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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김성수 창작소설> 새벽의 살인 -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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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모기약 뿌리는게 좋겠어. "

난 윤형사에게 지시했다. 골개미들 보다 더 골치 아픈 존재들은 바로 기자들이다. 그들은 골치 덩어리 1순위에 해당하는 자들이다. 에프 킬라 살포로 인해 죽기 전에는 끝까지 사람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모기의 습성을 닮았다고 해서 기자들은 언제부턴가 모기라는 단어로 통했다.
수많은 모기떼들이 주위를 어수선하게 하고 있었다. 첫 사건이 터졌을 때는 한두 마리씩 모이더니 두 번째 사건이 터져 연쇄 살인 사건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금새 여러 마리로 불어났다. 그런데 연쇄 살인 사건으로 확정된 지금 이제는 모기떼가 되어 골개미들도 당하지 못할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피를 빨기 위해 덤벼대는 모기처럼 그들은 보도자료를 얻기 위해 늘 굶주린 듯한 모습이었다.      

" 상황실 보고는 어떻게 할까요? "

" 그건 내가할게. 연쇄 살인이기 때문에 윤형사가 수사 보고 하기엔 무리일거야. 검찰하고도 내가 통화 할테니까 모기들한테 에프 킬라 뿌리고 참고인 신문이나 해. "  

윤형사가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 뿌리고 참고인 신문 조사하는 동안 나도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강력 2반 책상을 보니 당직을 서는 신형사를 제외하고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조직 폭력배 검거를 위해 출동한 모양이었다. 지금쯤이면 조폭들 앞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을 것이다. 범인이 살인을 목적으로 사용했던 쇠파이프와 강력 2반이 정의 실현을 위해 휘두르는 쇠파이프. 상당히 아이러니한 공식이다.
난 회전 의자에 앉아 바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앞뒤로 돌려가며 동전을 살폈다. 반장이 퇴근하고 없었기에 이런 여유가 있는 것이다. 화산 폭발을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아직까지 반장에게서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바다로 흘러가 잘 응고된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전화는 들고양이의 울음처럼 기분 나쁘게 울려대고 또 울려댔을 것이다. 동전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앞면은 이순신 장군, 뒷면은 숫자 100. 동전 하나에 새겨진 그림이지만 명백히 틀린 앞뒤의 그림들. 이순신 장군이 보일 때는 100이 보이지 않고 100이 보일 때는 이순신 장군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 역시 상당히 아이러니한 공식이다. 범인은 이 아이러니한 공식을 통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범인이 힌트로 이 동전을 남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이 동전은 함정일 수도 있다. 범인은 계획적인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지능범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피해자가 저항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동전을 남긴단 말인가.

" 김형사님, 참고인 신문 조사 끝났습니다. "
윤형사가 내게 걸어오며 조용히 말했다.

" 냄새 나는거 없었어? "

" 없었습니다. 일단 돌려보내고 더 지켜보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

" 그래. 윤형사 이제 제법 하는군. 처음에는 영 짭새 갔더니 말야. "

윤형사가 수줍게 웃어보였다. 왠지 그 미소가 어색하다. 이 세계에 몸담고 있다 보면 미소는 커녕 내 이름조차 잃어버리기 일수다. 이순신 장군 뒤에 100이 숨어있듯이 김성철이라는 이름 뒤에 김형사가 숨어있다. 윤형사가 보인 미소는 윤형사의 것이 아니라 윤경만의 미소였던 것이다.  


  박기사에게서 범인으로서의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미행이다. 미행을 해보면 그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더라도 가장 근접하게 알아 맞출 수가 있다. 그는 새벽 4시가 조금 못된 시각에 첫차 운행을 위해 출근하다가 최씨를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만약 그가 범인이라면 서에서 신문 조서를 마치고 곧바로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태연한 척 일상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야만 한다. 그것 또한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범죄심리에 근거한다.
하지만, 그가 탄 택시는 K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S여객 종점으로 향하지 않고 직진한 후에 P 시민 운동장 앞에서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박기사가 택시에서 내린 곳은 티켓다방 밀집지역으로 인근 파출소에서 방범 활동을 날마다 강화하는 곳이었다. 그가 흰색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다방으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난 불법 유턴으로 차를 꺽어 S여객 종점으로 향했다. 머릿속에 박기사와 몸 파는 여자가 알몸으로 뒤섞여 있는 장면이 그려졌지만 조금 상상하다가 그만 두었다.
유료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차안에서 옷을 바꿔 입었다. 선글라스와 야구모를 착용한 뒤 청바지를 입고는 신발도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선글라스와 야구모는 변장을 위한 것이었고 청바지와 신발은 만약 범인이 발견되어 도주할 경우 숨막히는 추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P역 앞에는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어지럽게 엉키며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과 어물어물 엇갈려 S여객 종점 안으로 들어섰을 때 피해자 최씨가 쓰러져있던 자리에는 버스가 한 대 주차되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회사에서 일부러 막아놓은 것 같았다. 난 벤취에 앉아 주위를 세심히 살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릴 때는 눈을 왼쪽으로 돌리고, 하늘을 쳐다보는 척 아래를 쳐다보며 수많은 사람들의 냄새를 맡아 나갔다. 천막이 쳐진 그늘에 들어오니 눈앞에 보이는 선글라스 밖의 세상은 흑백 화면과도 같았다. 색깔이 존재하지만 그 색깔의 본래 모습이 퇴색되어 버린 세상. 그 세상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 세 번 먼저 맞추는 사람이 오락 한판 돈 내주기다! "
중학생 두 명이 11번 버스 서열 맨 뒷줄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 앞?! 뒤?! "
안경 쓴 학생이 두 손아귀에서 동전을 정신 없이 흔들어 댄 뒤 친구에게 오른
쪽 주먹을 지르는 모습으로 팔을 내밀었다.

" .......!! "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전격(電擊)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

' 동전... 오락실... 동전 그리고 오락실... 동전과 오락실... 그렇다면 혹시! '



3회 예고)

김형사는 과연 동전놀이를 하던 중학생들을 보며 어떤 단서를 발견한 것일까.
핸드폰을 꺼내 급히 윤형사에게 전화를 거는 김형사. 과연 단서는...?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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