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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54회 - 그러기를 은근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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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선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나 지금 어디 가야 돼서 아무래도 축구 못 볼 것 같다.>
<응....응?>
정민은 무심결에 대답하다가 선후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닫자 정말 놀라서
다시 선후를 쳐다보았다.
선후는 다시 시계를 보았다. 4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선후는 잠시 마음 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축구와 특강이 똑같이 3시에 시작
하니까, 특강이 1시간 30분 정도면 축구도 마지막 10분에서 15분 정도는 볼 수
도 있겠다. 그런 계산이 서자 선후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선후는 가
방을 들었다. 오늘같이 선후가 참여해야하는 행사가 있을 때는 늘 과사무실이
나 동아리방의 캐비넷에 넣어두었었지만, 오늘은 특강을 들으러 갈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필기구가 들어있는 가방도 가져나왔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미
처음부터 특강쪽으로 선후의 마음은 기울어졌음에 틀림없었다.
선후는 운동장에서 열심히 몸을 풀고 있는 수철과 응원에 열중하고 있는 윤정
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계를 보았다. 50분이었다.
<정민아, 빨리 갔다오면 아마도 마지막 1, 20분 정도는 볼수 있을 것 같으니
까, 나중에 수철이나 윤정이가 어디갔냐고 물어보면 잠깐 어디 갔다고 말해
줘.>
<그래, 알았다. 어지간히 급한 일인가 보지?>
<으응....아무튼 있다가 보자. 희연씨, 우리 사학과 열심히 응원해 줘요.>
선후는 몸을 돌려 스탠드 위로 올라가면서 정민 곁에서 어리둥절해 있는 희연
에게도 한마디 하고는 절뚝거리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뒤에 남겨진 정민과 희연은 선후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다가 다시 제자
리에 앉아서 서로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누군가가 옆에서 주의깊게 들
었다면 선후라는 이름이 그 둘의 대화 중에 많이 나왔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
다.

수진은 문영을 비롯한 대학부 일행 8명과 함께 특강이 시작하기 15분 전에 와
서 자리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둘러보았다. 그때 앞자리 쪽에서 병찬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병찬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았던 모양이었다. 수진 일행은
앞쪽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수진의 일행 중에는 취재차 온 주보사 편집장 윤
주도 끼어 있었다. 간사님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오지 못했는데, 수진
으로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래도 윤주와 간사님과 셋이 동시에
한자리에 있게 된다는 것은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수진은 자리에 앉아서 뒤를 돌아보았다. 반원형의 비스듬한 경사가 진 400석
규모의 꽤 큰 강의실이었다. 그런데도 벌써 거의 자리가 다 차고 있었다. 앞쪽
의 출입문은 이미 잠겼고 뒤쪽의 출입구 두 개만 열려 있었다. 아직도 사람들
이 강의실로 계속 밀려들고 있었다. 수진은 다시 고개를 바로 하며 가방에서 노
트와 볼펜을 꺼내 강의를 들을 준비를 했다.
<수진아, 안 떨리니?>
문영이가 속삭였다.
<뭐가?>
<이 특강 마치고 나면 CCM 경연대회잖아.>
<글세, 아직은 괜찮아.>
<그러고보면 너도 참 강심장이다. 나 같으면 어젯밤부터 가슴이 콩닥거려서 잠
도 못잤을 것 같은데. 어디 눈 좀 보자. 봐, 전혀 충혈되 있지 않잖아.>
<호호호.....>
수진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사실은 문영의 말처럼 정말로 어제 밤에 잠을 설쳤
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의외로 깊이 자서 그런지 별로 피곤하지가 않았다.
<언니, 오늘 잘 해야 돼. 우리가 이렇게 응원까지 왔는데.>
<그래, 맞아. 근데 언니 노래 너무 좋더라. 어쩜 그렇게 좋은 노래를 쓸 수 있
는 거야? 가사도 너무 은혜롭고....>
혜영과 지수가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고마워, 모두들.>
수진도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문영 옆에 있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윤주의 얼굴도 눈에 들어왔다. 윤주도 수진의 눈길을 느꼈는지 수진 쪽으로 보
며 방긋 웃어주었다. 그런 윤주의 모습을 보자 수진은 기뻤다. 수진은 다시 강
의실 뒤쪽을 보았다. 강의식 뒷벽의 한가운데에 큰 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작 5분 전이었다. 수진은 고개를 바로 하고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문영도 다
른 쪽에 앉은 후배와 이야기한다고 더 이상 수진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창조사학....수진에게는 좀 생소한 부분이었다. 평소에 역사에 그리 관심도 없
었고....겨우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이 수진이 아는 범위였다. 역사....수진의 머
리 속에 또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떠올랐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별
로 기억하려는 생각이 없는데도 그 사람은 잊었다 싶은 순간에 다시 떠오르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마다 가슴이 아리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한번
씩 떠올랐다. 수진으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운동장에서 학교를 안고 있는 산쪽으로 꽤 뛰어가야 특강이 열리는 강의실이
있었다. 아무리 5월이라고는 하지만 한낮인 3시의 햇살은 만만치 않은 것이어
서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후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들어
가 보니 400석 규모의 큰 강의실이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선후는 열심히
빈자리를 가장자리에서 눈으로 열심히 빈자리를 찾다가 그냥 통로의 계단에 걸
터앉아 버렸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보다 낮아졌지만 선후의 키가 큰데다가 비
스듬하게 경사가 져 있어서 강사를 보는데 별 지장은 없었다.
지금은 한창 사회자가 강사를 소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선후는 얼른 가방을 열
어 노트와 필기구를 꺼냈다. 그러면서 어쩌면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서 중간에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또 그러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제55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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