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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추억하기 1-8 : 연초록 풋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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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교회에서 살던 때..

이제 가을이 되고 사과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사시사철 사과를 구할 수 있지만..저 어릴 적에는 가을이 사과의 계절이었고 사과를 먹는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과일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저랍니다..예나 지금이나 과일이 있으면 행복해하지요..

이번엔 아주 풋풋한 풋사과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저희는 교인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역지가 시골이고 보니 할머니들의 정성어린 강정, 과줄, 호박, 파, 무우, 떡.....금방 낳은 따끈한 계란....모....이러한 선물들을 받았더랬습니다.
집에서 기르고 가꾼 채소등을 정성스레 들고 오시고..어쩌다 타지 자녀들이 과자라도 가져오시면 그것도 가져다 주시고....참으로 감사한 섬김을 저희는 받아왔습니다.---지금도...하나님의 은혜로..그렇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언제나 교인 분들의 선물을 받으면 감사와 축복기도를 하셨고 그 기도가 끝난 후에야 저와 오빠는 시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혹여나 아빠가 신학교에 가셨을 때 선물을 주시면 우린 아빠가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렸답니다. 아빠가 심방가셨을 때 선물을 주셔도...언제나 저희는 아빠의 축복기도가 끝난 다음에 손을 댈 수 있었습니다...--모..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선물로 주시면 저희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빠를 기다렸고 문을 열고 들어오시기가 무섭게 그 선물을 들고 달려가서 신발도 안 벗은 아빠께...
"아빠..빨리 기도해주세여.."--하고 조르곤 했었지여...

감사와 첫열매등...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저희집에 주신 그 선물들...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저희는 함부로 대할 수 없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밥상에서 밥알 한톨도 귀한 것임을 늘 엄마께 교육을 받았었답니다.
한톨도 흘리거나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저희에겐 귀한 선물들이었고...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누가 주셨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첫 열매라고 풋사과 대여섯개를 파란 프라스틱 바구니에 담아서 주셨습니다.
마침 부모님께선 심방을 가셨고 저보단 과일에 덜 흥미있는 오빠는 평소와 똑같았지만...과일을 좋아한 저는 정말 정말 그 사과가 먹고 싶었습니다.
빨리 엄마, 아빠가 오셨으면......
빨리 엄마, 아빠가 오셨으면......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심방을 마치시고 돌아오신 부모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아빠..기도해주세여..."
아빠의 기도가 끝난 후 엄마께 사과를 먹어도 되냐고...여쭤봤는데...
허걱...

"사과가 아직 덜 익었네...영희야...이건 지금 먹으면 배아파..그러니까 저 쪽에 갖다 둬라..."
...
...
...
이..무슨...가슴 철렁한 말씀이란 말입니까...
그 어린 나이에 저는 참으로 절망했습니다...으허허.....

그 다음날...음...주일이었군요..
교회학교에 다녀와서 아무도 없는 집에 있으면서 저는 사과를 먹고싶은 유혹과 싸워야만 했습니다...처절한 싸움이었고...저는 패배했습니다...

'히잉...엄만..이 사과를 먹으면 모가 아프다는 거야...치잇...그냥 한개 먹어야지....'
그렇게 하고는 혹여나 들킬세라 그 초록빛 풋사과를 껍질도 깎지 않은채..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맛은....있었나??...기억이 안나네여..

그 뒤의 일이 제 인생에 중요한 교훈으로 남았습니다....
크허허헉...체해버렸습니다....
엄마의 말씀대로 너무너무 배가 아팠습니다.

대예배를 드리는 그 시간에 저는 풋사과를 몰래먹고 아픈 배를 쥐고는 혼자 울었습니다.
...엄마 말 들을껄...엄마 말 들을꺼얼...혼나면 어쩌나..으어엉...

모든 예배를 마치고 오신 엄마가 손을 따 주셨는데...역쉬...하나님은 죄를 분명히 드러내보여주시는 공의로우신 분이셨습니다...(제 어릴적 느낌...하나님은 거짓말을 해도 다 아신다는 것...) 피가 제대로 돌면서 저는 토를 했었습니다.
등 두드려주시는 엄마...현장을 목격하셨습니다.
제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초록 사과의 잔해들이 소화가 하나도 안 된 상태로 그대로 밖으로 나와버렸으니까요...
아...얼마나 창피하고...거짓말을 들킨것이 어찌나 마음을 서늘하게 하던지...

엄마는 "거봐...사과를 먹었구나...이젠 괜찮을꺼야.."--라고만 하셨고 혼내지 않으셨습니다...
엄마의 혼냄보다...이미 제 마음엔 불순종과 거짓에 대한 교훈이 깊이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풋풋한 그 풋사과...그 사과를 보면서 다짐했지요...
이젠 엄마말 잘 들어야지. 다시는 몰래 먹지 말아야지. 다신 풋사과 먹나봐라...


헤....그래도 낭중에 커서 풋사과를 먹었습니다...여유를 가지고 맛을 음미하면서 먹으면 나름대로 즐거운 사과먹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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