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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추억하기 1-6 : 달 밝은 밤의 개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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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교회에 살 때..(아직 학교 안다니던 시절입니당..^^)

엄마의 말씀을 잘 순종했던 어린시절...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있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영희야..잠은 아무데서나 자면 안돼. 꼬옥 집에서 자야한단다."

그날도 엄마와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잘 해주셨고..그 때도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었습니다...외할머니댁에 거의 가까이 올 무렵..엄마가 위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그럼 할머니네는???"
"할머니네는 괜찮지..."

저희 집..교회로 가는 길에 외할머니댁이 있었기에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그럼 오늘 할머니네서 자고 가도 돼?"
"그래라 그럼.."

그렇게 허락을 받은 저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외할머니네 마당 건너 옆집은 친구 은수네 집이었습니다.
우리교회 권사님 (지금은 장로님)댁이기도 했고 은수네는 오빠와 언니들이 있었습니다..모두 저를 예뻐해주어서 저는 그곳에서 노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놀러갔습니다...그 때 텔레비젼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온 식구가 그 축구를 보고 있었지요..
저는 은수네 오빠(그 땐 고등학생이었음..^^.. )무릎에 안겨서 덩달아 보다가...깜박깜박 졸고 말았습니다...

얼마나..시간이..지났을까....
잠을 자던 저는 눈이 떠졌고...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천정이 늘 보던 천정이 아니었습니다..
뜨앗......그 때 알았습니다...거긴..외할머니네도...우리집도 아닌 ..
뜨앗...... 은수네였던 것이었슙니다...이런이런...큰일이었습니다.
엄마가 절대로 다른데서 자면 안된다고 했는데...

저는 벌떡 일어나서 어렴풋한 방안에 있던 옷을 입고...
다른 사람들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을 나와...마루를 지나...밖으로 나왔습니다.
달이 얼마나 밝던지...그 밝은 달에 신발을 간신히 찾아 신고...마당으로 나오는데...발이 이상하더라구요..
헤헤...은수랑 크기만 다르고 모양이 똑같은 신발이었는데 하나는 제꺼..다른 하나는 은수걸 신은거였어요...모..다시 되돌아가서 한참을 헤멘뒤에 잘 챙겨신고 왔지요..
무섭지 않았냐고요???
물론 무섭죠...하지만...할머니네서 자야한다는 확고한 생각에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신발은 그렇게 해결하고..나왔는데...저런...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외할아버지네 초인종이 너무 높이 있었습니다..
나무로 된 큰 문은 제가 밀거나 두두리기엔 역부족(?) 이었습니다.
그 늦은 밤에 소리쳐 부른다고 들리지도 않을거 같았구요...
혼자서 깡총깡총 뛰어보기도 했지만...저어만치 위에 있는 초인종은 ...제가 평소에 염려하던대로...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오빤...손이 닿았는데....히잉.....

그렇게 문 앞에만 서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제게 '반짝' 하고 떠오른 것은...
친구들과 술래잡기 할 때 드나들던 외할머니댁 뒤란 장독대와 연결된.....
초록나무로 된 울타리의 한 구석....
바로..바로...개구멍이었슙니다..

모..제가 워낙 한 쪼맨한 이쁜이였기에...그 개구멍은 저의 비밀아닌 비밀 통로였지여...(^^)
달밤에 도둑도 아닌 것이 개구멍을 통해 진입에 성공하고는 얼마나 기쁘던쥐...
외할머니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던 문풍지 작은문을 두드렸습니다.

"할머니..할머니...문열어주세요..."
"할머니..할머니...문열어주세요..."

그 소리에 주무시던 나의 그리운 외할머니....
"어...어디여??..어디서 부르는겨??..."
주무시다가 화들짝 놀라셔서...말씀하셨지요..

"할머니..여기...장독대 문..."

푸하하하핫....그리하여 긴 방황을 마치고 할머니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우리 할머니...얼마나 놀라셨을까...그 밤에...(^^)

그 때 옆방에서 자고 있던 외삼촌이 듣고는...담날부터..절 놀렸드랬습니다..(^^)
외할아버진 못듣고 잘 주무셨었는데...(^^)


한동안 집안의 즐거운 이야기거리였지요...
엄마는 은수네서 자고 있었으면 그냥 계속 잠을 자쥐 왜 나왔냐고 물으셨쥐만..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엄마가 딴데선 자지말라구 했쟎아..."

그날 밤의 환한 달과....청명한 공기.....
꼬옥 할머니네로 가야한다던 굳은 결심....
참으로 그리운 그 밤입니다.

그리고..그리운...외할아버지..외할머니..그리고..외삼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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