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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마라톤 42.1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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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위에 나의 발을 올려놓고 신호음만 기다린다.
나는 42.195km를 달려야 한다.

출발음이 들렸다.
힘차게 한 발을 내딛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같이 뛴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지만
오늘 우리는 한 지점을 향하여 같이 뛰어야 한다.

땀이 난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 옴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오르막 길을 만났다. 모두들 힘겹게 뛰고 있다.
숨이 더욱 가빠오고 힘이 든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너무 빨리 달리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빨리 가면 그 만큼 빨리 지치게 될 테니까...

사람들이 내 주위에 보이질 않는다.
저 앞에 가는 몇 사람이 보이고
내 뒤를 꾸준히 따라오고 있는 몇 사람이 보인다.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달리기를 멈추고 물을 마실 수는 없다.
난 마라톤 경기선상에 있으니까...

누군가가 물을 던져주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의 필요를 알았을까...

그는 단지 나의 흐르는 땀방울과
탈진해 있는 다리를 보았을 뿐이다.

반 정도를 온 것 같다. 표지판에
20km 가 더 남았다고 씌어있다.
이대로 주저 앉고 싶다.
지치고 힘겨웁다. 나는 왜 달리고 있는걸까?

나의 귀에 숨소리가 크게 들린다.
다리엔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겨우 반을 왔을 뿐인데...

내 뒤에 오고 있던 사람들이
나를 하나 둘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겐 저들을
앞지를 수 있는 힘이 없다.
저들도 처음 시작은
나와 똑 같이 출발 했는데...

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은 처음에도 불고 있었는데 몰랐다.
지금은 바람이 불고 있음을 느낀다.
너무 고맙다...

숨이 더욱 차오른다.
조금만 쉬어 가면 안될까?
아니..그냥 멈추면 안될까?
이대로...

한 사람을 만났다.
그냥 주저 앉아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골인 지점이 있기나 한걸까?

자연이 보인다.
새들과 나무 그리고 산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려움이 저들에게도 있으리라...

5km 남았다는 표지판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육체적 고통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견디어야 한다.
조금만 더 가면 골인지점이 있을테니까...

한 사람을 만났다.
쓰러져 있었다. 어떻게 하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완전히 포기한 걸까?
내가 가지고 있던 남은 물을 주었다.

다시 달렸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함성소리와 박수 소리...
나는 뛰고 있는 걸까?

내가 달리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 다른 힘이 나를 마지막 골인 지점으로
밀어붙이고 있음을 느꼈다.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42. 195km 의 긴 거리를 나는 완주 했다.

나는 몇등일까?
몇 사람이 나를 앞서 들어왔는지 알수가 없다...
단지 나는 골인 지점에 도착했을 뿐이다...


Oct. 22, 2002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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