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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들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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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언니가 둘 있다. 큰언니가 결혼해서 딸을 둘 낳자 언니의 시댁에선 구박을 무지하게 했다. 결국 견디지 못한 큰언니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들을 낳았다. 아들을 낳고 나서야 시댁 어른들께 <사람>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큰언니는 많이 울었다.

둘째언니도 결혼해서 딸을 둘 낳았다. 둘째언니의 시어머니는 <네가 네 언니를 닮아 그 모양이다>며 틈만 나면 구박을 했다. 그러다가 둘째언니의 시누이도 시집을 갔는데 딸만 둘 낳았다. 그러고 나자 시어머니는 <딸이 더 좋다>며 말 바꾸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며느리가 낳은 손녀딸에 대해선 말이 달랐다. 둘째언니도 많이 울었다.

그리고 나도 결혼을 했다. 나 역시도 딸을 낳았다. 나의 시어머님도 똑같이 구박을 하셨다. 어느 날은 <나는 아들 낳았는데...>하셨고, 또 어느 날은 <아들을 낳았을 때의 그 기쁨은 내가 평생 살면서 느꼈던 그 어떤 기쁨보다 컸다>고 하셨다. <네 언니도 딸만 둘 낳았지?>하시는 날도 있었다. <남의 맏아들에게 시집을 왔으면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야지>하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날도 많았다. 나도 언니들처럼 많이 울었다.

그러다가 나의 시누이가 시집을 가서 첫딸을 낳았다. 내가 딸을 낳았을 때와는 달리 어머님은 <첫딸은 살림밑천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반가워하셨고, <둘째가 아들이면 된다>고 위로하셨다. 그리고 시누이가 다시 아기를 가졌을 때 어머님은 <이번 아기는 분명히 아들>이라며 교회와 이웃에 자랑을 하셨다. 그리고 내게도 자랑을 하셨다. <내가 꿈을 꾸었는데 아들이라고 하더라, 이 아기는 분명히 아들이다>

그러나 시누이가 막상 출산을 하고보니 또 딸이었다. 어머님은 몹시 실망하셨지만 내게는 내색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요즘은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 탄다고 안 하냐>며 편들어 주셨다. 또 신혼 때부터 시누이 내외와 함께 사시면서 두 번의 산후 몸조리도 염소 한 마리씩 잡아가며 살뜰하게 해 주셨고, 두 아이를 다 봐주며 살고 계신다. 시누이는 전업주부다.

그래서 나의 둘째언니는 한동안 나를 위해 기도할 때면 꼭 빼놓지 않고 기도하는 제목이 있었다. <하나님이 막내의 가정에 자녀를 하나 더 주신다면 이번에는 꼭 아들을 주시기를 원합니다. 막내를 통하여 우리 자매들의 수치를 씻어주시고, 우리 눈에서 눈물을 거두시기를 소원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모가 있어도 고아처럼 자랐고, 필요 이상으로 고통을 당하며 살아온 것을 기억해 주시고, 이제는 갚아주시기를 원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두려움 때문에 둘째아이 출산을 미루어왔다. 임신기간 내내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했던 그 끔찍한 기억......의사들도 원인을 못 찾고, 처방도 내려주지 못했던 설사를 한 달 넘게 계속하며 먹는 것 없어도 끊임없이 토했던 임신 초기, 5개월이 넘도록 이어지는 심한 입덧, 남들은 말기부터 붓는다는데 나는 병원에서 임신사실을 확인하기 전부터 무섭게 부어올랐었다. 수업 도중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었다. 유산의 위험도 겪었다.

게다가 나는 그 모든 것을 나 홀로 겪었다. 남편은 신학생이었고, 나는 산골마을의 교사였다. 각자의 자취방과 교회 옆의 살림집으로 생활이 삼분되어 아주 특이한 주말부부로 살았던 그 기간 동안 나는 비좁고 불편한 자취방에서 힘들고 서러워서 울기도 많이 했었다. 아이를 낳을 때도 6일이나 진통한 끝에 양수도 다 터진 후에 제왕절개 수술로 겨우 낳았다. 그래서 회복도 남들보다 몇 배로 느렸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아이가 아홉 살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권했다. 딸이든 아들이든 하나 더 낳으라고. 나는 그 때마다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우리 부부는 둘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거론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드디어 아이를 하나 더 낳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나의 시누이가 이미 딸을 둘 낳았기 때문에 설령 내가 또 딸을 낳는다고 하여도 어머님이 예전처럼 나를 구박하시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첫아이 때와는 달리 전업주부로 살고 있으며, 남편 역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주간부터 하나님 앞에 자녀를 구하는 기도를 드리기로 하였다.

하나님이 딸을 주셔도 감사하고 아들을 주셔도 감사하고, 또 이도저도 안 주셔도 감사하지만, 나는 정말 하나님이 이번에는 내 손을 들어주셔서 둘째언니의 기도대로 내게 아들을 주시고, 그로 인해 우리 자매들의 눈물을 씻겨 주시기를 원한다... 아휴~, 정말 아들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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