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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음악시험 감독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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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기말고사기간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월드컵열기를 식히랴, 또한 시험공부하랴, 교사인 제가 봐도, 아주 <대견하게>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공부를 하는 듯 했습니다. 며칠전, 기말고사를 치기 바로 전날...제가 가르치는 남학생들이 저에게 음악 공부를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음악공부를 같이 했습니다. 여기에서, 아마 여러분들 중에, 좀 이상하다 싶으신 분들이 계실겁니다. 왜냐면, 저의 전공이 영어이기에, 영어선생님이 영어가 아닌 음악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이상하잖아요~ 하지만, 남학생들과 저 사이에는, 우리만의 음악에 관한 재미난 일화가 있기에, 그게 이상하지 않답니다~

저희 학교는 기독교학교인 관계로, 매주 한번씩 전체 예배시간이 있어요. 그 예배시간때, 2학년 아이들이 반마다 돌아가면서, 특송을 준비해서, 무대에서, 한반 전원이 함께 찬양을 합니다. 잘하든 못하든...모든 아이들이 다 하는 일이기에, 저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이 무대에 서게 되는 셈이지요. 한편, 저희 학교는 작년 여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바뀌어졌고, 지금 2학년부터, 남학생이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학년1반이 특송을 하게 되면서, 저희 학교는 개교이래, 처음으로 남학생 찬양이 있게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2학년1반~ 아우우우우우~ 저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아이들입니다. 이 녀석들은 정말 제 평생 가장 소중한 아이들 중에 하나로 기억이 될 것입니다. 제가 처음 만나보고, 처음 가르쳐보았던 남학생들...제가 교사로서의 자질을 매우 심각하게 고려해보게 만들었던 아이들이기도 했었지요~ 처음에는 그렇게 밉더니만, 요즘엔...왜그리 이쁜지 헤헤~ 덩치가 산만해도, 좀 지저분하기는 해도, 좀 장난이 심하기는 해도,  이쁩니다~

암튼 이 녀석들은 이러한 학교적인 배경(남학생으로 처음 합창을 한다는 것^^)으로 인해, 많은 부담감을 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녀석들이 음악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니며, "우리 노래 가르쳐주세요~"라며 부탁을 하러 다녔나봐요. 근데, 수업이 있으신 음악선생님인데, 수업을 안하고, 이 아이들에게 찬양을 가르쳐주실 수가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음악선생님께서 "김현주 선생님께 가봐라~ 그 선생님, 피아노를 치니까,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거다~"라고 말씀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순진한 짜슥들~ 웬만해서는 들어오지 않는 교무실(찔리는게 많은가봅니당~ 하하~)에 떼거지로 몰려와서, 저를 모셔갔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른 체, 누가 쥐여주는 악보를 손에 들고는, 강당으로 떠밀려갔습니다. 여차여차 저차저차~ 상황설명을 듣고 난후, 녀석들의 합창을 일단 한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한번 듣고 난 후,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우우우우~ 녀석들은 유니송 부분에서는 엄청나게 크게 부르다가, 파트로 나뉘어지는 부분에서는, 베이스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립니다 ㅋㅋ...게다가 아이들이 부르는 찬양의 제목과 주제가 <주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하리>인데, 이 녀석들의 표정과 태도에서는 주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nothing이었습니다~ 게다가 표정도 왜그리 꾀죄죄한지~

제가 베이스를 리더하며, 아이들과 꼬박 1시간을 찬양연습을 했습니다. 큰 목소리의 남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는 것이, 정말 힘들더군요. 목소리가 쉬도록, 아이들과 함께 찬양연습을 했습니다. 그래도 1시간이 지나고 나니, 훨씬 좋아졌어요^^ 영어를 가르치는 대신 음악을 가르치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전, 대학시절 야간학교에서 1년간 음악교사로 일했었거든요)했기에, 참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며칠후, 아이들은 엄청난 기대와 호응속에서, 성황리에 특송을 마쳤고, 저도 객석에 앉아서, 짜슥들에게~ 연신 축하와 기쁨의 박수를 보내었지요... 정말 잘했지요~ 암튼,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머리속에는, 저를 떠올릴때마다, 영어와 함께 음악도 떠오르게 되었나 봅니다.

교실에 가니, 아이들은 내일 있을 <음악감상>시험 공부를 하며, 모든 학생들이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부터...쇼팽의 아름다운 야상곡까지...특별히,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었기에, 많이 피곤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참 편안했습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저에겐 아주 차분한 느낌을 주기에, 가끔씩, 머리가 복잡할때마다, 이 노래를 일부러 듣곤 하거든요. 그리고, 독일어의 그 단아하고, 독특한 느낌을 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쇼팽의 야상곡...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지요. 이별의 곡과 함께...야상곡은...저에겐 즐겨 연주하면서도, 제가 가장 즐겨듣는 피아노 음악입니다~ mp3의 깨끗한 화질로, 아이들과 함께 이 음악들을 들으며, 감상에 젖어있는데, 그새, 장난끼많은 머슴애 한명이 어느새, 제 뒤에 와서, 장난을 치고 있더군요^^ 정말 덩치는 산만하게 큰 녀석들이 왜 그렇게 구여운지 ㅋㅋ

아이들은 난리입니다. 이 음악이, 저 음악같고, 이 작곡가가, 저 작곡가같고...얼굴이 쭈글쭈글해가지고, 아주 걱정이 되는가봅니다. 머리를 박박 긁으며, 고민스러운 얼굴입니다. 짜아슥들...쉽게 외우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영~ 귀에 안들리나 봅니다~ 그래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왔겠지요. 저는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이 답하는데에 따라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 유일하게 노래 가사가 있는 음악은? (이것도 모르다니~) 겨울 나그네~
* 피아노로만 연주되어지는 음악은? 야상곡~
* 너희들이 가장 잘 아는 음악은? 아를르의 여인
* 백조의 호수와 비슷한 선율의 음악은? 미완성 교양곡
* 바이올린만 나오는 음악은?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아이들은 저의 설명에 연신 놀래다가, 이윽고, 자기들이 아는 지식을 덧붙입니다. 아를르의 여인을 듣던 중 한아이가 그 음악에는 풀룻이 자주 나온다고, 지적하더군요. 그리고, 브람스의 대학축전을 듣다가, 아이들이 이 음악은 정말 대학의 느낌이 팍팍~ 난다고 이야기를 하구요~ 또 탄호이저는 앞부분이 굉장히 조용한 노래라고, 구분할수 있겠다고, 아주 자만^^에 차있더군요~ 참 재미있었습니다. 남학생들은 시끄럽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이젠 음악시험 시간...전 2학년 다른반에서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중 보리수가 나오면서, 음악감상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계속적으로 제 머릿속에는 머슴애들이 이 문제를 맞추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자꾸 들더군요. 그리고, 이윽고 쇼팽의 야상곡이 나옵니다. 이 녀석들이 피아노소리를 분간할수 있을까...하는 염려도 되구요...계속 음악감상 공부하던, 머슴애들의 여느때와 다른 진지한 얼굴들^^이 떠올라서, 제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르르...계속...퍼집니다...같이 시험감독 들어갔던 선생님께서는 제가 자꾸 미소를 짓고 있으니, 이상한듯이 쳐다보십니다~ㅋㅋ

교사라는 일은 참 재미납니다. 가끔씩 교사도 multi player가 되어야된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교과에서도 탁월~상담에서도 탁월~ 취미생활에서도 탁월~ 게다가 때로는 이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할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이...시험은 잘 쳤을려나...^^ 또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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