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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빨간색 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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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에서 빨간색버스를 기다렸다.
이번 주일에는 사정이 있어서 이 버스를 타게 되었다.
오메~ 오늘은 웬일인지 그 버스가 빨리 왔다.
버스카드를 찍고 자리를 둘러본다. 보통 좌석버스에 비해서 좁은 의자들... 무엇보다 내 코를 자극하고야마는 차.냄.새...나는 딱히 '차냄새'라고 밖에 다른 표현이 무엇인지모른다.
이렇게 어떻게 1시간 반을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하는 찰나에...
내 뒷분이 나를 위해 향기를 피워(?) 주신다.
그 분은 귤을 드시고 계셨던 것이다.
귤의 진한 향기가 차 냄새를 가셔주고 있었다.

순간...ㅋㅋㅋ '인간의 간사함'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불과 몇달전만해도 나는 줄기차게 이 차를 애용해왔는데...하면서 말이다.

          

나는 교회를 가기위해서 집에서 청량리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간다.
그리고 마지막 교통편이 바로 이 빨간색 버스였다.
그리고, 그것은 울교회로 가는 '단 하나'의 교통편이기도했다.
이 버스가 내게 빨간색 버스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그 버스 번호의 색깔이 그와같기 때문이다.
나는 이 빨간색의 그 번호표지를 보면 꼭 '불량식품'이란 단어가 떠오르곤했다.

이 버스는 정말 우리에게 많은 사연을 가져다 주었다.
청량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노라면...
적어도 30분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배차시간, 물론 출발지에서의 배차시간은 일정하겠지만, 회차지점인 청량리에서의 시간은 대중이 없었다.
그저 '기다리다보면' 올뿐이었다.
서울서 그곳에 가는 울 교회 식구들은 오로지 그 한 차에 매달려야했기에, 우리의 그 차에 대해서는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교회에는 봉고차가 있었지만, 1종면허를 가진 사람이 없었던 그 때에는 그저 무용지물이었다.
거기다, 우리를 슬프게 한 것은 주일에는 버스를 한대 줄여서 운행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한 분의 기사님이 교회를 가실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그것은 확인할 길은 없었다.

버스는 우리에게 '인내'라는 단어라든지, '기다림의 도'라든지 하는 따위의 단어를 몸소 체험케 해주었다.

작년 어느날...김집사님과 최형제가 비가 오는 가운데 1시간 넘어 그 차를 기다리다가 병이 났던 얘기는 교회안에서 여러번 회자 된 이야기였다.

어느날은 고물차(?)같은 그 차를 새차들로 바꾼다는 소문이 돌아서 우리를 흥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그 차는 요즘에도 옛날차로 다니고 있다. 후에 들어보니, 차의 노선이 있는 길들이 나쁘기에, 새 차가 소용없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들렸다.

거기다, 특히 여름철에는 이 차안에서 감금(?)돼 있어야하는 시간이 길었다.
춘천, 대성리와 같이 행락객들이 자주 애용하는 길을 가야하는 노선이었기에, 보통 1시간 30분 걸리던 것이...2시간 30분은 걸렸던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당근 집에서부터 거의 4시간을 차를 타는 꼴이 되곤했다.
그럴 땐 자다가 자다가 지쳐서 그냥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 안에서 활동하도록 내버려두곤했다. 요상하게도 나는 버스 안에서 독서나 껌을 씹거나 하면 멀미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버스에서 좋은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논과 밭들과 아름다운 들꽃들...터널과 절벽들의 손짓...그리고 여름이면 많은 물들의 역동적인 여행에 동행하는 기쁨도, 그 차 안에서 맘껏 누릴 수 있었다.
저녁이면-시골의 저녁은 넘 빨리 온다.-
시골길의 깜깜한 암흑 속에서 달리며-도로에 차가 이 버스 한 대만 있을 때도 있었다- 우리는 공상하곤했다.
'과거 어른들은 이렇게 '긴' 어둠과 이 적막함 속에서 무엇을 했을까?'...하다가...어른들의 짖궂은 말에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차도 없는 한적한 길에서 올려다 본 하늘에는 빛난 보석들이 있었다.
그렇게...밤하늘의 별이름을 알게된 것도 이 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있었던 일이었다.


이 차와 작별을 하게 된 것은 불과 몇달전이었다.
다른 분들에게 차가 생기고, 나에게도 차가(?) 생겼던 것이다.
물론 내 차는 아니었다.
울 맥사모님께서 본성을 거스리고(?) 운전면허를 따신 것이었다. 기계랑 별로 친하지 않으시고, 소녀같으신 울 사모님이 눈물을 흘리시며(문자 그대로다.) 운전면허를 따신 것은 오로지 성도들을 태우겠다는 그 일념하나에서 셨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매주 사모님의 자가용을 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울 교회 식구들은 그 빨간버스를 보면 넘 반가와한다.
그로 인해 고생한 사람만이 느끼는 형제와 같은 끈끈한(?) 유대감이 우리에게 있었기 때문일까?

김집사님은 말씀하신다.

"그 차 뒤 꽁무니만 봐도 반갑다니까요..."ㅋㅋㅋ




이번 주에도 교회-울 교회는 해발 한 100m쯤 된다고 한다-에서보니, 빨간색 뻐~스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버스... 그림같이 논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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