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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시베리아의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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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늦장에 시원한 바람이 불다 싶더니만 이내 찬바람이 휑하더니 마침내 9월 중순 주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오늘로서 아나톨리 아저씨가 침례를 받은지 4개월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아저씨의 삶은 정말로 많이 변해있었다...
그렇게 수줍음을 타고 침례받기 전에는 말도 잘 안하시던 분이 침례를 받은 후에는 아주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주로 할머니들이 주 교인들(20여명)이고 우리 팀의 멤버인 호산나(브라질 선교사)와 어델(북아일랜드 선교사) 역시 자매들이라서 한 명의 남자 성도가 아쉬운 차에 아나톨리 아저씨의 침례는 교회로선 한층 더 든든한 힘이 되는 터였다.
그 동안 늘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분이 이제 예배 시간에 손풍금을 연주하면서 찬양을 부르고 시를 준비해서 항상 예배 시간에 낭송한다...
아저씨에겐 이런 것들이 변화받은 성도로서의 참 기쁨으로 작용하고 있는 아주 즐거운 일들이었다...
나로서도 4명의 남자 성도안에 아저씨같은 순수한 열정과 믿음을 가진 분이 계시기에 많은 도전이 되고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었다...
아저씨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산 사람이었다.
공산 정권하에서 아저씨의 직업은 경찰훈련견의 트레이너였다...
공산 정권이 막 무너지고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한몫 챙기기에 바쁜 그 때 아저씨에게도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윗선에서 경찰 훈련견 대부분을 자신들의 권위를 이용해 중간에서 가로채 팔아버린 것이다...
감사들이 뜨고 어떤 부정이 있었는지 살피는 가운데 모든 잘못들은 힘없는 아랫 사람들의 차지였다...
당연히 아무 잘못이 없었던 아나톨리 아저씨에게 억울한 누명과 함께 10년이라는 시베리아 구치소의 삶이 주어졌다...
아팠던 이 과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다른 나라로 떠나고 울분의 세월을 그렇게 그렇게 보내셔서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니 감사하게도 아저씨는 그 세월을 그냥 울분의 세월로만 보내시지 않았다...
그 인생 최고의 선물을 이 구치소 생활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건네받은 작은 성경하나가 아저씨의 삶을 용서와 사랑으로 바꾸게 만들었고 이젠 구원의 기쁨으로까지 연장되어졌다...
얼마나 성경을 많이 읽어셨던지 신학을 전공한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성경에 대해서 많이 아신다...
암튼 아저씨는 지금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조금의 불편은 주나 아저씨 마음에 날마다 넘치는 그 평안함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같이 감사하게 살아가고 계신다...

이번 주 토요일이었다. 호산나 아주머니(브라질 선교사/이곳에서 5년째 사역하시는 분이다.)가 문득 아나톨리 아저씨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기인즉... 아나톨리 아저씨가 3주 내리 교회에 올 때 구두나 일반 신발을 신고 오지 않고 슬리퍼를 신고 왔다는 것이다...
그래 그러고 보니 우리 팀에서도 한번 그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그런 것을 모를 사람이 아닌데...
마침내 교회의 권위자인 안드레이 전도사가 아저씨를 꾸짖었다...
보수적인 침례교회(자매들은 항상 긴 치마에 심지어는 화장도 하지 못한다)로선 아저씨의 슬리퍼가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그렇게 젊은 전도사에게 꾸중을 들은 아저씨의 얼굴은 너무나 부끄러운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아저씨의 구두가 찢어져서 도무지 신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하는 수 없이 차선의 선택이 여벌의 어떤 신발도 가지고 있지 않는 아저씨로서는 슬리퍼였었다...
토요일에 있는 성경공부에 한번도 빠지지 않는 아저씨였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오시지 않았다...
추측건데 아마 많이 부끄러움을 당하신 것 같았다...  
주일에도 교회에 오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신발을 사들고 방문하는 길 밖에 없다라고 팀에서 의견을 모으고 그 날을 그렇게 보내었다.

주일 아침 10시... 예배가 시작되었고 10분, 20분이 지났으나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통 내 입술에선 아나톨리 아저씨를 위한 기도만이 나올 뿐이었다...
예배 시작 30분이 시작되었을까?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호산나, 어델, 나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아저씨의 신발로 눈을 돌렸다...
이게 웬일인가 그전에 찢어진 신발을 신고 있지 않은가? 보기에는 멀쩡해보였지만 아마도...
조심스럽게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봐서 완전한 수선은 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예배를 마치고 광고 시간에 안드레이 전도사가 재정적으로 많이 힘든 교회가 있으니 우리가 조금씩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광고를 했다...
우리 팀에서도 각자의 지갑에서 얼마간의 헌금을 감사히 했다...
예배를 다 마치고 안드레이 전도사가 자신도 없는 살림에서 크게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얼마간의 돈을 신발 사는데 보태어 사용하라고 아나톨리 아저씨에게 건네주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비밀리에 말이다...

주일학교를 끝내고 팀에서 돈을 각출해서 아저씨 신발을 사 주기 위해서 얼마간의 돈을 모았다.
그리고 예배 끝난 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아저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다...
다행히도 우리 숙소 앞에 이 마을에서 제일 큰 시장이 있어서 바로 같이 갈려고 할 터였다.
아저씨가 잠깐 교회에서 도울 일이 있어서 우리가 먼저 숙소로 돌아왔고 아저씨는 뒤늦게 오셨다...
그 바람에 시장이 문을 닫아서 그날 신발을 사지 못하였으나 다행히 호산나 아주머니가 그동안 이곳 저곳에서 들어 온 헌옷(주로 독일, 한국, 영국의 교회들에서 보내준다)중에 아나톨리 아저씨를 위해서 한 보따리를 준비해 두셨다...
그 옷을 보고서 아저씬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굉장히 좋았으리라...^^;
내 방에서 옷을 한번 입어보고 맞지 않으면 다른 것을 골라 입고 가지고 가세요...라고 대충 이야기를 하고선 우리는 그 자리를 피해 드렸다...
거실에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30분이 지나도 이 아저씨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우리끼리 이야기 하길... "패션 모델하셔도 되겠네... 호호호, 깔깔깔, 히히히..."
너무 오랫동안 나오지 않길래 서로의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기타를 치며 찬양을 부르고 호산나는 부엌에서 저녁 준비하고 어델은 책 읽고... 기타를 치는 내 뒤에 누군가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저씨가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서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아니? 무슨 일인가 이게 대체... 우리가 그렇게 농담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아저씨는 그 방에서 울면서 감사하다며 기도하고 계셨다...
그 날 안드레이가 준 그 모든 돈을 아저씨는 그 가난한 교회를 돕기 위한 헌금으로 다 내어놓으셨다...
자기가 가진 것이 없어서 도울 수 없는게 참 안타까웠었는데 다행히 하나님께서 돈을 주셔서 자기는 감사하게 자기의 가진 모든 것을 또 다른 형제 교회를 돕기위해 드렸다라고 고백하셨다. 그리고도 행복해 하셨다...
하나님이 자기의 먹고 자는 것을 허락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숙소에 왔는데 하나님께서 너무나 좋은 것으로(옷으로) 자신을 위로 하시고 채워주시는 그 은혜가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그냥 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기도를 하셨다고 그러신다...

그 날 저녁 우리 세 선교사는 모두 하나님께 회개함으로 나아갔다...

"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는지라.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러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연보궤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막12: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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