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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복실이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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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이와 아버지-아버지께서 다치신 사건의 전말과 그 뒷이야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희 아버지께서는 얼마 전 갑자기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못을 치시다가 그 못이 아버지의 왼쪽 눈을 찔렀고, 아버지는 시골의 여러 병원을 전전하시다가, 앰뷸런스를 타시고, 마산의 삼성병원으로 실려 가셨습니다. 4번의 수술과 실명위기까지 가셨지만, 여러분들의 간절한 기도와, 가족들의 넘치는 사랑,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 퇴원하셨습니다. (정말 저희 아버지와 저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정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신 10여일동안, 우리 가족은 많은 것들을 깨닫고, 또한 서로가 고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시기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들과 상황들 속에서, 저희들은, 슬프고, 어려운 마음속에 빠져있었습니다만, 그 속에서, 복실이에 대한 아버지의 진실한 사랑^^은...힘들고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약간의 여유와 웃음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오늘도 아버지께서는 퇴원 직후, 가족들이 아닌 바로 복실이를 만나러 가실 정도로 복실이를 아끼고 사랑하십니다~

그럼, 복실이에 대한 소개를 해야겠지요. 복실이는 우선 순수 우리나라 혈통의 토종 똥개입니다. 하지만, 아담한 규격의 여느 똥개들과는 달리~ 쩝~ 우리 복실이는 정말 진돗개마냥 엄청나게 큽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저희 아버지의 극진한 돌봄과 사랑이 있었기에, 복실이는 너무나 멋있는 풍채의, 진돗개같은 엄청나게 큰 똥개가 될 수 있었지요. 복실이의 이름은, 여러 가지가 됩니다. 원래 이름인 <복실이>, 5살짜리 조카 승민이에게는 <복띨이>(발음상의 문제~쩝), 그보다 더 어린 조카 하은이에게는 <멍멍이>, 그리고, 저는 가끔씩 <똥개>라고 부르곤 하지만, 저희 아버지께서 그것을 원체 싫어하셔서, 아버지앞에서는 그냥 "복실아~"하고 부릅니다~

복실이는 저희 가족에게는, 특히, 저희 아버지에게는 정말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는 아버지에게, 복실이는 혈육보다 더 가까운 존재입니다. 때로는 가족으로서, 때로는 아버지를 지켜주는 충견으로서, 그리고 때로는, 아버지의 친구로서...복실이는 어느 순간부터인가...우리 가족의 일원이,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었습니다. 복실이에 대한 저희 아버지의 사랑이 어느 정도 냐면요~ 후훗~ 한달만에 한번씩, 아버지께서 가족들을 만나러 부산에 오시면, 절대로, 이틀이상을 머무시는 적이 없으시답니다. 왜냐면, 복실이가 보고 싶고, 복실이가 굶는다고 말입니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 또 딸, 손자, 손녀, 그리고, 엄마까지...아버지는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인, 저희들을 한번 휘익~ 보시고는, 승민이 한번 안아주시고, 하은이 한번 목마태워주시고는...그 다음 하시는 말씀~ "이제, 너희들도 다 보았으니, 복실이한테 가야겄다~" 쩝~ 그리고는 시장에 가셔서, 복실이 끓여주신다고, 생선뼈나, 생선꼬리들을 사오십니다. 게다가, 복실이가 건강하도록, 황토가루를 곱게 받아내셔서, 복실이의 밥에 섞어주시기까지 하시지요^^

참고로, 저희 어머니께서는, 얼마전, 복실이에 관한 말 한번 잘못하셨다는 이유로, 아버지께 엄청난 야단을 맞으셨지요~ ㅋㅋ~ 보신탕을 아주 좋은 보양식으로 생각하고, 무척이나 즐겨하시는 어머니께서, 피곤해보이는 오빠와 형부의 얼굴과, 다이어트로 인해 찌든 올케, 언니, 저의 얼굴과, 넘어져서 얼굴에 상처가 있는 승민이와 하은이의 얼굴을 한번 휘익~보시고는, 아버지께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십니다~
"여보~ 아이들 얼굴이, 너무 안좋네요~ 보신탕한번 해먹여야겠네요~"
"조옿지~ 나도 먹고 싶은데~"(저희 아버지께서도 보신탕 매니아이십니다~)
"여보~ 요즘에 시장에서 파는 개고기는 믿을 수가 없대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시골에, 좋은 개 한 마리 알고 있거든요..."
"그래, 당신 말이 맞아, 시골에서,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에게서 개를 직접 사는게 좋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그 개를 잡읍시다~ "
"그래, 근데, 누구네집 개야?"
"복실이요, 복실이가 얼마나 좋아요~당신이 밥 잘 먹였지, 황토까지 먹은 최고 육질의 개지요~" @#$%^&*.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호호^^


쩝, 이런 아버지를 볼 때마다, 당신께 참 죄송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실이에게 고맙기도 한 이상·야릇·복잡한 마음이 됩니다. 쩝~ 왜냐면, 저희들이, 특히...제가 복실이만도 못한, 어찌보면, dog^^보다 못한 자식인 것 같기도 하고, 복실이가 그나마 아버지곁에서 가족의 역할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해서요~쩌비쩌비~

자~ 복실이에 대한 소개는 어느 정도 했으니, 이제, 아버지께서 눈을 다치신 사건과 복실이의 관련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아버지께서 사고를 당하시던 그날..그 당시, 아버지께서는, 복실이의 앞으로 낳을 새끼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계셨더랬습니다^^ 복실이가 새끼를 낳을 날이 며칠사이로 다가오자, 아버지께서는 복실이 새끼를 위해서, 손수, 망치와 못을 드시고, 힘들어서 누워있는 복실이를 옆에 두시고는, "복실아~ 네 새끼들 집 만들어줄게, 조금만 기다려라~"하시며, 열심히 자로 재시면서, 개집을 만들고 계셨습니다-참고로, 저희 아버지는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엄청나게 꼼꼼, 정밀...정말, 걸어다니는 꼼꼼~그 자체이시기에, 개집하나도 그냥 만드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러다가, 그만 못이 아버지의 눈에 박히게 되었고, 그 이후로, 아버지께서는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복실이, 산고에 힘들어하는 복실이를 집에 혼자 남겨두시고, 열흘정도를, 반강제적으로 복실이곁을 떠나계셔야 했습니다.

병원에서도, 아버지께서는 복실이에 대한 생각에 잠시도 쉴 틈이 없으십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소식에 마산까지 울면서 뛰어간 자식들에게, 아버지께서 던지시는 첫 말씀~ "그래, 누가 복실이한테 가서, 밥주고 올래?" 엥~ㅋㅋ~ 그 이후로, 저희 가족들은, 두가지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버지 간병과, 복실이에게 밥주고, 복실이가 새끼를 낳았는가를 확인하는 일 말입니다-참고로, 아버지 병원과 복실이가 있는 시골집은 1시간 거리입니다. 복실이에 대해서만큼은, 아버지께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으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다친 눈 때문에, 보이시지도 않으시는데, 전화번호부 책을 보시며, 복실이를 돌봐줄 만한 시골이웃들과, 친구분들의 전화번호를 몇시간동안 찾아보시고, 전화를 돌리십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왜냐면, 복실이가, 그 사이 새끼를 6마리나 혼자서 낳아버렸고, 새끼가 생긴  복실이는 <야수>로 변해있었거든요~ 새끼를 낳고 난 후, 어미개가 사나와지잖아요. 그래서, 아버지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복실이 근처에 갈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복실이가 새끼를 낳고 난 후, 사료를 전혀 안 먹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시고 난 후, 정말...병세가 더 악화되셨습니다-_-

그래도 그런 아버지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은...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밖에는 없더군요~ 자식들은, 사료를 주면, 복실이가 결국, 배가 고파서 먹게 될 거라고 계속 우겨댔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거울 보듯이 아시는 엄마가~ 온갖 두려움을 무릅쓰고, 복실이에게 특별 영양식을 만들어서, 으르렁거리는, 야수같은 복실이에게 밥을 갖다주기로 <자원>하신 것이었습니다.

무릎이 안좋으신 엄마는, 부산에 오셔서, 생선과 여러 가지 뼈를 사셔서, 그 무거운 것을 들고, 마산까지 아버지 간병을 가셨다가, 다시 그것을 들고, 시골에 가셔서, 몇 시간 동안이나, 그것을 만드시고, 그 후에도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복실이에게 밥을 주는 일을 계속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복실이나 점차 더 사나와져서, 엄마혼자 할 수 없게 되자, 오빠와 형부가 함께 가서, 복실이의 관심을 딴 곳에 쏠리게 한 후, 그 사이 엄마가 창문틈으로 뛰어 들어가, 얼른 밥을 넣어주는...정말 007첩보전을 연상시키는 <복실이밥주기작전>이 매일 실시되었습니다. 그 사이, 딸들은 아버지옆에서 말동무 해드리고(그야, 대부분의 주제가 복실이였지요~), 올케는 부산에서 반찬을 만들고 있고...쩝~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며칠전까지만 해도, 정말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며칠전, 늦은밤, 부산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오빠가 피식~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개 한마리 때문에, 매일 이렇게 온가족이 바쁘게 지내야하니..."
언니와 저도 옆에서 맞장구를 칩니다~
"맞다, 맞다, 오빠야~ 이게 뭐꼬? 그냥 복실이 사료줘버리면 안돼나?"
하지만, 역시나 자식들보다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더 간절한 엄마의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가, 저희들의 마음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너희 아부지가 좋아하시잖아~♡♥ 그렇게라도 해야지, 병원에 계신 너희 아부지 마음이 편하시지 않겠니~♡♥"...역시 엄마...^^

저희 아버지께서는 수술 후, 마취가 다 깨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복실아~복실아~"하고 헛소리를 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저희들은 걱정되는 마음반, 약간은 웃기는 마음반...이었지요^^ 그리고, 더 웃기는 일은, 병실에서 아버지 앞에 계시는 환자분께서는 아버지께서 계속해서 복실이 이름을 부르시니까, 딸이름인줄 아셨답니다^^ 그래서, 요즘에도 저렇게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여자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셨데요~ 후훗^^ 그리고, 정말 웃긴 일은, 아버지께서 계속해서, 의사선생님께, "개가 새끼를 낳아서 외출을 시켜달라"고 부탁하시자, 계속적으로 허락해주시지 않으시던 의사선생님께서, 결국은 아버지께 두손을 들고, 물어보시더랍니다. "할아버지, 개장수세요?"라고 말입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쯤...아버지께서는 복실이가 낳은 새끼들틈에서 행복해하고 계실겁니다. 엄마는 그 옆에서 연신~ 개죽을 끓이시고 계시겠지요~ 그리고, 오래간만에 주인을 만난 복실이는 눈물을 글썽글썽인체...아버지를 연신 핥고 있겠지요~

다음에 한번 저희 시골에 놀러오세요~ 복실이와 저희 아버지께서~ 반갑게 맞아주실 그곳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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