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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1 -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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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니와 함께 한문학원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언니는 중고차 한 대를 샀습니다. 유치원이 파한 후 우리 집에 와 있는 조카를 데려갈 때마다 드는 택시비를 아껴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원 주변에 주차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학원에서 조금 떨어진 중학교 앞에 주차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학원 맞은편에 있는 교회 주차장이 온종일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저 곳을 좀 이용하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 한 학부형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어디에 주차하세요? 학원 앞에 있는 교회 있잖아요. 제가 그 교회 다니거든요. 교회에 한 번 말해 보세요!"

  차마 말이 안 떨어진다는 언니의 말에 그 학부형은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교회에 말했다면서 주차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언니는 그 다음 날부터 학원 맞은편 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언니는 교회의 배려에 참으로 고마워 했습니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금 늦게 마지막 수업을 마친 후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차장에 가보니 누군가 언니 차가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도록 주차를 해 놓은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주차장에는 언니 차와 그 차 단 두 대 밖에 없었기에 남은 주차 공간이 너무도 넓었음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언니는 그 차에 남아 있는 전화번호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택시로 우리 집에 들러 조카를 데리고 갔습니다.

  다음 날, 언니는 출근하자마자 차를 중학교 앞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그 학부형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차 안 보이던데요?…"
  언니가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학부형이 말했습니다.
  "어제 그 차가 선생님 차였군요…우리 목사님이 주차하려고 보니까 목사님 자리에 어떤 차가 세워져 있어서 홧김에 그런 것 같은데…이해하세요."

  그러면서 괜찮으니 다시 교회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학부형과 서둘러 통화를 마친 언니는 서운함을 뛰어 넘어 울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야, 어떻게 목사님이 그럴 수가 있냐?"

  반기독교적 성향이 강한 남편을 만나 살면서 그래도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는 언니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러니까 네 형부가 열내지…교회 다니는 놈들 나쁜 놈들이라고…."
  "언니…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잖아…김 목사님같은 분도 있잖아. 김 목사님이라면 그렇게 했겠어?…언니가 좀 참아라."

  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면서도 나 역시 아쉬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교회에 가면 입버릇처럼 나눔과 섬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겪고 보니 '교회에서 말하는 나눔과 섬김은 무엇이며, 정녕 교회 안에 나눔과 섬김이 있기는 한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언젠가 번화가 주택에 딸린 주차장 담벼락에 붙어 있는 작은 표지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차해도 됩니다'
  그 표지판을 본 사람이라면 그 표지판을 내건 사람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도시의 교회에는 크고 작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 입구마다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서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그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 앞에서 외부인이기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교회'를 안타까워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교회 주변을 배회하면서 주차할 곳을 찾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혹시 텅 빈 교회 주차장 입구를 차로 막아 놓지는 않았는지요?
  굵은 쇠사슬로 바리케이트를 쳐놓지는 않았는지요?

  지금이라도 교회 주차장에 세워놓은 표지판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주차장 완전 개방. 단, 예배시엔 출입을 제한할 수 있음. 예배시간 안내…'

  주님이 차를 몰고 다니신다면 이런 교회에 주차하지 않으실까요?
  그 순간부터 진정한 생명의 역사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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