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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토요일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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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회사에서 한창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전화가 올 일은 없는데,
누구의 무슨 전화일까를 생각하며 전화를 보니, 아는 동생으로부터의 전화였다.

대개 금요일날 오는 전화는 저녁에 식사를 하자거나, 주말에 영화라든지,
여가를 함께 보내자는 용건이 대부분인 터라, 기분 좋게 전화를 받고,
"모시모시."라고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상대방은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울고 있는 여자에게서 전화를 받아 본 경험도 없을 뿐더러,
여자를 사귀어 본 경험도 몇 번 안 되는 나에게서 애초부터 위로라든지 도움을 기대했다면,
아마도 그 동생은 대상을 잘 못 정한 것이리라.

상대방의 울음소리에 말문이 막힌 나는
그저 잠자코 그 울음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고,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그토록 다른 사람의 마음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참만에 진정을 시키고 들어본 사연은,
목요일이 아르바이트의 월급날이었는데, 금요일날 집값을 내려고 들고 나온 것을
아르바이트 가게에서 잠깐 주방아주머니와 이야기하러 주방에 간 사이에
누가 들어와서 가방채 가져가버렸다는 내용이었고,
원래 1일날이 방값을 내는 날이었는데, 사정상 월급을 탄 후인 11일로 미루었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한국에서의 전세같은 제도는 없고, 대부분이 월세로 되어 있는데,
그나마 기숙사같은 경우는 3개월 단위로 내는 경우도 있다.)

울먹이기만 하다, 그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전화가 끊겼는데,
다시 몇 번을 걸어도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번의 재통화를 시도한 끝에 한참만에 연결된 통화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말만 반복을 했는데,
솔직히 그 동생보다야 형편이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결국 나도 한 달 벌어 얼마간 저축을 하고, 나머지로 생활하고 있으니,
그 동생이 원하는 도움을 줄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나를 따라서 교회에도 몇 번 나왔던 동생인데,
내가 그다지 본이 되어지지 못했는지, 교회에서 아버지의 은혜를 체험하지 못했는지,
그 후로는 교회에 갈 생각을 접어 버린 듯 했는데, 이런 일을 당한 것이었다.

오후에도 몇 번 통화를 했는데, 한 사람의 어려운 형편이
도와줄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토록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울음소리를 듣지 않도록 전화를 끊거나
귀를 막아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게 되었는데,
내가 정말 간절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는데,
아버지께서 귀를 막아버리고 계신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며, 숨이 턱턱 막혀왔다.

현실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것은 없을지라도,
아버지께서 그 동생의 형편을 아시고, 도와주시기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 동생과 연락은 하지 않았다.
아마, 내 기도가 응답이 되었다면, 벌써, 그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으리라.

사람 사는 것이 모두 자신의 뜻대로, 의지대로 되어지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비록, 지금 힘이 들고,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일어서기를...
하나님 아버지의 능력과 은혜를 체험하고, 아버지께로 나아오기를...
내일 아침에는 웃는 소리로 교회에 같이 가자는 전화가 오기를...
그래서, 새로운 믿음의 지체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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