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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내가 진짜 힘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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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 식구들 모두다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세요.
지난 어버이날쯤에 쓴 글인데 올려봤어요. 어버이날처럼 추석때도 모두가 부모님곁으로 가니까 이때 한번 더 읽어도 좋겠다 싶었거든요.
추석선물 하나로 우리가 부모님에게 해야할 의무 다했다고 생각하는 분들 없으시겠지만 이 글읽고나서 부모님에게 사랑합니다 말하는 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에서 부끄러운글 올립니다.

          

“내가 진짜 힘든건......”

2년쯤 전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1년 쉬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기간 중 몇 달 동안 용돈도 벌고, 경험도 쌓을 요량으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밤 10시부터 그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밤을 새며 하는 일이었는데, 밤과 낮을 바꾸어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한 값진 시간이었다.

매일 컵라면으로 저녁밥 먹던 구두 집 총각, 야간 운행 하시다가 일주일에 몇 번씩 들려서 한번에 몇 만원 어치씩 복권을 긁으시던 택시기사님, 술에 취해서 라면 사먹으러 오던 젊은이들, 해가 채 뜨기도 전에 등교하다 간식 사러 들리는 근처 여자고등학교의 학생들, 근처 외국어 학원의 선생님들, 사람 좋은 우리 사장님....... 그들 중에는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았고, 내가 생각해도 인생을 왜 저렇게 막사나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람들도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버이날이 있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아저씨가 한분 계시다. 새벽 5시쯤, 아직 피곤이 덜 풀린 무거운 몸을 끌고 편의점에 들르셔서 아침 식사 대신으로 베지밀과 호빵을 드시던 아저씨 인데,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시는 분이었다. 조용한 성격이셨던 아저씨는 늘 같은 시간에 들어오셔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가셨기 때문에 언제나 나는 그분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아저씨와 친해졌고, 빵을 드시는 잠깐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이야기 하다가 알게 된 것이지만, 그 아저씨는 큰 사업을 하시던 돈 많은 부자 사장님이셨다고 한다. 사업이 번창하던 중 갑작스럽게 부도가 났고, 그 충격으로 아저씨는 쓰러지셨는데, 그래서 병을 얻었고, 기억도 많이 잃어 버리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내도 못 알아 보셨다고 하니 병이 깊으셨던 것 같다. 가족들의 보살핌과 꾸준한 병원 치료덕분에 건강은 다시 회복되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서 가끔씩 집을 잃어버리시기도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늘 손에다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고 다니셨다.

그때 아저씨가 일하시던 곳이 대구에 있는 모 대학교 신축건물 이었는데, 아저씨는 그 학교에 일을 하러 다니시는 동안 마음이 많이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셨다. 그 사연을 얼마나 애처롭게 말씀하시던지 지금도 이야기 하시던 아저씨의 슬픈 얼굴이 눈에 어른거린다. 지금은 시집을 간 딸이 한명 있는데 그 딸이 대학생 때 다니던 학교가 바로 그 학교였다고 한다. 아저씨는 딸을 너무 예뻐 하셔서 늘 학교까지 직접 승용차로 데려다 주셨는데, 지금은 거기서 막노동을 하는 처지이다 보니 행복했던 옛날 생각도 나고, 지금의 자신의 형편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그러셨던 것이다.

내가 이 아저씨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이맘때쯤이면 늘 떠올리는 것은 이런 가슴 아픈 사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마지막에 아저씨가 하셨던 한 마디 말씀 때문이다.
“ 내가 진짜 힘든 건, 지금 내가 고생 하는 것도 아니고, 옛날 생각나서도 아니야. 몸 아프고, 기억력 떨어진 것 때문도 아니야. 내 처지가 이렇다보니 우리 딸한테 지금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거 그게 제일 힘들어.....“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던 사장의 자리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막노동꾼으로 전락한 것보다도, 건강하던 몸이 이제는 집도 잃어버릴 정도로 쇠약해 진 것보다도, 아저씨는 당신의 딸한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더 힘드셨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당신들의 자식들에게 주시고 또 주시는 분들이다. 물질도, 시간도, 건강도, 사랑도 당신들이 가지신 최고의 것은 늘 자식들 몫으로 떼어 놓는 분들이시다. 그렇게 다 받으면서 어버이날 하루 선물 드리는 걸로 우리가 드릴 것을 다 드렸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365일중 어버이날 아닌 날이 어디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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