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쪽지 해와 달 11월호 '난 씨받이였어요'에 대한 거룩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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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정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저도 그 글에 대한 제 3자의 입장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서(당사자로서) 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본 글 쓰신 분의 느낌은 제겐 생소하고 낯선 표현들이 저를 조금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우리 가정을 보는 다른이들의 실제적인 느낌들을 들어 본 경험이 없으니까요. 엄마가 당신 자신을 ***란 용어로 소개했다는 부분은 하나의 충격이었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이 죄인이 된 듯한 죄책감마저 들게 했습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 자신으로선 담담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글쓰신 분께서 그런 표현을 굳이 옮기셔야 했을까 생각도 됩니다. 저희 가족 중 그 어느 누구도 가해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어쩔수 없는 아픔이 있고 시집 와서 자녀를 낳지 못한 여자로서의 아픈 인생을 살아온 키워 준 어머니 또한 결코 가해자는 아니니까요.
그러나 우선 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애정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그 순결한 신앙에 대해 깊이 생각해주시는 가족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챙겨주시고 계시리라는 생각에 너무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 글을 드리는 것은 그 글이 제 마음을 아프게 짓누른 부분이 있고 그 글을 읽는 독자에게 나머지 가족이 가해자처럼 몰리는 것이 더욱 마음 아팠기에 또 다른 면에서의 이해를 구해 보려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아직 짧은 세월을 살았지만)학교를 졸업하고 한 남자를 만나고, 결혼에 이르러 오는 동안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한 여자의 삶으로 어머니의 인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세월, 그것은<외로움>이었습니다. 세 명의 자녀를 두고 홀로 이곳 저곳으로 떠돌며 숱한 밤들과 외로움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오셨을까? 그 세월 가운데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 얼마나 은혜이고 감사인지... 저희 가정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는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순결하게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삶은 저의 본보기요, 또한 누구 앞에서나 당당히 고백할 수 있는 저의 자랑입니다.
잠깐 시골 계신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려 합니다. 글 쓰신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딸의 결혼식장에 당당히 앉아 있던 <그 영감>과 <그 마나님>말입니다. 제가 어린시절 아버지가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아버지 역시 한 남자로서 자녀를 낳아 준 처를 홀로 보내야 했던, 그리고 자녀를 낳을 수 없었던 본처를 내칠 수 없었던 그 마음을 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마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을 그 마음, 자식을 낳아준 처에 대한 죄책감.. 그 <마나님>의 삶 또한 여자로서는 평생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을 생각해봅니다. 그 아픔의 세월이 하나님과 더욱 친밀하게 했고 그 어머니 역시 오롯하고 제가 평생 본 받고 살아갈 순결한 신앙인으로 날마다 새벽을 깨우며 홀로 계신 저를 낳아준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며 살고 계십니다.
그 결혼식장에서 그 분이 당당하셨을까요? 결혼 전 몇 번씩이나 자신이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제게 말씀하셨더랬습니다. 신앙으로 저희를 잘 길러주신 어머니 또한 아픔의 세월이었습니다. 그 분 역시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또 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까지 하나님이 다 주셨다고 감사하며 더 큰 책임감으로 저희를 키워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죄인된 우리가 구원을 선물로 받은 것처럼 결혼식 그 자리는 어머니에겐 전적인 은혜의 선물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리고 멀리 홀로 앉아계셔야 했던 어머니께도 오직 서운함만 있었을까요? 전 무엇보다도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순간이 아니었나 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세월속에 하나님은 저희 가정을 이렇게 세워주셨습니다. 믿음의 역사...를 이루며 살아가는 가정임을, 서로에 대한 안타까움과 진실함으로 아끼며 살아가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머니에 대한 애정에 감사드리며 평안을 빕니다.