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하나 / 당신은 굽이굽이 험한 고개를 열두 개나 넘어 얼굴 한 번 본적없는 김씨 잡안의 맏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 여섯 / 흰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던 겨울 날, 시집 온지 5년만에 자식을 낳고 그제야 당신은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 둘 / 자식이 급체를 하였습니다. 당신은 그 불덩이를 업고 읍내 병원까지 밤길 이십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냥 기다리며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 돌아오는 지식에게 따뜻하게 힙혀주었습니다.
쉰 둘 / 시리게 파란 하늘 아래 빠알간 고추를 펴 말리던 가을 날. 자식이 결혼할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신은 짙은 분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그저 좋다고 하였습니다.
예순 / 집배원이 자전거를 타고 다녀갔습니다. 환갑이라고 자식들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들 보약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바빠서 오지 못한다는 자식들의 전화에는 애써 서운한 기색을 감추시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예순 다섯 / 자식 내외가 바쁘다고 명절에 못 온다고 하였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둘어앉아 만두를 빚으면서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아들이 왔다가 바빠서 어참 일찍 다시 돌아갔다고...... 그날 밤, 당신은 방안에 혼자 앉아서 자식들 사진을 꺼내보십니다.
오직 하나 / 자식 잘 되기만을 꿈에도 바라며 평생을 살고 이제 성성한 백발에 골 깊은 주름으로 남은 당신, 우리는 그런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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