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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너무도 어처구니 없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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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스더 선교사님 소식때문에 마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갈말가족및 그분의 소식을 접한분은 모두 마찬가지일테지요. 가족들의 놀람과 슬픔은 또 오죽하겠읍니까?
하지만 여기서 제가 느끼는 마음의 무거움이란 단순히 슬픔이나 놀라움뿐 아니라 그건 씻을수 없는 죄책감에 더 가까운 것입니다. 그동안 선교사님들에 대한 선견과 편입견이 나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었다는걸 이번 에스더 선교사님을 보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남편의 직업때문에 잠시 아프리카에서 산 적이 있었읍니다. 아프리카에 갈때 저희집 식구 모두들 말렸더랬읍니다. " 그 낯설고 험한 땅을 가서 네가 어떻게 살래. 되게 가난하고 살기도 험난하다는데... 밥하고 김치 없으면 못사는 네가 어찌 그곳에 가서...  차라리 결혼만 하고 네 신랑이 도로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라는 둥..."
저도 무척 불안했고 '아프리카'하면 책이나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던 밑에만 겨우 걸치고 옷도 입지 않고 맨발로 다니는 부시맨을 연상하거나 루식량이 부족하여 아사상태로 죽어가는 사람들, 큰텐트로 식량배급을 받으러 줄지어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대부분이었읍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했을때는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게 얼마나 단편적이고 무지했는지,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얼마나 부분적이며 허상적인지를 깨달을수 있었읍니다. 사람들은 저희와 마찬가지로 옷을 입고 있을뿐더러 오히려 더 멋쟁이들도 많았고 유럽의 원조와 도움으로 거의 문화수준도 웬만한건 우리나라 못지 않게 다 갖추고 있었읍니다. 물론 제가 있었던 곳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아주 잘사는 서양으로 치면 '미국'정도에 해당되는 나라였고 저희가 누릴수 있었던 혜택도 보통 현지인들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긴 했지만 매번 저는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오히려 '와, 한국보다 엄청 살기 편하구나'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을 정도였읍니다.
아무튼 그당시 무척 외로웠던 저는 한인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다정다감하신 목사님이랑 친절하신 한인여러분 덕분에 적응을 잘할수 있었고 꽤나 즐겁게 아프리카 생활을 마무리했고 소중한 추억도 많이 남겼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귀중한 친 구들도 참 많이 사귀었읍니다.
그곳에서 말로만 듣던 선교사님들을 직접 뵐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엄청나게 듣거나 읽어서 알고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읍니다.
물론 그나라에 아주 오래전에 들어와서 수고하고 고생하신 목사님들이 계셔서였겠지만 제가 봤을때는 목사님들이 적어도 사시기에 풍족했고 자녀들은 다 미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며 항상 웃으시는 모습에 참으로 행복해 보였읍니다. ' 어떤목사님은 이곳이 체질에 맞는지 자꾸 배에 살이 붓는다는 말을 웃으시며 하셨고 그래서 목사님들끼리 '테니스 목회'니 '낚시 회동'이라는 용어를 쓰시기도 하셨읍니다. 그곳의 한인들은 대부분 가게나 사업을 하고 계셨는데 현지인들은 목사님 가족들이나 한인분들에게 늘 굽신거리고 상전대하듯 했읍니다. 그분들에게 잘보여야 밥이 생기고 용돈도 생기고 문지기나 운전수 ,가정부, 하다못해 차닦는 일자리도 생기고 ... 어쨌든 잘보여야 했읍니다. 그런데 그런 목사님 가정들을 보면서 저는 그게 참 좋아 보였읍니다. "음, 역시 하나님을 믿으면 이렇게 복을 받는구나,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쏟아주시는 구나" 하는 생각을 저부터도 했고 더구나 현지인들은 그런 목사님가정을 보면서 "아, 저렇게 하나님을 믿으면 나도 차가 생기고 밥 굶을 걱정도 없고 일자리도 생기고 복을 받겠지.."하는 소망이 생기고 비전도 생길것이니 그야말로 얼마나 참된 선교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읍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종이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게 저는 참 좋게 생각되었고 당연하다고 여겼읍니다.
어떤날은 제가 어느 목사님 댁을 간적이 있었는데 목사님께서 본교회에 보낼 선교일지를 적고 계신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하면 좀더 고생스럽고 좀더 힘들고 좀더 없어보이는 글을 쓸까"하시며 단어선정과 문장배열에 고심을 하고 계셨읍니다.
저는 그때 '아, 선교사가 되려면 글도 참 잘써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읍니다.
언젠가는 또 사모님을 뵈러 목사님 댁을 갈일이 있었는데 목사님께서 많이 화가 나신듯 했읍니다. 사모님께 여쭤 보았더니 "현지인 전도사가 말을 듣지 않고 교회돈도 함부로 쓰고 또 사람들도 영 시키는 일을 잘 못한다.."며 속상해 하셨읍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고, 우리 목사님이 머리나쁘고 불손종하는 현지인들때문에 고생이 참 많으시구나" 라는 생각에 목사님께서 참 안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읍니다. 어떤 목사님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하시며 조금이라도 젊었을때 사역자로서의 중요한 경력(?)도 쌓고 임기가 끝나면 그때는 미국쪽으로 가시고 싶어하셔서 저는 " 아, 이목사님은 참 포부도 훌륭하시고 큰 비전이 있으시구나.." 했었읍니다.
제가 도착하고 1년쯤 지난후 기존의 목사님이 새로오신 목사님과 잘안맞아서 힘들어하신다고 성도들은 수군거렸지만 아무튼 안식년을 맞아서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얼마 있다가 "아무래도< 아프리카 체질> 이라며 혹시 다른 나라쪽으로 빈자리가 생기는지 알아봐 달라는 연락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결국 여러해가 지난후 지금은 또다른 어느 아프리카(거기도 아주 잘사는 축의 나라에 해당됨)에 가셨다는 말을 들었읍니다.

올초 제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특별한 사유없이 개인신상때문이라며 후임자 선정도 없이 한국으로 들어가셨읍니다. 작년말부터 주재원들이 계속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공부마치고 돌아가는 유학생이 늘어나자 교회가 한참 썰렁하던 참이었읍니다. 저희는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여기저기 후임목사님을 찾아야 했고 그동안 다른 교회의 목사님들이 돌아가며 저희교회 주일예배 설교를 맡아주시는 수고를 하셔야 했읍니다.  그게 바로 몇달전인데....
어제 같은교회 친구집사로부터 전화가 왔읍니다. 떠나신 목사님으로 부터 메일이 왔는데 조만간 이곳을 다시 방문하시겠으며 자녀 교육때문에 아무래도 나와야 겠으니까 여기는 힘들고 다른 지방으로 가서 개척교회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대충 그런 내용이었답니다.
선교가 무슨 <개인사업>도 아니고... 성도수가 줄어들고 수입이 줄어들땐 이렇다 저렇다 별말없이 떠나시더니 이제는 자식교육 때문에 다시 나오시겠다니... 친구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지었읍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 신앙의 성숙도가 한참 못미치는 <데뷔땅>이요, 갓난아기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선교사>님들에 대한 이미지는 대충 이런것이었음니다. 교회에서 어렵게 고생하시는 선교사들을 위한 모금을 하자거나 중보기도를 하자고 할때 저는 속으로 생각했읍니다. "사실은 그분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던데..."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잘못된 생각인지...
얼마나 무서운 편견덩어리였는지...
차라리 내가 아프리카에 가지 않았었더라면...
이런 편견과 선입견의 껍질로 둘둘 말려있지는 않았을터인데...
여름에 휴가를 받아 한국에 갔을때, 시꺼멓게 그을러 돌아온 저를 보시며 엄마는 대성통곡을 하셨읍니다. 햇볕과 기후땜에 어쩔수 없었던 것인데 엄마는 내가 엄청 고생했다며 남편은 자동으로 "몹쓸놈"이 되었읍니다. 사실은 내가 전혀 맛보지 못한 온갖 귀중한 경험과 소중한 체험의 시간이었고 많은걸 누릴수 있었던 기회였었는데 엄마에게는 <까만피부=심한 고생>이라는 편견의 껍질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제대로 못해 창자가 다 말라 있었고 다리가 온통 모기자국에 물려 엉망이 되었고 계속되는 말라리아 질환,여러가지 약때문에 온몸이 망가지고... 혼자몸으로 니제르의 까만아이들을 돌보며...

에스더 선교사님,
저 그동안 선교사님께 엄청난 죄를 짓고 살았읍니다. 제 눈속에 제 가슴속에 엄청난 편견의 때가 끼어 선교사님의 그 희생과 땀,그 눈물을 바로 보지 못했읍니다. 한국에 큰교회 목사님과 개척교회 어려운 목사님이 있듯 다 다른것인데 저는 그동안 너무나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읍니다.

아, 에스더 선교사님,
이를 어찌해야 좋을까요? 제가 어찌해야 이 죄를 씻을 까요?
하나님!
이 못난 저같은 죄인을 위해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그 귀한 보혈을 흘리셨고 또 제 그 못난 편견껍질을 벗기기 위해 에스더 선교사님이 이렇게 또 아픔에 시달리셔야 한단 말입니까?

오, 하나님!
제발 저를 위해서라도 우리 에스더 손영희 선교사님을 꼭 일으켜 세워주시고 살려주십시오.
엉엉엉,으흐흐흑,,,



하나님
제발, 이글을 아무도 보지 말도록 잠시만 갈말가족님들의 눈을 가려주십시오.
제 너무나 부끄러운 고백이고 혹 이글을 읽고 많은 선교사님들과 그 가족들이 또다른 상처를 받을지 모르잖아요.

저 혼자 담아두기에 제 가슴이 너무나 무거워 꼭 에스더 선교사님께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갈대밭에 쏟아붓는 마음으로 몇자 적어봅니다.
선교사님, 꼭 건강히 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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