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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내 가슴을 후끈 달군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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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일, 아침예배를 마치고 성도들과의 교제가 끝난 후 강단으로 가 설교와 예배를 위하여 펼쳐놓았던 성경, 찬송가, 설교 원고를 정리하여 들고 내려오려고 강단 쪽으로 가다가 여느 때도 그랬듯 앞줄에 앉아계신 한 할머니 성도의 손을 잡았다.

이미 익숙한 그분과 나의 사랑 나눔의 방법이기에 그날도 다른 때와 똑 같은 마음으로 그 분의 따듯한 손을 잡았다. 그런데 다른 때와는 달리 잡은 손 안으로 무언가 잡히는 게 있었다. 무언가 그분이 내 손에 쥐어준 것이 분명했다. 손을 펴보니 꼬깃꼬깃 접힌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영문을 몰라 멈칫거리고 있는데 눈짓을 한다.

처음엔 그 눈짓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랐다. 계속 쭈뼛거리고 서있자 다시 한번 깊은 윙크를 한다. 그때야 그날 아내와 함께 세미나에 간다고 광고한 생각이 났다. ‘아, 목사가 어디 간다니까 가다가 차라도 한 잔 사마시라는 건가 보다.’ 형광등이었지만 그 때야 눈치를 채곤 사양했지만 막무가내셨다.

꼬깃꼬깃한 지폐를 잘 펴서 헌금봉투에 넣으며 나는 행복하다. 봉투 안에는 만 원짜리 지폐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할머니 집사님의 사랑이 들어가는 게다. 거기에 더하여 이미 이 가슴을 후끈 달구고 지나간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사가 들어가는 게다. 이럴 때 목사인 내가 부럽지 않으냐고 세상에 말하고프다. 누구 하나 같은 감동으로 알아줄 사람이 있으랴마는...

지난 주일이었다. 오후예배 시간에 앞서 찬양을 인도하던 권사님께서 그날따라 이미 고전인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 찾아’라는 찬양을 인도하셨다. 아마 그 권사님은 그 찬양을 처음 어디서 들으시고 너무 은혜를 받으셨던 모양이다. 두 번씩이나 찬양을 은혜롭게 인도하시더니 찬양구절을 인용하셨다.

“양을 위해 생명 바친 목자의 수고 그 사랑을 잠시라도 잊지 말지라” 그리고 다시 덧붙이셨다. “물론 이 찬양은 예수님을 찬양하는 내용이지만, 전 이 찬양을 하면서 우리 목사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얼마나 은혜 받았는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야 할 판국이었다.

난 내게 물었다. ‘양을 위해 목숨을 바칠 만한 각오로 일했던가? 예수님이 가지신 그 사랑이 지금 내게 있는가?’ 아무래도 대답은 ‘No’였다. 찬양이 끝나고 마이크가 내게 넘어왔을 때, 난 전혀 아니라고 성도들에게 변명하느라 혼이 났다. 그 주간 내내 예수님 찬양을 내가 갈취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일할 힘이 솟는 것은 왜일까? 아마 권사님께서 그렇게 말한 것은 순수한 그의 사랑이겠지만, 하나님은 그로 하여금 그렇게 말하게 하심으로 나를 깨우침이 아니던가 생각한다. 정말, 그런 심정으로 사역하라고.

할머니가 전해준 한 장의 지폐, 권사님이 전해준 극찬의 말 한 마디, 이미 나의 것은 아니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난 다행히 지혜로운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내게 돌아 온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목사로서의 힘이 솟으니 이게 웬일이냐? 아마 이게 목사의 행복인가 보다.

=서울 예은교회 김학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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