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사랑채의 백일홍

첨부 1


- 손달익 목사(서문교회)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프로그램 중에 ‘제2의 인생(second life)’으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이 많은 사람의 우려를 만들고 있다. 2003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의 가상 세계에 자기의 무대를 만들고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삶을 살아가는 일종의 인터넷 게임인데 다른 사람과 공유가 가능해 가상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에 빠진 청소년들이 현실 세계보다 가상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경우 가상 세계의 화려한 자기를 현실의 자기로 착각해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과 현실 부적응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그 염려하는 바가 무척 크다.

사람의 삶이란 분명한 자기 정체성의 확인이 있을 때 발전과 진보가 가능하고 내일에 대한 진정한 희망이 가능해진다. 잘난 것이나 그렇지 못한 것이나 자기 현실을 바르게 인식해야 다소를 불문한 전진이 삶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경은 인간 현실에 대해 미화하지 않고 악평을 하지도 않는다. 단지 있는 현실을 사실 그대로 보도하면서 현실에 바탕을 둔 갱신과 발전을 주문할 따름이다.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본질은 죄인으로서의 인간이다. 성경의 첫 부분인 창세기의 시작이 그러하고, 예수의 첫 메시지인 ‘회개하라’는 말씀도 인간이 죄인됨을 전제로 한 것이다. 죄인됨을 발견하고 그 바탕에서 갱신과 구원을 향한 구도적 삶을 살아야 함이 인간 삶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는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이 수치스럽거나 몰락으로 가는 길이 결코 아님을 누누이 강조하여 표현되고 있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잘못과 실패를 강변하거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하기보다 솔직한 인정과 회개가 더 인격적이고 도덕적이며 자기 발전과 회복을 위해서도 더 좋은 길이 된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 붕괴 현장에는 통일을 기념하는 전시물과 함께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에 의해 자행된 전쟁 범죄의 내용이 매우 사실적으로 공개 전시되어 있다. 부끄러운 역사지만 감추고 왜곡하기보다 솔직한 공개와 반성을 통해 스스로의 미래에 비극이 재발되지 않게 하고 세계인 앞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재의 도덕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결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개인도 국가도 결코 온전하지 못하다. 무죄한 백색의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면 자기 현실을 인정하고 참회의 길을 걷는 것이 오히려 책임 있는 삶의 자세요 양식 있는 국가의 모습이다.

옛 우리 선비들은 가옥의 사랑채 뒤뜰에 백일홍 심는 걸 좋아했다. 그 이유는 백일홍이 1년에 한 번은 꼭 껍질을 벗겨내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자기 껍질을 벗겨내는 백일홍을 보면서 우리 선비들은 자기 갱신 의지를 다지곤 했다는 것이다. 이제 사순절을 보내면서 가상의 자기에 도취하지 말고 죄인된 자기 현실을 인정하고 자기 껍질을 벗겨내는 백일홍처럼 자기 갱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해 본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