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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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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

하나님 앞에 서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삶은 겸손한 삶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하지 못하는 덕목중의 하나가 겸손이다. 책을 읽으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겸손이다. 이것은 갈말 독서모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내가 겸손하게 살지 못하니까 보이는 단어는 하구한날 겸손이란 단어뿐이리라. 겸손이라는 단어에는 빨강 줄을 몇 번이나 치고 별표하고 동그라미 하면서 겸손하게 살기를 외친다. 그럼에도 나는 날마다 나의 하루의 일기 속에서 교만을 가려낸다. 나름대로 겸손의 정의를 내려 보면서... "겸손이란 내게 일어나는 어떤 일에도 마음의 동요가 없는 평화로움"

의사시절의 가장 밑바닥 인생인 인턴때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무슨 말에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뿐이었다. 마음속으로도 화가 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화를 낼만한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나 스스로도 가장 밑바닥이라는 것을 인정했으니까. 하루종일 수술실에서 함께 있다 나온 높은 연차 레지던트 선생님의 꾸지람은 "왜 내가 수술하는 동안 무엇 무엇을 해 놓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자신과 나도 같이 하루종일 수술 방에 있었음에도! 그러나 그때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는 말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화를 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낼 대상이 없었다. 내가 가장 낮은 자였으므로 말이다.

그런데 전문의가 되고 레지던트(전공의) 수련병원에서 일하면서 나는 화를 낸다. 인간답지 않은 전공의의 짓에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란 말이야!" 화를 낸다. 그렇다면 나는 인간다운 의사란 말인가? 나의 교만인 것이다. 환자 치료에 게으른 전공의에게 "너 자식이라면 이렇게 농땡이 부리겠어? 사람이 죽는단 말야!" 나름대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올바른 의사로서의 의분이라는 명목 하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의사란 말인가? 나의 교만인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전공의에게 "공부하지 않고 실력이 없으면 돌팔이가 된다!" 그럼 나는 공부 잘 하는 의사, 실력 있는 의사란 말인가? 나의 교만인 것이다.

그런데 너무 우스운 이야기는 뭔가?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칭찬중의 하나가 "과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겸손하세요?" 라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정말 우습지도 않다. 얼토당토 않은 말이다.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얼마나 사람들이 타인을 바라보는 눈이란 왜곡되어 있는가!

첫선으로 나는 결혼을 했다. 인턴때 나의 남편과 선을 보았다. 당시의 나에 대한 첫 만남의 소감을 남편이 이야기하건데 자신은 죄악 투성이 속에서 살아온 사람인데 반해, 나는 천사(!)같은 사람이더란다. 무슨 이런 사람이 세상에 다 있느냐 생각했단다. 결혼을 하고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 죄악 투성이인 자신의 모습이 드러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단다. 그 발언에는 분명 선천적 공처가(!)의, 마누라 기분을 좋게 해주려는 상당한 의도가 보인다마는! 그런 천사가 어느 날 악마로 변한다. 성란이 어릴 때 회초리 들고 잘못한 짓에 으름장을 놓고 있을 때 한 말이다. "울 엄마는 악마야!"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나쁜 상징이 악마였으니까!

그렇듯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을 통해 나는 나의 위선을 본다. 교만을 겸손으로, 악마 같은 본성을 천사 같은 표현형으로 가장한 위선 말이다.

크리스찬이 겸손을 배우지 못하면 평생 얻어터지는 길 밖에 없다는데 크리스찬의 전공 필수과목인 겸손을 나는 어느 때라야 타인으로부터 또 나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말 무지하게 듣지 않는 전공의 앞에 실컷 화내고 내려와서 겸손에 대해 다시 한번 읊어 본다. "겸손이란 내게 일어나는 어떤 일에도 마음의 동요가 없는 평화로움"

주님! 나는 언제라야 주님 원하시는 겸손의 길을 갈 수 있을까요?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나를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언제라야 나는 어떤 일에도 마음의 동요가 없는, 깊은 바다 속 같은 마음의 고요함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책에서 읽은 글 하나 써 놓고 싶다.

{겸손이란 마음의 고요함이다.
그것은 기대하는 것도 없고,
내게 일어난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고,
내게 해로운 일들은 느끼지 않는 것이며,
그것은 나를 칭찬하는 사람이 없을 때와 내가 비난받고 힐책받을 때의 편안함이며,
그것은 세상의 모든 일이 어려울 때 내가 문을 닫고 들어가 혼자 나의 하나님 앞에 무릎꿇고 기도함으로써 어느 깊은 침묵의 바다와 같은 평화로움을 얻을 수 있는 하나님 안에 축복 받은 보금자리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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