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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의 비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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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어떤 자동차 잡지사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스포츠카를 튜닝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들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그 자동차를 만든 회사에서 빠른 자동차처럼 보이기 위해서 장식한 모든 장치들을 떼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스포일러가 달린 멋진 세단보다는 단순한 모양의 경주용 자동차가 실제로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좋은 듯이 보여서 인생의 여행 가방에 이것 저것 채워놓지만 실제로는 인생길에 짐으로 전락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같은 여행 일정이라도 아마추어와 베테랑의 여행 가방은 같지가 않다. 양자의 차이는 필요한 듯이 보이는 것들을 얼마나 포기할 줄 아느냐에 달려 있다.

인생의 비상(飛上)을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전도여행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배낭이나 전대의 돈을 갖지 말고 두 벌 옷도 입지 말라"고 명령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인생길을 가는 모든 순례자의 제일의 여행수칙이다. 사실 이 말씀은 대단히 비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하는 사람에게 생필품을 넣고 다니는 여행 가방과 생존 수단인 돈을 갖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들린다. 더구나 낮밤의 온도차가 심한 이스라엘에서 한 밤의 냉기를 막아줄 여벌의 옷도 가지고 떠나지 말라는 말씀은 잔인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말씀의 밑바닥에는 인생의 착시현상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 인생길에 필수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실제로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이는 세상적인 것들에 사로잡히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절대 의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시욕에 차있는 세상은 언제나 자신이 커 보이고 하나님은 작아 보이도록 우리에게 영적인 착시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생의 착시현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때로 처절한 경험이 필요할지 모른다. 조건반사처럼 몸에 각인되지 못하면, 일반의 의지력으로는 우리의 삶에서 필요의 욕구들을 떨쳐내고 가벼운 행장(行裝)을 갖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도자기 인형이며 크리스털 식기를 모으는 것을 취미로 가진 여인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식장에 모셔지는 그릇들은 쌓여갔지만, 예쁜 물건을 발견하게 되면 손에 넣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는 짐처럼 쌓이는 물건들을 보면서 마치 큰 집을 머리에 이고 사는 달팽이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 때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필요의 욕구로부터 자유하게 한 것은 불 같은 의지가 아니라 애지중지하던 모든 것들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던 큰 지진(地震)이었다. 그녀는 산산이 부서진 그릇 조각들을 치우면서 비로소 자유로워지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일년 이상 쓰지 않은 것은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지나도록 쓰지 않는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실상은 내 것이 아니요 그 물건의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다. 물건들이 자신의 임자를 찾아가도록 안내할 때 더불어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비행기처럼 인생의 비상을 위해서도 가벼운 몸과 튼실한 활주로가 필요하다. 여행길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세상에 대한 착시현상을 벗겨내고 하나님에 대한 절대의존이라는 신앙의 활주로를 놓아주셨다. 아무쪼록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적인 필요의 욕구로 인한 짐들을 떨쳐낸 가벼운 몸으로 하나님에 대한 절대 믿음의 활주로를 타고 비상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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