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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보이지 않는 사랑도 사랑입니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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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몹시 무서웠습니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두려워했습니다.
나는 평생동안 아버지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니, 대화다운 대화가 아닌, 일반적인 대화도 나는 기억이 없습니다.

나는 그를 아버지로서 느끼기보다는 그저 두려운 존재로 느꼈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아버지를 마주쳐도 우리는 서로 모른척하고 지나갔습니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고아로 자라셨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밖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는 머리가 뛰어난 편이어서 독학으로 경찰 시험에 합격하셨고 경감의 직위까지 올라가셨습니다.
환경 때문인지,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매우 단순하고 거칠었습니다.

한번은 그가 옷을 사왔습니다.
그런데 내게는 턱없이 작은 치수였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아버지, 바지가 작아서 안 들어가요."
그는 불같이 화를 내더니 나를 때리고 바지를 찢어버렸습니다.

나는 그 뒤로는 아버지가 주는 것이면 크든 작든, 내게 필요하든 아니든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배웠습니다.

한번은 밥을 먹을 때 내가 젓가락으로 생선을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갑자기 벽력같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왜 이 생선을 다 먹지도 않고 새것을 건드리네!"
나는 기절할 듯이 놀랐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어린아이가 듣기에는 너무 컸습니다.

나의 심장은 뛰었고, 숨은 멎을 것 같았고, 눈에서는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나의 젓가락은 결코 다시는 생선 근처로 가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나는 학교로 가고 있다가 길에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를 보더니 내게 가까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겁이 더럭 났습니다. 아버지가 왜 내게 올까?
그는 내 옆에 오더니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갑자기 내 코와 입을 틀어막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남자가 나를 잡아 죽이려나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숨이 막혀서 졸도할 지경이었지만, 아무튼 그 상태로 한참을 끌려갔습니다.
학교에 다 와서야 그는 나를 풀어주었습니다.
아마 그는 내 코와 입이 너무 추워서 빨갛게 되었으니까 추위를 막아주려고 한 것 같았습
니다.

그러나 나는 추위보다도 그의 손길에서 살아서 빠져 나온 것이 훨씬 더 행복했습니다.

아버지는 경찰을 그만 두시고 오랫동안 실업자로 계셨기 때문에 우리 집은 몹시 가난했습니다.
학교에 돈을 내야 하거나 무엇이 필요할 때, 나는 조심스럽게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가 전달되면, 그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는 벽력같은 소리로 "돈이 어디 있네?" 하고 외쳤고,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나는 하루, 이틀이 지난 후에 아버지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얼마가 있어야 하네?" 하고
묻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상황은 끝난 다음이었습니다.

가끔 아버지는 나를 공중 목욕탕에 같이 데리고 갔습니다.
내가 단언컨대, 그것은 내 평생 최악의 고문이었습니다.
그는 내게는 엄청나게 뜨거운 목욕탕의 물 안에 아무런 갈등 없이 나를 텀벙! 하고 빠뜨렸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기분에 따라서 나를 여러 번 물에 담궜다가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때를 벗깁니다.
그 시간은 나의 자유시간입니다.
그의 목욕이 끝나고 내가 그의 손에 붙잡히면, 껍데기를 벗기는 고문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의 손의 힘은 너무 강했고, 나의 피부는 너무 약했습니다.
나는 대부분 울음을 참느라고 이를 악물고 있었습니다.
오, 그리고, 나 혼자 목욕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를 나는 얼마나 사모하고 기다렸는지요!

나에게 아버지는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고, 학교에 갔다와서 집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면
나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고, 자녀를 키우면서 나는 많은 새로운 것
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릴 때에, 그리고 청년 시절에 아버지의 마음도, 사랑도, 인생도, 아무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지금 아버지의 마음을 느낍니다.

그는 내가 생각했듯이 자식에게 관심이 없고, 거칠고,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부모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따뜻하고 친절한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사랑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속에 사랑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선물이 거부될 때, 그는 그 자신이 거부된 것처럼 느끼고 폭발했던 것입니다.

그는 사랑이 있었으나, 그것이 어린이들에게는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표현되어야 하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병상에 있었을 때에,
나는 병원에서 같이 잠을 자면서 아버지와 함께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평생 처음으로 아버지와 나눈 진지한 대화였습니다.
나는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버지, 저희가 아버지에게 받고 싶었던 것들은..."
나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결코 돈이나, 선물 같은 것이 아니었어요...."
"다만,..."
"내 아들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는 말이었지요..."
나는 아버지의 눈가가 젖어드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그런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참 많지..."
이 역시 평생 처음으로 듣는 아버지가 자기의 부족을 인정하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계속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이젠 괜찮아요. 저는 이제 하나님을 만났거든요. 더 이상 외롭지 않거든요..."
그리고 나는 따뜻한 마음을 실어서 그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나는 내 자신에게도 놀랬습니다. 내가 평생을 두려워하던 아버지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니!

나는 아버지가 우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생 거의 보지 못하던 아버지의 눈물이었습니다.
나도 울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은 채로...
그의 손은 그렇게 크지도, 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따뜻하고 작은 손이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는 지금 하늘 나라에 계십니다.
그는 마지막 임종을 눈앞에 두고, 모든 가족, 자식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자기의 평생의
잘못한 모든 것들을 다 용서해 달라고... 자기는 사람도 아니고 짐승이라고....
우리는 모두가 울었습니다.

이제 나는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고...
아니, 어쩌면 사랑은 감추어지고,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젊은이들은 생각합니다.
아름다움, 친절, 부드러운 목소리, 따사로움... 이런 것이 사랑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마음에는 원이지만, 그렇게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때로는 욕하고 때릴 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사랑입니다.

때로는 화내고 야단치지만,
그것도 사랑입니다.
때로는 무관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 사랑이 있습니다.
비록 그 속에 숨겨놓은 사랑의 언어를 읽기는 너무나 어려워도.
모든 부모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습니다.
그것은 쉽게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보이지 않아도,
그래도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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