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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설거지(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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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산더미 같이 쌓여진 그릇을 씻기 위해
개수대 앞에 선다.
밥공기들을 하나하나
'퐁퐁'을 묻혀 닦아내다가
문득 씻지도 않고 쓰이는
마음이 손 바닥에 만져진다.

먹기 위해 쓰이는 그릇이나,
살기 위해 먹는 마음이나
한 번 쓰고 나면
씻어두어야 다음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라 싶었는데....

그러나 물만 마시고도 씻어두는
유리컵만도 못 한 내 마음은
더렵혀지고 때묻어
무엇 하나 담을 수가 없다.

금이 가고 얼룩진
영혼의 슬픈 그릇이여.....
깨어지고 이가 빠져
쓸데가 없는 듯한 그릇을 골라 내면서
내마음도 이와 같이
가려낼 것은 가려내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누룽지가 눌러 붙어서 좀 처럼
씻어지지 않는 솥을 씻는다
미움이 마음에 눌러 붙으면
이처럼 닦아내기 어려울까...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나는
주전자를 보면서
씻으면 씻을수록 반짝이는
찻잔을 보면서
영혼도 이와 같이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나게 할 수는 없는 일 일까

그릇은 한 번만 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뼈 속까지 씻으려 들면서도
세상을 수 십년을 살면서
마음 한 번 비우지 못 해
청청히 흐르는 물을 보아도
때묻은 情을 씻을 수가 없구나

남의 티는 그리도 잘 보이면서도
제 가슴하나
헹구지도 못 하면서
사람들은 오늘도
아침 저녁을 종종걸음치며
죄 없는 냄비의 얼굴만
닦고 닦는 것이다......



(지은이: 송 유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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