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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 향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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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뛰어놀던 고향의 우리집 생각이 난다.

엄마하고 아버지하고 언니, 오빠, 남동생, 여동생 이렇게 함께 시골
우리집에서 살던 때가 생각이 난다.

집을 가운데로 사방에는 감나무 네그루가 심겨져 있었다.
대문 옆에는 프라타너스 나무 한그루가 서 있어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그 밑에 평상을 놓아두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마당옆 텃밭에는 고추,가지,옥수수,상추, 겨울돔 같은  채소들이
늘 심겨져 있어 우리가족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차려 주었다.

담밑에는 봉숭아 꽃씨를 뿌려 갖가지 색들의 봉숭아가 꽃을 피웠고
동네 아이들이 그 꽃과 잎사귀를 꺽어다 손톱에 예쁘게 꽃물을 들였다.

외양간에는 소 한마리가 항상 앉아서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여물을
되새김질 하고 있었고, 마당에는 아무렇게나 풀어 놓은 닭들이 모이를
쫒아 뛰어 다녔다.

오후가 되면 동생과 나는 소를 몰고 마을뒤 언덕으로 소먹이러 간다.
언덕에다 소를 풀어 놓으면 소는 지가 알아서 풀을 뜯어 먹었다.
그러면 동생과 난 소똥을 찾아 그속에 물을 붓고 소똥구리를 찾아 내어
그 벌레를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는 양쪽 팔을 배개삼아 누워서 하늘을 보면 파아란 빛깔에 눈이
시렸다.

해가 지면 소가 먼저 앞장서 마을로 내려온다.

마을 어귀로 돌아오면 굴뚝마다 구수한 된장냄새가 가득했다.

아버지가 들에서 돌아오시면 우리 가족은 마당에다 돋자리를 깔고
저녁을 먹는다.

모깃불을 피워놓으면 온집안 가득 쑥향기가 코를 찔렀다.

밤하늘의 별들은 얼마나 맑고 총명한지 바가지를 들고 있으면 금새라도
그속으로 와르르~ 쏱아져 들어 올것만 같았다.

안방에는 엄마, 아버지가 주무시고, 작은방엔  두 동생들과 오빠가
자고 사랑방엔 언니와 내가 잠을 잔다.

겨울 밤 이면 우린 작은방에 다 모여서 이불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앉는다.
그리고는 귀신 얘기도 하고 , 학교에서 배웠던 노래도 불렀다.
언니와 오빠는 " 영상" 이라는 노래를 적어서 녹음기 소리에 맞춰서
열심히 따라 불렀다.
그래서인지 난 지금 유일하게 유형가는 영상만 끝까지 안다.

작은방에 큰 푸대에 넣어둔 생고구마는 우리의 간식거리다.
씻지도 않고 그냥 쓱 털어버리고 아무렇게나 잘라서 한입 먹으면
단물이 줄줄~  나오면서 그맛이 기가 막힌다.
그리고 또 하나, 마당 가운데 묻어 두었던 무우다.
짚으로 입구를 막아서 아버지가  묻어 놓으셨다.
우리 5 형제는 살거머니 걸어가서 흙을 파내고 깊이 묻어둔 무우를
꺼낸다.   무우가 얼마나 차가운지 손이 다 시렸다.
그리고 그맛이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지 먹어본 사람은 다 알것이다.

아침이 되면 우린 아버지께 야단을 맞았다.
" 먹을려면 좀 잘 파묻어 놓을것이지!  무우에 바람들게 대충 아무렇게나
마무리하면 어쩐다냐~!!"

점빵이 멀어서 밤이되면 과자 사러 가는것이 제일 무서웠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사람은 돈내고, 진사람은 과자 사러간다.
그리고 막내는 항상 호루시(전등) 를 들고 진 사람을 따라 댕겨야만했다.
(법칙이 그랬다)

캄캄한 시골길이라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그래도 과자를 먹을수 있는 그 기쁨이 너무 커서 무서운 밤길도 우린 행복했다.

세월이 흘러 흘러~

지금은 다들 자라서 각자 제살길 찾아 잘 산다.
언니는 듬직한 형부를 만났고,
오빠는 경찰이 되었고 ( 나 운전 터프하게 한다고 잡아 넣을거라 뻥친다)
남동생은 병원에서 남의 갈비뼈 찍어주는 엑스레이 기사가 되어있고
(어제 아빠 되었음)   여동생은 두어달 있다 결혼 한다.

어릴때 형제지, 결혼하고 나니까 어릴때의 그 느낌과 정은 사라지는것 같다.
추억만 남나보다...
요즘들어 그 시절이 많이 그립다.

엄마,아버지 젊으시고 우리 형제들 옹기종기 모여서 얘기 꽃을 피우고
먹을거 땜시 코피터지게 쌈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절대로 돌아갈수 없겠지만 말이다...

잠은 안오고 어릴적 생각만 자꾸 난다...

어릴적 밤하늘의 달은 참 둥글었는데...
여름이 깊어가면 개구락지가 하도 울어대서 시끄러워 잠도 못잤는데...
화장실이 무서워서 울 오빠는 맨달 200원씩 주고 날 데리고 다녔는데...
울엄마 더운 여름날에 " 웃통 벗어라 등물하자" 하시며 차가운 우물을
두레박으로 퍼서 등에다 부어 주셨는데...  그러면 우린 " 앗~! 차가워!! "
하며 비명을 질러댔는데...
가을 추숫날 집마당에서 타작을 하면 온 마당에 쌀가마가 가득 찼는데...
빈 짚단을 모아둔 곳에서 몸을 파 묻고 술레잡기도 했는데...
동생이 애먹이고 도망가면 빗자루 몽댕이를 들고 온동네를 뛰어 다녔는데...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금방이라도 그때로 돌아갈것만 같은데...
지금이라도 고향집 문을 열면 그때의 모습들이 다 있을것만 같은데...

그런데...왠 낯선곳에 나하나 달랑 서있는기분이니...
참, 돌콩 원,투도 있구나...

이제는 엄마,아버지도 많이 늙으셨고 울언니도, 오빠도 세월따라
나이들어 가는구나...
나도 많이 변했는데뭐...

에구... 이넘의 여름은 가면 조용히 갈것이지 사람 마음을 이리도
사무치도록 그리웁게 만들어놓고 가려는건지...


.


오늘밤 꿈속에,
단발머리에 콤비신고 하얀 카라 교복입은 예쁜
여자아이를 만나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 2002. 9. 10 화  늦은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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