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깨끗한 돈벌기

첨부 1



-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떻게 벌더라도 제대로 잘 쓰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면 기독교인들도 돈을 선하게 쓰겠다는 결심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도 된다는 것일까? 성경에도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눅16:9)는 말씀이 있으니 재물을 어떻게 모았든 잘 쓰기만 하면 관계 없다는 말씀이 아닌가? 많은 기독교인들이 한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을 것이다.

반면 어떤 기독교인들은 근로의 대가로 번 돈이 아닌 돈, 즉 불로소득은 의롭지 못한 돈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해당 기간 내에 노동하여 벌지 않은 돈을 불로소득이라 정의한다면 예전에 벌어둔 돈을 은행에 저축하여 얻게 되는 이자도 불로소득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성경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받는 이자를 제외하고는 이자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마25;27). 그리고 근로의 대가로 얻은 소득이라 하더라도 그 대가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하다면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가 과한지 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지극히 주관적이다.

깨끗한 돈은 먼저 정당한 방법으로 번 소득이다. 성경에서도 여러 곳에 돈 버는 방법의 정당성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다. "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 공평한 추는 그가 기뻐하시느니라"(잠11:1). 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어보자. 그 기업이 만든 제품에 대하여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다른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번 이윤이라면 그 액수와 관계 없이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왜곡하거나 감추어서 번 소득, 경쟁 없이 독점이나 담합을 통하여 번 이윤은 깨끗한 돈이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정보를 빼돌려서 그것으로 돈을 버는 행위도 정당하지 못하다.

깨끗한 돈의 두번째 조건은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이익을 줌으로써 얻게 되는 소득이다. 즉 돈을 버는 과정에서 유용성 혹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박은 아무리 경쟁을 통하여 돈을 벌더라도 도박의 과정에서 타인에게 유용한 가치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에 깨끗한 돈이 아니다. 최근 한국의 부동산 투기도 그 효과 면에서 제로섬 게임에 가까워 이로 얻은 소득을 깨끗한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깨끗한 돈이라면 많이 버는 것이 좋다. 그러나 깨끗하지 못한 돈이라도 애써 벌려고 하는 것은 탐욕이다. 불의한 재물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잘 쓰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그러나 온전한 순종은 무엇보다 깨끗한 돈을 벌어 정승처럼 잘 쓰는 것이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