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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눈먼 아버지와 함께 조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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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침 운동을 하러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새 아침이 막 시작되고 있어서 경기장엔 시원한 바람과 알맞은 햇살이
평화롭고 안정된 가을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된 가을에
경기장에 심겨진 화려한 단풍나무들은
다른 나무들 보다 먼저 형형색색으로 화려함을 시작하는 중이었으므로
주위의 푸르름으로 부터 시샘을 받고 있었지만
모든 자연은 아침을 데려 온 태양의 인사에 응답하느라 바쁠 뿐이었다

그때였다
그 밝은 햇살을 등에 지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두 사람의 조깅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헛둘, 헛둘..."
그들이 유별나게 큰 소리로 경기장 주변을 누비며 들어 올 때만 하여도  
나는 조금은 특이한 운동객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내 가까이로 온 두 사람을 보는 순간
그들에게 하얀 지팡이가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으며
앞선이는 뒷 사람을 인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한 순간 그 경이로운 모습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같이 보이는 앞선이는 아버지를 인도하여 조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구령소리와 함께 인도하여 언덕배기를 올라 선 아들은
수건을 꺼내어 아버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휴식을 취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곤 두 사람은 몇 마디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나서
아침 공기를 마쉬며 숨고르기를 몇 번 하더니  
다시금 왔던 길을 따라 예의 그 모습으로 힘찬 구령을 붙이며
돌아가는 것이었다
나는 햇살처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그 광경을 지켜보는 행운을
이 아침에 보았던 것이다
눈 먼 아버지와 함께 조깅을 하던 젊은 아들의 힘찬 구령소리가
조용한 아침의 월드컵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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