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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베껴쓴 방학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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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때 나는 바닥에 배를 깔고 열심히 나머지 방학숙제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국민학교 4학년(요즘은 초등이지만...)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다.
탐구생활을 마치고, 만들기를 어찌어찌하고, 일기를 쓰고-밀린 일기를 쓸 땐, 날씨가 가장 문제였다.- 이제 나머지 하나. 글짓기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마침, 언니의 글짓기 숙제와 우리 것이 같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며(ㅋㅋ), 반쯤을 베껴쓰고, 양심은 있어서, 반은 살을 붙였다.

개학 후 어느 날, 선생님께서 아침조회를 하시다가 내 이름을 부르셨다.
"네" 큰소리로 대답하며 선생님을 쳐다보니 앞으로 나오라고 하신다.
'아니, 어쩐 일로... 떠들지도 않았는데...'
혹시...
여자의 육감(?)은 무서웠다. 역시 그 방학숙제-베껴쓴 글짓기-때문이었다.
그 방학숙제로 인해 나는 선생님께 '흰종이'를 받았다.-반성문을 쓰기 위한 종이는 아니었
다. 내가 그 종이를 받자마자 친구들은 나에게 박수를 쳐주었으니까.
그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위 어린이는 방학 글짓기를 우수한 성적으로...'
그렇다. '상장'이었던 것이다.
오 마이 가뜨! 베껴쓴 글짓기로 상까지 받다니... 나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버렸던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선생님은 나를 완전히 글을 잘 쓰는 아해로 믿어버리고 말았다.
오 이런! 나의 잘못도 있고 하니,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 후 나는 있는 솜씨 없는 솜씨로 무쟈게 열심히 글을 써야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 담부터 우리 반 글짓기 상은 내가 독차지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실상, 그 당시 내가 글을 잘 썼었는지, 어떠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나의 담임선생님의 '인정과 믿음'이었다. 내가 분명히 글을 잘 쓸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지속적인 인정하심, 그것이 나를 이끌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밖에서 주최하는 글짓기 대회가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 중대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왜냐하면, 교내에서의 글짓기 상은 '담임선생님의 재량'에 의한 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교외에서 받는 것은  좀 더 '객관적인' 상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여러 학교에서 글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결과...
나는 드뎌 '객관적인 상'을 받게되었다.

나는 그 때가 나에게 남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많았던 상장도 아니다. 그것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또는 분실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능력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몇 자 끄적이는 것은 있어도...
그 시절이 나에게 남긴 것은... 나도 모르는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나의 실력 이상의 것을 했다는 것, 그것은 나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신뢰해주던 한 분의 '어른'이 계셨기 때문이라는 것.

다른 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를 끊임없이 믿어준다는 것일게다. 그 믿음이, 믿음대로 그 사람을 성장시키거나, 그 사람 안의 있는 재능을 끄집어낼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 내가 더 인정하고 받아줘야할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본다.
비록 내가 그사람에게 속아서(?) 인정하게 된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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