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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52회 -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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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렇구나....>
갑자기 선후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윤정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오빠, 왜 전화했는데?>
윤정은 말을 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선후가 농담처럼이라도
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해 주길, 아니 그냥 생각이 나서라고 만이라도 대답해 주
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면 얼른 엄마를 태워주고 오빠를 만나러 갈 텐데....조
금 더 바란다면 오늘 꼭 만나고 싶다라고 말해주었으면....그러나 윤정의 작은
기대는 선후의 짧은 대답에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아니, 그냥....>
또 어색한 침묵....하지만 이젠 윤정도 화가 나서 더 이상 말하기가 싫었다. 지
금 기분으로는 수화기를 들고 있는 것 조차도 싫었다.
<오빠, 나 지금 바쁘거든?>
<응....잘 갔다 와.>
<그래, 잘 있어.>
윤정은 수화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수화기를 살짝 내려놓았다. 이상했
다. 전에 같으면 수화기가 부서져라 놓았을 것인데, 오늘은 그러기도 싫었다.
두근거리던 가슴이 아파왔다. 배신감일까?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원래 그
런 오빤데....늘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이 이젠 지겨워진 걸까?
<윤정아, 가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정은 천천히 일어섰다. 사실, 윤정은 오늘 아빠
대신 엄마를 외삼촌 집에 태워주고만 오면 그만이었었다. 엄마를 태워주고 난
후에 선후에게 전화를 걸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선후에게서 전화가
왔고 결과는 윤정이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어쩌면 영주의 말이 맞을지 몰랐다. 지난 금요일에 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영주
와 커피한잔을 하면서 윤정이 선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을 때 영주는 윤정
에게 여자가 너무 다가가면 남자는 부담스러워 한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남자
가 조바심나게 해야지, 니가 뭐가 꿀릴 게 있다고 그러냐....그 말이 맞는 것일
까? 사실 금요일에 선후가 휭하니 혼자 가버린 이후, 평소같으면 그날 밤에 집
에 가자마자 선후에게 전화를 걸었을 텐데, 이번에는 금요일 밤은 물론이고 토
요일과 일요일에도 먼저 전화를 걸지 않으니까 이렇게 전화를 걸어오지 않는
가. 당분간 이런 식으로 계속 해야만 할까?
<윤정아, 뭐해? 외삼촌 기다리겠다.>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윤정은 2층의 자신의 방문을 열면서 얼른 대
답했다.
<알았어, 엄마. 지금 내려가.>

선후는 다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좀 묘했다. 큰
마음 먹고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는데, 그래서 아주 반가워 할 줄 알았는
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반응이 나왔던 것이었다. 괜히 화가 났다. 역시 내가 먼
저 전화하는 게 아니었는데....수철이나 정민이한테 전화를 해볼까....하지만 선
후의 몸은 여전히 침대 위에 누운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만사가 귀찮았다.
그런데 마음은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
지?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후는 윗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예, 들어오세요.>
어머니였다.
<너 오늘은 집에 있을 거니?>
<글세요, 아직까지는 별 약속이 없어요.>
<그래? 왠일이니? 오늘은 윤정이 안 만나?>
<예, 윤정이는 오늘 외삼촌 집에 어머니 모시고 가야 한데요.>
<그래? 어쩌지? 엄마는 지금 나가봐야 하는데. 아버지 친구 부부와 약속이 있
어서. 오늘은 파출부 아줌마도 오지 말라고 했는데 저녁은 어쩌지?>
<아이 참, 어머니도. 제가 무슨 어린앤가요. 저녁이야 제가 알아서 차려 먹으
면 되지요. 걱정마시고 다녀오세요. 아버지는 오셨어요?>
<응, 운동 가셨다가 아까 오셨지. 밑에서 기다리신다. 내려와서 인사 해라.>
<예.>
선후는 어머니와 함께 거실로 나왔다. 아버지는 벌써 마당에 나가 계셨다. 선
후는 어머니와 함께 마당으로 나가서 인사를 했다.
<아버지, 다녀 오세요.>
<오냐. 너 오늘 집에 있는 모양이지?>
<글쎄요....아무래도 오늘은 집에 계속 있을 것도 같네요.>
<그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뭔가 묻는 눈빛을 보냈다. 어머니가 대답했다.
<이제 다 컸는데 저녁 한끼정도는 알아서 차려 먹겠지요. 애도 아닌데요.>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시며 말했다.
<하긴....그럼 다녀 오마.>
<예, 안녕히 다녀오세요.>
<그래.>
선후는 대문 밖까지 나가서 부모님의 차를 배웅하고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
어섰다. 왠지 집안이 허전하게 느껴졌고 다시 자신의 방에 들어가기가 싫어졌
다. 잠시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서있던 선후는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발걸음으
로 욕실을 향했다. 그리고 간단한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신을 신고 현관
문을 잠그고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을 잠그고 나왔다. 선후는 대문 앞에서 거리
를 보았다.

<제53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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