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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제가 이렇게 옹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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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처럼 친구에게 보낼 소포를 들고 우체국엘 갔습니다.
심시간 무렵이라 교대조로 남아있는 남자 직원께 소포를 드렸습니다.

-직원: 내용물이 뭡니까?
-저: 라디옵니다.
-직원: ( 얼굴을 찌푸리며) 라디오는 안됩니다.
-저: 네? 안되다니요?
-직원: 전자제품은 파손 위험이 있어서 보낼 수가 없습니다. 택배회사를 이용하세요.

택배회사까지 갈 시간도 없었거니와 이왕 찾아간 길에 일처리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저: 케이스로 포장 되어 있으니까 그냥 보내 주시죠. 파손되거나 하진 않을겁니다.

직원은 떫더름한 얼굴로 접수를 하더군요.
그렇게 접수증을 기다리고 있자니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 그럼 저번에 꿀 항아리는 어떻게 보낼 수 있었던 겁니까?
-직원: .......
-저: 대한민국 우체국에서 라디오 하나를 안전하게 보낼 방법이 없다는 겁니까?
-직원: 저기, 제 말씀은 물건이 파손되면 안된다는 뜻에서...
-저: 당연히 파손되면 안되죠. 그래서 취급 주의라던가 추가되는 사항에 대해서
     부과되는 요금이 있다면 부담할 의사가 있다 이겁니다.
    그런데 무조건 접수가 안된다니요?
-직원: ......
-저: 분명하게 말씀해 주세요. 이곳 우체국에서
     라디오를 소포로 보낼 방법이 없다고 하시는거 맞습니까?

오고가는 목소리가 격앙되어지자 안에서 책임자로 보이는 분이 나오셔서
직원이 설명을 잘못 전달해 드린 것 같다며
자기가 잘 처리해서 안전하게 배송해 주겠다고 말씀하더군요.
저역시 문제를 삼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그러마고 물건을 맡기고 나왔습니다.
그 직원분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직원: 손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 아닙니다. 별일 아닌일로 괜히 요란스럽게 된 것 같네요.
-직원: 예, 저는 물건이 혹시라도 파손될까봐서 말씀드린다는 것이......
-저: 예, 아무튼 소포 잘 처리해 주십시오
-직원, 예, 알겠습니다.

문뜩 그 직원 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마흔은 훨씬 넘은듯한 나이.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작은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에서가 아니라...

저는 그 분과 대화할 때 논리적으로 제가 정당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논리적으로 약자라고 인정된 상대방에 대해 우월한 지위에서
공격적인 위협을 표현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주장이 맞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제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 저는 상대적 약자에게 논리적 폭력을 가하며
만족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선 내가 옳아, 저 사람은 내게 대항할 수 없게 돼 있어...

믿는다고하는 저는 아직도 이모양입니다.
제가 만난 이들 중에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던 이들...
명백한 내 잘못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못 본척 넘어가 주시던 분들.
그들로 인해제 체면이 손상당하지 않고 곤경을 벗어 나면서 가졌던 안도감... 그 고마움을 알면서도.

언젠가는 국도를 가다가 공사차량을 통과 시키느라 정지 신호를 보내던
공사장 인부 아저씨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을 울린적도 있었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하며... 클락션 소리에 놀라신 아저씨께서 죄송하다시며
모자를 벗어드시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시던 모습...

아,,, 저란 녀석은 얼마나 속물근성 그 자체인지요.
아마 그 분들이 제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분들이었다면
하라고 해도 못했을 일들을 사람 골라가며 차별하는 저의 모습이란.
이러고서도 제가 이웃을 섬기기를 제 몸과 같이 하라하신 주님을 따르는 제자라고 하니
스스로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말씀을 읽는다 하면서도 막상 생활 현장에서는 제 맘대로 사는 저는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인간이 될지요.
언제나 주님 믿는 자로서 주님얼굴에 먹칠 하는 일을 그칠지...

오늘은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갈말 여러분들은 저처럼 속 좁은 행동하지 마시고
너그러움과 관용을 보여주세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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