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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욕심 있는 사람은 안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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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길에 지나가면서 보았던 풍경입니다. 세 살에서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넷이 길거리에 모여 놀고 있었더랬습니다. 밖에서 한참을 놀았던 모양인지 다들 얼굴이며 옷이 얼룩덜룩 했지요. 그런데도 다들 그 시절을 지나봐서 아시지만 노는 재미에 얼굴들은 아주 환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 곁을 지나치다가 나는 그 아이들 사이에 어떤 질서가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잠깐 살펴보았더니 그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아이가 손에 과자 봉지를 들고 있었지요. 그리고 과자 한 봉지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일렬횡대로 서 있더군요. 일렬횡대로 서 있는 아이들 얼굴에는 신에게 은총을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그 표정이 어려 있었지요. ^-^  아, 알겠다!  다들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과자 한 봉지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과자를 나누어 먹고 있었던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자 한 봉지를 가진 아이가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고 있었지요. 그걸 보니까 먹을 것이 그리 흔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해서 난 잠시 걸음을 멈추어야 했습니다. 보면서 빙긋~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나를 추억의 자리에서 깨달음의 자리로 이끌고 간 건 과자를 나누어주는 아이의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줄 잘 서! 욕심 있는 사람은 안 줄 거야!"

    과자를 나누어주는 아이의 그 한 마디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무질서하게 막 내뻗던 손을 치우고는 자기 자리에 얌전히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과자봉지를 쥔 은총의 손은 내민 손위에 과자 서너 개씩을 나누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일 때 과자 봉지를 가진 은총을 입은 아이는 으스대면서 자기가 제일 많이 먹고 부스러기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기 마련입니다. "나 세 개, 너 한 개! (더 치사하게) 나 두 개, 너 반 개! 너 한 입, 나는 한 개!" 뭐, 이런 식입니다. 또 그런 상황에서는 언제나 꼴사납게도 가진 자에게 아부를 하는 없는 자가 나오게 마련이지요. 그러면 가진 자는 그 아부하는 자에게만 유독 은총을 더 많이 베풀지요. 그걸 보고 또다른 아부하는 자가 생기고 가진 자는 그것이 좋아 더 으스대면서 과자를 먹고는 하지요.

    그런데 이 아이는 가진 자의 그런 으스댐이 없었습니다. "욕심 있는 사람은 안 줄거야!"란 대원칙 아래 과자를 골고루 나누어주더군요. 그러더니 홀쭉한 과자 봉지 하나를 남겼습니다. 제 몫이었는데 제 몫 역시 봉지에 담겨 있다는 것만이 다를 뿐 손에 과자를 가진 아이들과 똑같은 몫이었습니다. 잠시 뒤 그 아이의 손에는 텅 빈 과자 봉지 하나만이 덩그렇게 남아 있었지만 그 골목에 남은 건 서로 욕심 없이 먹을 것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은 아이들이 내는 밝은 웃음소리였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모든 것이 풍족해졌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함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대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진 자는 많지만 나누는 자는 적은 세상입니다. 또 정말 욕심 없이, 공평무사하게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사람도 적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서로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경쟁하고 짓밟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남보다 더 가지기 위해 비굴한 웃음도 팔아야 하는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잃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과자를 나누어 주었던 그 아이의 마음과 나눔의 원칙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그렇게 살고, 이 땅의 사회 지도층이란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서 백성들을 낮은 자리에서 섬긴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더 좋은 세상이 될까요?

    그 날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는 골목길을 걸어나오며 내가 꾸었던 꿈은 이런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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