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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엄마! 여기 하늘이 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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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이의 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한 10분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한성이와 함께 걸으면 그 10분이 20분도 되고 30분도 되고 한시간도 걸립니다. 왜냐하면 한성이는 걸으면서 예쁜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으면 그것도 주워서 들고가야 하고 낙업이 수북이 쌓여있는 곳이면 가서 마구 밟아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어야 하고 또 가다가 비둘기떼라도 만나면 <와, 비둘기다! 우우우우우~~~> 하면서 비둘기도 쫓아가야 하고 학교의 수녀간호사님이라도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중간에서 인사하고 비주(볼에 뽀뽀해주는 것)도 해주어야 하고 길거리에서 저보다 아는사람과 마주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엄마, 저 아줌마는 누구의 엄마야, 엄마 저 아저씨는 누구의 아빠야> 하면서 일일이 가르쳐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을 보아도 <엄마, 저 아저씨 코에 수염좀 봐>하고 말을 하기에 구레나룻의 그 신사분 발걸음을 멈추게도 합니다. 볼 것도 많고 얘기할 것도 많고 항상 고개를 사방으로 두리번두리번,조잘조잘, <엄마,이것좀봐, 엄마 저것좀 봐...>

시간이 촉박한 아침이나 점심시간이면 어쩔수 없이 재촉을 해야 하지만, 정 시간이 없을 때에는 유모차에 태워 그냥 달려야 하지만 학교수업이 끝나는 오후에는 왠만하면 그렇게 아이의 발걸음 속도에 맞추어 걸어주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어쩔때는 조급해진 엄마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며 채근도 하지만...

그렇게 아이의 옆에서 걸으면서 저는 늘 종졸걸음만 치다 모처럼 늦게 걷는법을 배우는데 빨리걷는게 습관화된 저에게는 그게 그렇게 쉬운일만은 아닙니다. 아이와 속도를 맞추어 걸으면서도 자주 저는 저만의 생각에 빠질때가 있는데 한번은 아이가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 여기좀봐, 여기 하늘이 떠 있어.>

무심코 저는 하늘을 쳐다 보았읍니다.
그래, 하늘이 여전히 떠있구만. 오늘따라 왜이리도 하늘은 푸르고 드높기만 할꼬, 햇볕도 따스히 내리쬐고... 정말 좋은 가을날씨야...바람은 산들산들... 여기에 고추잠자리만 있다면... 어쩌구저쩌구... 저는 또 생각이 옆으로 새려는 찰나 아이를 보니 아이의 시선은 땅을 향해 있는 겁니다.
<아니, 얘야, 하늘을 보라더니 왜 땅을 보는거니?>
<엄마, 하늘이 여기에 있잖아>
아이는 자꾸 손으로 땅을 가리키는 겁니다.

현자가 달을 보라고 달을 손으로 가리키면 어리석은 이는 보라는 달은 안보고 그 손가락만 쳐다본다더니...
저는 자꾸 아이가 가르키는 손가락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디?어디? 하고 있읍니다.

세.상.에.나

한국은 어떤지 잘 기억이 나질 않읍니다만 파리는 길거리에 개똥이 하도 많아서 도로 양쪽으로 일정시간에 물이 흐르도록 되어 있읍니다. 양쪽 도로 길 가장자리에 하수구 시설을 곳곳에 설치해 놓아 청소차가 지나갈 시간이면 그곳에 물이 흘러서 그물로 길거리를 청소하고 개똥을 씻어냅니다.
그런데 날씨가 하도 맑고 하늘이 청명한데다 햇볕이 내리쬐어서 그 물이 고여있는곳에, 그러니까 시꺼먼 그 물에 하늘이 투영되어 비취고 있는것이 아니겠읍니까?

세.상.에.나
제가 일찌기 이태백이 술잔에 달이 떠있다고 노래한 것이나 강물에 떠있는 달을 잡으려고 손을 뻗치다 물에 빠졌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길거리에 고여 있는 시궁창물에 하늘이 떠있다고 노래한 이는 듣느니 처음입니다.
아이가 가르키는 손끝을 따라가보니 정말 그 물에 그 시꺼먼 물에 하늘이 떠있읍니다.

그 물에 투영되어 흔들리는 하늘을 보노라니 맑은 날씨에도 내일 비올것을 걱정하여 마음이 어두워지곤 하던 제 모습이 생각나 심히 부끄러워졌읍니다.

시궁창물에서도 거기에 떠있는 푸른 하늘을 가려낼줄 아는 아이에게 늘 그렇게 밝은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가 뿌리내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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