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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이너가 중심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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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환(동화작가)

나는 글쟁이다. 문단의 큰 행사에 초대돼 말석이라도 앉아보고 싶었으나 아직 단 한번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 한번 정도는 문단 행사에 가보고 싶었다. 10권의 책을 썼고 대부분 스테디셀러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글쟁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밥 먹는 글쟁이면서도 문단의 인정을 받지 못하니 나는 문단의 마이너인 셈이다. 때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나를 흐르게 한 건 아픔이었다. 아픔도 길이 돼주었다. 아픔이 있었기에 나는 하루 8시간씩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700편이 넘는 시를 외울 수 있었다. 메이저란 성공한 사람들일 것이다. 마이너란 성공하고 싶었으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나 성공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저런 일로 많은 메이저들을 만났다. 메이저들에겐 펄럭이는 깃발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메이저에겐 겸손이 없었다. 오만으로 가득찬 메이저들도 있었다. 많은 마이너도 만났다. 마이너들에겐 펄럭이는 깃발이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마이너에겐 겸손이 있었다. 겸손은 진실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이너를 사랑한다. 마이너인 나를 사랑한다. 키가 커지면 그늘도 커진다. 사람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다.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펄럭이는 깃발이 아니다.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펄럭이는 정신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다. 부디 마이너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낮고 힘 없는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었으면 좋겠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었으면 좋겠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살아가지만 세상을 환하게 하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환하게 하려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기쁨이 되지 않는다면 글이든 그림이든 모두 집어던질 수 있었다. 바람 부는 거리로 나가 아내와 자식들 위해 기쁨으로 붕어빵을 구울 수 있었다. 그 길에도 커다란 행복이 있음을 나는 경험으로 확신한다. 공장일 할 때도 행복했고, 리어카 사과장사를 할 때도 행복했다. 양말장사를 할 때도 행복했고, 추운 거리에 서서 아무도 사가지 않는 그림 장사를 할 때도 나는 행복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다.’ 오래 전부터 나의 맹세는 그랬다. 고맙게도 아내의 맹세도 그랬다. 가난해도 좋다는 다짐이었다. 돈에 멱살 잡히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행복은 겉모습이 아니다. 행복은 높낮이가 아니다. 행복은 많고 적음도 아니다. 행복은 가슴으로, 오직 당신과 나의 가슴으로 만드는 것이다. 욕심은 헛된 길을 만들고 바람은 그 길을 지운다. 언제나 그렇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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