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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5년만에 처음 미용실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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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머리가 참 많이 길었다.
미용실에는 거의 안가는지라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미용실 하는 사람들은
다 굶어 죽고 말 것이다. 파마는 하지 않으니까 머리가 길다 싶으면
집에서 거울보고 대충 자른다. 원래 곱슬머리라서 꼭 파마한거 같이 곱슬
하니 좋은점도 있다.

근데...어제는 돌발적인 행동을 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들끼리 엉퀴가지고 머리카락이 한주먹씩 빠진다.
날마다 머리 감기도 힘이 들고 한번 감을때마다 한주먹씩 쓸려가는 내 소중한
머리카락...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머리 숯이 많으면 말도 안한다)
그래서 좀 잘라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서 잘라도 되겠지만 어제는 그냥 미용실로 향했다.
하지만,쉽게 움직인것이 아니다.
갈까,말까를 수십번,
지갑을 들었다 놨다를 수십번,
앉았다 일났다를 수십번,
현관문을 열었다 받았다를 수십번,
자전거 핸들을 잡았다 놨다를 수십번,
돌콩투가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를 수십번,
아~!!!
이일을 어찌하면 좋노...
갈까?
가지뭐~! 그래 가자~! 결정했어...!

자전거에 투 를 태우고 가까운 미용실로 향했다.

한번 변화 주는것을 죽기보다 겁내하는 나.
늘 같은 모습,같은 표정,같은 옷차림, 그리고 같은 일상.
이런 모습들이 때로는 지겹고 답답하기까지 한다.

같은 모습이 편안함을 주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봤을때약간 다른 느낌의 향을 풍기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어쨋든 난 지금 미용실로 향하고 있다.

문을 열고 쭈삣쭈삣 거린다.

"저...제 머리 어떻게 하면 어울릴까요..."
"일단 머리가 길어서 조금 자르고 약간 파마를 하시는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럼 알아서 해 주세요...너무 많이 자르지는 마세요..."
"네 알았습니다^^"

그동안, 나랑 동고동락했던 내 사랑하는 머리카락들이 비명을 지르며
잘라져 나간다.
(눈을 감고 이를 악물고 이 아픔을 참아야 하느니라~!)

시간이 갈수록 내모습이 변해 간다.

원래 바탕이 떡판이니 변화를 주고,모양을 낸들 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다. 지겨운 내 일상에 약간이라도 신선함을 풍겨 준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 할 것이다.

머리카락이 많이 잘라져 나갔다.
전엔 손을 뒤로 하면 잡혔었는데 이젠 잡히지 않는다.
어깨에 닿을까 말까 한다.
속이 시원하다.
치렁치렁 대던 머리카락이 반으로 줄어 들었다.
어깨에 닿는 느낌이 너무 가볍다.
이제는 머리를 감아도 말리는 시간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 지긋한 머리핀도 꽂지 않아도 된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전까지만해도 복잡했던 생각들의 매듭이 풀려 버렸다.

머리끝부분에만 하는 파마를 했다.
"세팅파마" 라고 했다.
머리카락에다 전기선줄을 달고 어찌나 잡아댕기든지 아파서 죽는줄 알았다.
그렇게 길고긴,3시간이 지나고서야 끝이났다.

거울속에 내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아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머리카락 하나로 사람이 이리 달라보일수 있단 말인가.

예쁘냐구요?
만족하냐구요?
흑흑~ 만족 안하면 어쩔거유...이미 머리카락은 잘라버렸는디.
지가 아까도 말했쥬? 바탕이 거시기 하니께 뭐 별다른 기대는 하지 말라구요.

이렇게 난 5년만에 처음 미용실에 갔다.

자신의 모습에서 약간만 다르면 어색해서 안절부절 하는 나.

머리깍아주는 분들께 그리 말했다.
너무 짧게는 치지 마세요 머리를 묶을수 있도록 깍아 주세요.
핀 꽂는것을 지겨워 하면서도 묶을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 했다.
원래대로 돌아갈수 있는 방향을 항상 잡아 놓는것이다.

다른사람들은 미용실에 자주 들나낙 거리던데 난 왜이리 힘이 들까.

난 아마 생긴 구조가 틀리나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수는 없다.

미용실뿐만이 아니다.

난 어릴때부터 대중 목욕탕엔 가 본적이 몇번 없다.

아는 사람 만날까봐 못갔다.
항상 집에서 가마솥에다 물 끓여서 목욕을 했다.
어쩐지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사람들은 그랬다.
" 야~! 니는 우리 안달린거 달고 있나? 와그리 까탁 시럽노~!?
그들이 우찌 내 마음을 알건노...

그렇게 살아 왔다.

이쯤하면 참 "별시럽다"  할는지도 모른다.
맞다 난 참 별난 놈이다.
내가 인정하는,아니 타인도 인정하는 별난 사람이다.

밤새 머리카락이 잘 못될까봐 마음대로 몸부림 치면서 자지를 못했다.
거금"오만원"을 주고 한 머리니 꿀단지 다루듯이 할수밖에~!

(그러고보니 난 오만원에 참 인연이 많나보다)

이제는 미용실에 자주 갈 것이다.
이런거 변한다고 내 마음이 변하는것도 아니다.
내모습이 당장 깡패처럼 변한다거나,
공주처럼 호호호~ 거리며 변하는일도 없을 것이다.
헤어스타일만 약간 다르게 변할뿐.

이제 곧 가을이 온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가을 냄새가 난다.
길가에 벌써부터 은행잎이 물들어 한,두개씩 떨어져 있다.
길가에 있는 돌맹이들한테서도 가을 냄새가 난다.
하긴,성질급한 코스모스는 한여름에도 피어 있더라만.

가을이 오면 겁이 실실 난다.
찬바람이 불고 해가지면 아직도 난 엄마 생각이 난다.
내게 있어서 집은 항상 엄마가 계시는 고향 집 뿐이다.
불쌍한 우리 돌콩들.
이런 철부지 엄마를 엄마라고,엄마가 있는 이 곳이 집이라고 선교원 마치면
"엄마 저 왔어요" 한다.

그래.
난 너거들 엄마다.
엄마 맞다.
지금도 엄마고 앞으로도 엄마다.

아직은 사는것이 서툴고 조금 미흡한 인간이지만 분명 너거들을 내가 낳았고
호적상에 너거들 엄마로 쓰져 있다.
앞으로도 계속 엄마 할께.

나만,이 엄마만 믿으렴.

아이들을 위해서,내 신앙을 위해서,한 인간인 나를 위해서 가끔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서 숨도 쉬어볼 것이다.
그 틀이란것이 자신의 숨을 조이게 만들수도 있다.
말씀대로가 아닌 내 모나고,고집으로 똘똘말린 내 틀.
누군가 그랬다.
"넌 벗어나봤자 우리들이 거쳐 지나온 70년대에 머물러 있을거라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말하며 웃는다.

후후~ 내가 얼마나 돌발적이고 겁나는 인간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하나님 아버지는 아실 것이다.
내가 얼마나 못된,말썽쟁이 인간인지...


햇살이 참 따스하다.

이불을 베란다에 걸쳐 놓았더니 잘 마른다.
오늘밤에 울 사랑하는 돌콩들과 내가 덮고잘 이불에서 뽀송뽀송한 소리가
들릴거 같아 기분이 참 좋다.

하나님 아버지 저 키우시기 참 힘이 드시지요?
저도 알아요 제가 얼마나 철부지 딸인지...
하지만 아버지께서 절 이렇게 지으셨쟎아요.
아버지 자식이니께 앞으로도 계속 살리든지,죽이시든지 알아서 하세요.
제가 잘못되면 아버지 마음 아프시니께...알아서 하세요...

배짱,배짱,배짱이다.


아~
볕이 참 좋다.  
이 따사로운 태양의 열기로 들녘에 나락들이 다 잘 익어서 풍요로운 가을걷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밤이 익었습니다.
감이 익었습니다.
하는 추석이 머지 않았다.


올 추석엔 울애들 싸구려 한복이라도 한벌씩 사 입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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