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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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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그저 아버지 하나님 앞에 앉아서 울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냥 아버지...하고 부르기만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한 마디도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가슴은 타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얼음물을 한 사발을 들이켜도 시원해지지 않겠다 싶을 만큼 속이 탔습니다.

어젯밤 아버지 하나님 앞에 혼자 앉아서 울고 있는데, 딸이 방문을 열더니 <엄마, 성경 말씀이 그렇게 감동이 되어서 우는 거야?> 합니다. 어제 오후에 현재가 우리에게서 떠나갔다고 설명을 해 주었지만 아이는 밤이 되어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눈으로 동생을 본 것도 아니고, 엄마의 배가 불렀던 것도 아닌데, 뱃속에 있던 동생이 죽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정상이겠지요.

1994년 첫딸을 낳은 이후로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었습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어지러운 것도 배가 아픈 것도 모두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손과 발이 붓는 것조차도 감사했습니다. 지극히 짧은 시간 저와 함께 했던 아이였지만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그 아이는 자기 사명을 다하고 주님께로 갔습니다...

이 일로 제가 한 가지 확실히 배운 것은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시고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세상 사람이 보기에는 생명처럼 여겨지지도 않는 뱃속의 태아, 그것도 지극히 초기의 태아에 대한 저의 사랑이 이러할진대 하늘 아버지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얼마나 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 것일 지요...

저는 그 동안 친정아버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수술하시고 난 후에도 <재수가 없어서 병원에다 돈을 갖다 주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그렇게 미웠습니다. <아버지, 주일에 천원 헌금하는 것이 아까워서 교회 못 간다고 하시더니, 한꺼번에 병원에다 200만원이나 내게 되었잖아요? >라며 가슴 아픈 말을 했습니다...

어제부터 간절했던 친정 엄마 생각에 오늘 길을 나섰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얼마 전에 수술을 하신 아버지도 찾아뵐 겸, 모처럼 엄마가 해 주시는 밥도 먹어볼 겸해서 다녀왔습니다. 겨울옷을 꺼내 입고 장갑을 끼고, 그렇게 중무장을 하고 나선 길에 국화도 보고 억새풀도 보고 곱게 물든 단풍잎들도 보았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씩씩하게 자기 자리에 서 있는 그것들을 보며, 찬양을 들으며 한 시간 거리의 친정집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또 쏟아졌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볼 사람도 없는데...> 싶어서 볼륨을 크게 높이고 마음껏 울었습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새벽에 이미 충분히 울었고, 이제는 그만 울리라고 마음먹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터져 나와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는 제 마음 속에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이 생각났습니다. 하나 뿐인 아들을 나를 위해 버리신 하나님의 마음이 제게 느껴지고, 다 키운 자식을 어이없는 사고로 잃은 분들의 마음과 뱃속에서 키울 만큼 키운 아기를 잃은 엄마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분들에 비하면 저의 아픔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집이 가까워지면서 저는 마음을 다독이고 또 다독여 애써 태연한 표정을 회복했습니다... 부모님은 그렇게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마당의 고구마를 캐고 계셨습니다. 연락도 없이 아침에 찾아간 딸을 보자 엄마의 얼굴엔 금새 환한 미소가 가득해졌습니다. 그 얼굴을 보니 왜 또 그렇게 가슴이 아려오는지요. 이래서 막내는 나이가 들어도 철이 안 든다고 하나 봅니다...

모처럼 아버지 손을 잡고 만져보았습니다. 그렇게 손을 잡은 채로 용기를 내어 감사와 사랑의 고백을 드렸더니 아버지는 저 몰래 눈물을 닦아내셨습니다......우리 아버지, 모질고 독한 말로 다른 사람을 밀어내기만 하는, 그래서 스스로 자초하여 외로워지신 우리 아버지의 내면에도 그렇게 상처가 깊건만, 그걸 알면서도 저는 그동안 마치 고슴도치와 같이 일정거리 이상을 아버지께 다가가지 못했었습니다...

아버지 오래오래 사시라고, 그래서 막내딸이 아들 낳으면 그 놈한테 세배도 받으시고, 용돈도 주시고, 그 놈이 <외할아버지>를 부르는 그 소리도 많이 들으셔야 한다고, 그 놈 많이 사랑해 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도 이제는 힘없는 노인에 불과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오늘, 멀지도 않은 곳에 살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아버지 찾아뵙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저의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겨우 6주 만에 저를 떠나간 태아에 대해서는 그토록 뼈아픈 눈물을 흘리는 제가, 아버지를 위해서는 그렇게 뼈아픈 눈물로 기도하지 못한 것이 너무 오래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좋으신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친정아버지를 위한 눈물을 회복시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상심하고 답답해하는 마음 대신에 주님의 긍휼과 사랑이 제 마음에 부어져서 친정아버지를 위해 애통하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기도하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저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아픔을 나누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일을 겪으며 여러분들께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저는 참 행복합니다. 좋으신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 일일이 넘치는 복으로 갚아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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