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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재난의 현장을 다녀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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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 4-6일간 장로회 신학대학에서는 가을 신앙 사경회가 있었습니다.
사경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교 게시판에는 지금 온 나라가 태풍"루사"의 피해로 난리인데 신학도들이 이렇게 수수방관 할수있느냐 라는 항의성의 글이 올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수업을 불참하고서라도 자원봉사대를 결성하여 삼척 지역으로 가겠노라는 신대원생들이 늘어나자 원우회측에서 학교 당국에 정식으로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1박2일로 예정했었지만 삼척시와 협의를 한 결과 천여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수용할 만한 공간이 삼척에는 없기 때문에 당일 봉사가 적절하다는 답변을 듣고 9.12(목) 떠나기로 결정된것이었습니다.

9.12일 새벽4시 학교 운동장에는 학교에서 새우잠을 잔 학우들과 인근 지역의 학우들이 모이기 시작했읍니다.
총17대의 버스에 올라탄 700여명의 학우들을 태운 버스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삼척으로 향하였습니다.

부족한 잠에 취한 일행이 눈을 떳을때 차는 강원도  접경에 들어서 있었고 잠시뒤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을때는 아침 7시 20분경이었습니다.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버스가 다시 출발하여 대관령 톨게이트를 벗어났을때 차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수마가 할퀴고간 참담함의 극치였습니다.

엄청난 폭우로 넘쳐난 물의 위력에 폭삭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단지들,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뒤덮인 논,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축사들을 바라보며 우리일행들이 할수있는 일은 신음섞인 탄식뿐이었습니다.

9시30분경 이윽고 버스는 삼척예술회관 광장에 도착하여 삼척시 직원의 인솔아래 버스별로 외진 산골마을으로 배치 되었습니다.
제가 승차했던 15호차의 학우들이 투입된 지역은 삼척시 하장면 둔전1리라는 곳이었는데,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퀘퀘한 내음이 진동하였습니다.

둔전1리는 마을 한가운데로 시냇물이 흐르고 야트막한 산등성이가 시냇가를 양쪽에서 보듬고 있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습니다.
양쪽 산기슭에 집을 짓고 살던 평화로운 이 마을에 하룻밤에 쏟아진 폭우의 여파는 성한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든것을 앗아 갔습니다.

보이는것은 진흙으로 뒤덮인것 뿐이었기에, 우선 마을 진입도로를 치우는 작업을 남학우들이 이른 가을비를 맞으며 빠른 속도로 해치우기 시작 했습니다.
참여한 학우들의 땀흘린 댓가로 진입로가 깨끗하게 치워지자 이번에는 산기슭의 집들에서 물에 잠긴 살림살이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쌀쌀한 가을비를 맞으면서도 고통받는 주민들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땀흘리는 서로의 모습에 신학함의 실천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절로 생겨 났습니다.

지붕까지 차오른 물로 인하여 금과옥조처럼 아끼던 세간들을 미련없이 버려야 하는 주부의 슬픈 눈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희망을 상실한듯한 넋나간 눈빛과 무표정한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리웠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학우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것은 냇가곁에 홀로 사시던 할머니께서 불어난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집안에서 사망하셨고, 물이 빠진지 3일후에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였습니다.
또한 마을 진입로 창고에 있던 3억원 가량의 농약과 비료가 창고 옥상까지 차오른 물때문에 폐기 시켜야 된다는 촌로의 말씀에는 우리모두 할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곳 둔전1리 침수현장에는 강원도 양구의 모 부대 장병들이 8일째 대민봉사를 하고 있었고 강원도 여성협의회 소속 아줌마 부대도 땀흘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학우들을 인솔하신 오 성춘 교수님께서 학교와 학우들을 대표하여 소정의 수재 의연금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신 공동체의 한 구성원임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우리들은 실의와 절망에 빠진 수재민들이 그들의 고통을 나누려는 따뜻한 이웃들의 섬김과 봉사에 힘을 얻고 힘차게 재기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픔을 당한 유가족과 수재민 가족들의 아픈 마음속에 성령님꼐서 어루만지시는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길 소망하며, 비록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만은 뿌듯하고 상쾌한 하루를 보내었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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