은 시간을 보낸 젊은 날도 있었다. 예수의 이름으로 영웅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죄인이었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 있는 가치중립의 회색인이었다. 가급적 다른 사람은 속이지 않았으나, 나 스스로를 수도 없이 속였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예수님이 계셨기에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예수님이 계셨기에 빛 속으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사람들의 순종은 나무들의 순종보다 불온하다. 나무들은 흙신발 한 켤레 꽃신 삼아 평생을 한 자리에 서서 기도하는데, 사람들은 천사와 악마를 오가면서도 복에 복을 더해달라고 기도한다.

한 사람이 있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 말씀을 매일매일 받아 먹는다고 했다. 생수처럼, 크루아상처럼 맛있게 받아 먹는다고 했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입은 예수를 말하는데 그의 모습엔 예수가 없었다. 예수는 가장 낮은 곳에 엎드려 피가 터지도록 채찍을 맞았는데, 그는 높은 곳에 누워 달빛처럼 교교했다. 예수는 세상과 대결하고 당당히 버림 받았는데, 세상 같은 건 더럽고 부질없다고 그는 말했다. 세상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그는 울며 기도했다. 그의 기도 속에는 낮과 밤이 맹수처럼 다투고 있었다. 질투와 증오의 축제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함부로 깔보았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헤롯의 군병들이 보기에 예수는 미친 사람이었다. 예수는 왕따였다. 예수는 믿었던 제자들에게 배신당했고, 세상에게 버림받았다. 적보다 무서운 것은 아군을 가장한 적이었다.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가 어쩌면 나와 당신일지도 모른다. 예수 손바닥에 대못을 박은 헤롯의 병사, 또 앞에 말한 '그 한사람'이 나와 당신일지도 모른다.

나만 옳다고 말하는 것은 무주공산의 호랑이가 되는 것이다. 나의 하나님만 크다고 말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교만인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교만을 가르치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치셨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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