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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싱송외교’와 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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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성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총무

평양에서 북한의 '애국가'가 연주되는 일은 일상적일 것이다. 그런데 성조기와 인공기를 게양해 놓고 미국의 국가가, 그것도 북한의 심장인 평양에서 연주됐다는 사실은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세계적인 수준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두 시간 가까이 전 세계에 울려퍼진 이 역사적인 이벤트는 예술적인 평가를 초월해 정치적인 해석을 내릴 수밖에 없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이 외교적인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핑퐁외교'에 견줄 만한 '싱송(sing-song)외교'로 충분히 일컬어질 만하다.

그러나 국제 정치는 냉정하다. '싱송외교'와 같은 문화교류를 한 차례 펼쳤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법은 없다. 북·미관계가 한번에 회복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페리노 미 백악관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은 이번 공연은 그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핵문제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준비되어 있지 않은 북한 정권의 행동이 이번 공연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지난해 2·13 합의 이후 북한과 미국은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다. 미국은 좀더 철저한 핵 무력화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현재까지 진행된 핵 불능화 단계에 따라 중유 공급과 테러지원국 해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다. 양국의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고비가 여러 차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과의 관계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쟁을 치렀거나 적국으로 여겼던 나라들과 수교하는 것은 미국에 새로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 중국 또는 리비아 등과의 관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미국은 교류와 지원 등을 통해 상대측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한 접촉으로 신뢰도를 높여 나간다. 그 다음에 경제지원 약속과 외교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는 수순을 보여왔다.

뉴욕필의 한 차례 공연으로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양국이 화해를 원하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는 서로 주고받은 셈이다. '싱송외교'라 칭할 만하다. 양국의 화해불씨를 잘 살려 나간다면 머지않아 평화와 화해의 불길이 피어오를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데 괴성을 지르거나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 일만큼 몰상식한 일은 없다. 이제 막 출발한 이명박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과 방향은 싱송외교의 또 다른 협연자라 할 수 있다. 세계가 지켜본다. 통일·외교를 포함한 내각 구성에 진통을 겪고 있는 새 정부는 미래 지향적이고 평화·화해를 중시하는 신중한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뉴욕필 공연은 한국 교회의 통일운동에도 중요한 암시를 준다. 남북관계가 교착, 혹은 대결구도로 흐를 때마다 민간 차원의 협력과 교류가 대화와 화해의 물꼬를 튼다는 사실이다. 우리 교회도 부지런하게 '싱송'하자. 시샘추위가 몸을 웅크리게 만들어도 부지런한 제비 한 마리가 봄이 오는 것을 알리지 않는가.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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