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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주와 곡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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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형 전문기자(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

"울고 싶습니다."

어느 목회자의 이야기다. 한국교회를 비판한 MBC의 '뉴스 후'가 나간 이후에 이 목회자는 울고 싶은 심정뿐이었다고 말했다. 전도를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이 목회자는 MBC의 보도를 보고 너무나 가슴 아파했다. 방송으로 인해 전도가 어려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는 비신자들도 인정하는 소위 '모범적인' 교회다. 방송사에서는 이 교회를 '문제 교회들과 대비되는 좋은 사례'로 보도하려고 연락을 해왔다. 이 목회자는 단호히 거절했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교회에 뭉둥이를 내려치고 있는데, 그 내려치는 또 하나의 소품으로 사용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 목회자의 변이었다. 그는 일부 목회자들이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사회가 한국교회를 때리는 '몽둥이의 소품'으로 이용되고 있는 데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가족이라는 지체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예수님의 유전자를 공유한 가족입니다. 우리(가족)끼리는 아픔과 치부를 모두 드러내놓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가족의 모든 상처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 가족들만큼 우리들을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도 않습니다. 만일 우리 여동생이 가출해서 거리의 몸 파는 여인이 됐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것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 좀 들어 보세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 모두 가족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우리의 아픔입니다."

그동안 교회에 나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시청자들은 '뉴스 후'를 보고 신앙을 갖지 않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 신앙과 비신앙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던 햄릿형 인간들은 "거 봐라" 하면서 자신있게 비신앙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물론 이는 방송 기획자들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교회가 새롭게 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떠나는 결과, 즉 한국교회의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 후'를 본 뒤 '방황하는'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어떤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라고.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놀라운 기적, 교회의 기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고, 보도되지 않은 수많은 진실과 기적들이 한국교회 속에서는 넘쳐나고 있다고. 우리 모두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경험해야 한다고.

한국교회는 분명 새로워져야 한다. 어떤 면에서 한국교회는 지금 초상집과 같다. 장례식장에서 때론 곡쟁이가 상주보다 더 서럽게 울기도 한다. 그러나 곡쟁이가 아무리 크게 운다 하더라도 상주의 슬픔과 비할 수 없다. 한국교회의 아픔을 부둥켜안고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상주는 바로 이 땅의 크리스천들이요, 목회자들이다. 곡쟁이들은 이를 알아주기 바란다. 진정 한국교회를 걱정한다면 진실된 애정을 갖고 묵묵히 지켜봐 달라. 이 땅의 교회는 끊임없이 갱신해 왔다. 인간의 노력을 뛰어넘는 동력, 교회 안에 작동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주건, 곡쟁이건 이번 기회에 그 생명을 모두 찾을 수 있기 바란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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