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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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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머니의 뒤를 한참이나 따라갔습니다.
퇴근길이라 빨리 걸을 힘이 없기도 했지만
그냥 할머니를 앞질러 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방금 그 학생과 주거니 받거니 씨름을 할 때는
그렇게도 힘이 장사더니
그 녀석과 헤어진 후로 걸음걸이가 영 휘청거립니다.

한참을 그렇게 휘청거리며 걷던 할머니께서
가만히 고개를 돌려 오던 길을 돌아다 보셨습니다.
그 얼굴이
주름살 투성이의 그 얼굴이 눈물로 번벅이 되어......

누가 뒤에 따라오는지 마는지
누가 눈물 번벅이 된 자신을 보는지 마는지......
넋을 놓고 오던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계셨습니다.

마냥 서 계신 할머니를 두고
그냥 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쩐지 또 매정한 것만 같아서
한 마디 말을 붙였습니다.
" 할머니 손주신가봐요........"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난생 처음 보는 내 손을 부여 잡고
할머니는 하염없이 우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래 전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를 다시 뵈온 듯이
그 조그마하고 갸느린 손을 잡고
역으로 내려가 전동차를 탔습니다.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을 만도 하건만
할머니는 입을 다물고 손만 내려다 보고 계셨습니다.
만지작 만지작 꼭 움켜쥔 한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쥐고서.......

할머니를 바라보며
할머니의 그 손주녀석을 생각하자니
어릴 적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집은 참으로 가난했습니다.
학교에 가지고 갈 급한 공납금이나 잡부금이
왜 그렇게 아침에사 생각이 나는지........

가방을 들고 문 앞에 서서야 말을 꺼내는 저에게
엄마는 단 한 번도 짜증을 내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단 한 번도
엄마의 주머니에 돈이 있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숙아......니는 큰집에 가봐라. 나는 작은 집에 가 보께
  큰 집에도 돈이 없으면 정춘 아지매한테 가보고.....
  돈 빌리면 엄마! 하고 소리 질러라 알겠제?"
그렇게 온 동네를 헤매며 돈을 빌려 손에 쥐어주곤 했습니다.

지각하는 것도 서럽고
가난한 것도 서럽고
눈물을 훔치며 나룻배를 타면
아이들이 학교에 다 가버린 시간
한적하고 고저녁한 나룻배가
왜 그렇게 외롭고 서럽기만 한지....

이윽고 내릴 때가 되어 옆을 보니
할머니는 꼬부리고 곤히 잠이 드셨습니다.
꼭 움켜쥔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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