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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독교 정치세력화,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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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위한 영적·도덕적인 권위에 머물러야

- 김영한 원장(숭실대학교 기독대학원)

새해에 들어와 기독교 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부흥사 목회자들은 “정치를 살리기 위하여 기독교가 정치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도 기독교 정당을 창당하는 발기인 대회가 개최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필자는 기독교는 정당을 창당하는 등의 정치세력화가 아닌, 영적이고 도덕적인 권위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기독교 정당 창당은 시의적절하지가 않다. 한국교회는 역사상 세 번째 장로 대통령을 낸 무거운 역사적 책임 아래에 서 있다.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뜻을 같이 하는 정치인들 가운데에는 독실한 기독교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새 정부는 비록 세상 정부이지만, 그 내용은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 당선자가 기독교인 대통령으로서 칭송받는 국정 운영을 하도록 기도하고, 비판적인 거리를 두면서 필요한 지혜를 모아 주어야 한다.

둘째, “정치가 제대로 되도록 하기 위하여 교회가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나이브(Naive, 소박하고 천진)한 생각이다. 교회의 세상 권력화를 실행한 중세 교회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루터와 칼빈 등의 종교개혁자들은 정치와 종교의 영역을 분리시켰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며 목회자는 목회와 선교활동을 해야 한다. 정치와 종교는 서로 견제 역할을 하면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목회자가 정치까지 하려고 할 때, 종교와 정치는 혼동이 오고, 교회는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목회자는 세상 권력의 밖에 있어야 영적, 도덕적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교회사(史)적으로도 중세교회가 십자군운동을 전개하고 교황이 왕들을 임명하는 등, 세속적인 권력을 갖게 될 때 그 결과는 영적인 피폐요 교회의 부패였다. 기독교는 정치 세력화를 하기보다는 영적, 도덕적, 윤리적인 세력 확장에 힘써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항상 약한 자의 편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과 화해를 나누는 데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셋째, 기독교 정당의 창립은 ‘기독교’라는 보편적 가치를 ‘정당’이라는 편파적 가치에 희생하도록 하는 위험성을 갖는다. 정당이란 특정한 정치적 이해를 가진 자들이 이합집산하는 단체이다. 또한 선거 때마다 국민의 심판을 받는 단체이며, 선거 결과에 따라서 그 존폐가 결정되는 것이다. 정당에 기독교란 이름을 단다는 것은 기독교를 사회적 인기도에 맡기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독교의 보편적 진리와 가치는 시류에 의해 평가되고, 사회적 신임도에 의해 기독교 복음과 진리가 해손(害損)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정치권력에 참여할 때, 기독교가 지니는 초월성은 상실되고 현실의 영역으로 뛰어 들게 된다. 그리하여 교회는 예언적이고 초월적 지위를 상실하고 세속 기관의 하나가 되어 버린다. 교회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복음과 정치를 혼동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명분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해도, 참여한 기독교 정당이 편 정치의 결과가 나쁠 때에는 기독교 복음 자체가 매도되는 것이다.

넷째, 기독교의 정치 세력화는 주님을 왕으로 만들어 하나님 나라를 오게 하겠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군중들의 세상적인 발상이다. 이것은 결코 그리스도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려는 군중들을 피하여 산 속으로 도피했고 빌라도에게 “나의 나라는 이 세상에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목회자나 교회는 철저히 비(非)정치화될 때에 정치에 대한 도덕적 권위를 갖게 된다.

교회는 정치를 칭송만 하는 어용적 역할이 아닌, 정치 권력과 거리를 두고 비판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 개인이나 단체가 시민의 자격으로 정치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지혜다. 그 개인이나 단체는 단순히 기독교의 이름이 아니라, 기독교적인 가치와 정신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올바른 정치참여는 예언자로서 위정자들이 바른 정치를 하도록 권면하고 조언해주는 데에 있다. 교회가 세상권력을 쥐거나 권력의 편에 서고, 지원을 받고 혜택을 누리게 되면 사회의 영적, 도덕적 지주가 되는 능력을 잃게 된다. 교회나 목회자는 정치 세력화를 시도하려고 하기보다는 훌륭한 기독교적 마인드를 지닌 평신도 정치인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목회자는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교회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것이며 그 영향력도 지속적일 수 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주님의 가르침이 오늘날 한국교회와 사회에 더욱 요청되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증언자’이지 ‘세상 권력의 대변자’가 아니다. 기독교는 이 세상에서 영적 도덕적 권위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증언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끝으로 한국교회는 주님의 이 말씀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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