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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성탄절] 무궁할 나라의 영원하신 왕 (눅 1: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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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할 나라의 영원하신 왕 (눅 1:26-33)


오늘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심을 기념하는 날로 정하고 기쁨과 감사를 함께 나누는 날입니다. 금년에는 좋은 면으로든 나쁜 면으로든 유명했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아주 최근에도 또 한 사람의 죽었는데 그 여파와 그 이후의 사태추이에 대해 온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삼십칠년 동안 폭압적인 철권통치를 해오던 곳 주변 나라들은 더더욱 초긴장상태 속에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죽으면 당연히 화제가 되기 마련인데 반해 한 어린 아이의 출생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전통 있는 왕실의 대를 이을 아이의 출생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출산 등은 잠시 뉴스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그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화젯거리가 되었던 사람의 죽음조차도 세월이 조금 지나면 과거사의 하나로 잊어질 뿐입니다. 그런데 한 아기의 탄생 이야기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매년 반복해서 온 세상을 들뜨게 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입니다.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인종이나 국적을 초월해서 그가 태어나신 때로 여겨지는 계절이 다가오면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거리가 화려한 성탄장식으로 뒤덮이고 거리마다 흥겨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람들의 표정이 설렘과 어떤 기대감으로 차곤 합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크고 작은 선물들을 사서 포장하고 발송하느라 바쁘고 정성껏 고른 카드에 멋지게 다듬은 말들을 채워 누군가에게 보내고는 흐뭇해합니다. 

다른 그 누구의 태어난 날 때문에 온 세상이 해마다 그렇게 흥분과 즐거움 가운데 지내는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 태어나신 이가 이 세상 나라들과는 다른 나라의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에 지구상에 존재하다가 사라진 나라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 없어진 나라들의 왕들의 생일은 특별히 그 역사에 관심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서나 기억될 뿐입니다. 지구상의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했던 군주나 정복자들 중 그 누구의 생일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습니까? 징기스칸의 생일을 아십니까? 알렉산더의 생일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나폴레옹의 생일이 다가온다고 즐거워하십니까? 

어쩌면 그들 나라의 후손들은 더러 기억하고 기념행사를 가끔 가질는지 모르지만 온 세상이 끊임없이 기억하고 축하하며 즐거워하는 탄생은 단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무궁한 나라의 왕이시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유한한 기간 왕위에 있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왕이 아니고 영원하신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삼십 년 이상 권좌에 있었던 사람도 많고 오십 년 이상 왕위를 지킨 사람도 있겠지만 영원히 왕좌에 앉아계시는 왕은 단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그의 탄생은 언제나 모두가 기억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없어진 왕조라 해도 자기 조상의 왕조라면 그 역사를 기억하고 역대 왕들의 이름도 웬만큼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도 대부분은 적어도 우리 역사의 가장 최근의 왕조인 조선왕조의 역대 왕들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생일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가장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생일은 기억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하신 왕이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기억하고 해마다 그의 탄생을 기념하며 기뻐하며 축하하는 것입니다. 

성탄절이 되면 즐겨 읽게 되는 오늘 본문은 바로 예수님의 탄생이 예고되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천사 가브리엘이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살고 있던 마리아라는 한 처녀를 찾아왔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의 친족인 엘리사벳이 아이를 가질 수 없이 나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남편이며 제사장이었던 사가랴에게 나타나 그의 아내가 아들을 낳아 주리라는 소식을 전했던 바로 그 천사입니다. 그가 마리아를 찾아온 때는 엘리사벳이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로 훗날 세례자 요한이 된 아이를 잉태하게 된지 여섯째 달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마리아는 이때 다윗의 자손 가운데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먼저 인사하기를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본문 28절) 했습니다. 마리아는 이 뜻하지 않았던 방문과 인사에 그만 놀람과 의아함과 두려움에 가득 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본문 29절). 그런 그녀에게 천사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무서워하지 말라.” 하지 말라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우선은 천사의 갑작스런 나타남 때문에 마리아가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엘리사벳의 남편 사가랴도 성전에서 제사장의 직무를 수행하며 분향하고 있을 때 향단 우편에 서있는 천사 가브리엘을 보고는 놀라며 무서워했으니(눅1:8-12) 마리아야 오죽 했겠습니까? 천사가 마리아에게 “무서워하지 말라.” 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그가 곧 그녀에게 예고할 일 때문에 그녀를 미리 안심시키고 충격과 공포를 줄이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그 예고란 다름 아니라 본문 31절에서 보는 대로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는 것입니다. 

요셉과 약혼한 상태에서 아직 처녀였던 마리아로서는 벌써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신22:23-24에서는 “처녀인 여자가 남자와 약혼한 후에 어떤 남자가 그를 성읍 중에서 만나 동침하면 너희는 그들을 둘 다 성읍 문으로 끌어내고 그들을 돌로 쳐죽일 것이니”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처음 말을 붙이면서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했고 또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하고서도 곧 이어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한 것입니다. 

이 두 차례의 말은 사실상 같은 뜻의 말을 반복한 것입니다. 그 말들은 첫째로 그녀가 처녀이면서도 아이를 갖게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이며 그래서 하나도 두려워할 필요 없이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그 일이 마리아에게는 크나큰 특권이며 영광이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낳을 아이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무궁할 나라의 영원하신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의 말로 일단 마리아를 안심시킨 천사 가브리엘은 이어서 그녀가 낳게 될 아이가 어떤 분이심을 알려주었습니다. 본문 31-33절입니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먼저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아이를 낳게 되면 그의 이름을 “예수”라 하라 했습니다. “예수”라는 이름의 뜻은 “주는 구원이시다” 또는 “주가 구원하신다”입니다. 태어날 그 아이는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마1:21)을 알려준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는 말은 함축하는 바가 큽니다. 우선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자신이거나 그와 동등하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죄에서 구원하실 수 있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하신다는 것은 그들에게 다시 하나님나라의 삶을 회복시켜주심을 말합니다. 본래 사람이 하나님나라의 삶을 살도록 창조되었다가 죄 때문에 그 나라를 상실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죄에서 구원받고 새롭게 살게 될 나라는 바로 하나님의 나라이며 그 나라는 영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나라의 왕이실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하신 왕인 것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계속해서 마리아에게 그녀가 낳을 아이에 대해 말하며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큰 자”라는 말은 아무런 다른 수식 없이 말할 때는 대체로 오직 하나님께만 사용하는 말입니다. 눅1:15-16에 보면 천사 가브리엘이 사가랴에게 그의 아들로 태어날 세례자 요한에 관하여 말하며 “이는 그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라.”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주 앞에 큰 자”라고 하여 “주 앞에”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는 특정한 의미에서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냥 “큰 자”라고만 말할 때는 하나님을 가리키는 것이 성경에서의 용법이라는 것입니다.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실 예수 그리스도는 곧 하나님이시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천사 가브리엘은 “그가 큰 자가 되고” 하자마자 이어서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라”고 덧붙인 것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이”란 두말할 것 없이 하나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마리아가 낳은 아이에 관하여 천사 가브리엘이 또 알려준 것이 무엇입니까?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영원한 왕이 되게 하시고 그 나라를 영원무궁하게 하시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역사 속에서는 유다 지파인 다윗의 왕조는 끝나버렸고 이스라엘이란 나라도 예수님 당시에는 이미 망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삼십삼 년을 사시고는 십자가의 처형을 당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히 야곱의 집 즉 이스라엘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는 것은 무슨 말이겠습니까? 지상의 정치적 국가 이스라엘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받을 새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정치적 왕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나라의 왕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옛 이스라엘의 유대인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으시고 모든 민족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만인의 유일하신 구세주로 믿는 모든 이들을 하나님과 더불어 사는 영원한 하나님나라의 백성으로 삼고자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영원한 왕으로 세우셔서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믿음으로 우리를 영원한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며 살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의 오심이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복된 소식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부자 나라, 강한 나라, 잘 사는 나라, 법과 질서가 잘 서있는 나라, 공해가 없는 나라,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자연경관이 뛰어난 나라, 자녀교육하기 좋은 나라, 노후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등 부럽고 탐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민 가고 싶어지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나라들도 우리에게 영원히 복된 삶을 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나라에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으며 사랑받는 훌륭한 정치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그런 지도자들이 없나 하며 부러워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정치지도자도 온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며 영원히 정권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부패하고 국민을 실망시켜서 정권을 내놓아야 하기가 일수입니다. 동족을 수십만, 수백만 명씩이나 전쟁으로 죽게 만들고 굶겨죽이고 때려죽이며 권좌를 영원히 누리 것같이 살던 자들이 지구촌에서 하나씩 하나씩 죽어간 이 해입니다. 국민을 기만하며 탄압으로 끝없는 탐욕을 채우며 사는 삶이 얼마나 헛되며 그 말로가 비참한 것인지를 잘 교훈한 금년의 역사였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그 미망과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집단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그의 탄생의 복음이 그들에게 전해지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안락한 삶에 도취되어 자만하지 말고 진정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며 무궁히 복된 나라의 삶을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오신 우리의 영원하신 왕 예수 그리스도 안에 우리의 모든 참된 소망과 행복이 있음을 확신하며 그 진리를 널리 전하기로 새롭게 다짐하는 이번 성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수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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