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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페이스메이커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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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시합에는 반드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들이 있습니다. 페이스메이커란 순위와는 상관이 없이 일정한 거리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선두를 이끌어 주어 A급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하거나, 초보 선수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주법이나 체력안배 등을 지도하고, 또 오르막길 같은 난코스에서 힘이 빠졌을 때 호각을 불거나 소리를 쳐서 기운을 북돋아주는 선수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황영조 선수도 페이스메이커로 출발하여, 올림픽 월계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또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도 역시 김완기 선수 같은 페이스메이커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페이스메이커들이 있는 줄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있기에 경주가 살아있고, 1등이 빛이 나는 겁니다.

마라톤이라는 종목은 괴롭고 힘든 경기로 결승점을 향해 끝까지 달려야만 하는 고독한 경주입니다. 그래서 기억해야할 것은 한 사람이 마라톤을 완주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훈련을 할 때 도와주는 코치가 있고, 훈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 가족들이나 회사가 있고, 완주할 수 있도록 곁에서 격려해준 선수나 관중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람들을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때도 있지만 말할 수 없는 기쁨의 순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작과 끝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몇 년 전 영화 ‘말아톤’이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신체적 연령은 20살의 청년이지만 정신연령은 5살 아이 수준밖에 안 되는 발달장애아 배형진 군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지능지수 45 이하의 장애아였기에, 절대 불가능하다는 마라톤 완주였지만 그의 어머니와 코치는 꾸준히 연습을 시켜 마침내 2001년 춘천마라톤에서 비장애인도 힘든 2시간57분7초의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게다가 다음 해에는 마라톤보다 몇 배 더 힘든 철인 3종 경기(수영, 사이클, 마라톤)에 출전해서 15시간6분32초의 기록으로 철인에 올랐습니다. 혼자서는, 아니 엄마의 손길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가 엄마의 손길을 뿌리치고 자신의 의사로 마라톤 레이스에 뛰어들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으로 달리는 영화 속의 장면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가 인생의 경주에서 그렇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곁에서 그를 도우며 포기하지 않고 함께 달려주었던 페이스메이커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늘 그의 곁을 지켜주었던 그의 부모와 형제들, 체계적인 마라톤 훈련을 시켰던 그의 코치가 바로 페이스메이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마라톤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감히(?) 세상에 뛰어들어 한때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악기제조회사에 취직해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인간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나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의 상황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곁에서 함께 뛰어주고 격려하며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족과 동료, 신앙의 형제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영원한 페이스메이커이신 주님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들을 기억하면서, 남은 인생과 신앙의 여정을 힘차게 달려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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